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1일자 기사 '후보단일화, '게'도 '구럭'도 다 잃을텐가?'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운명의 TV토론을 앞둔 두 후보에게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것일까?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그렇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퇴색됐고, 과정이 그 자체로 정치 혁신이 되는 단일화도 빛을 잃고 있다. 유권자들의 뇌리에는 이제 후보가 되기 위한 양 진영의 악전고투만 강렬해지고 있다.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은 이미 오래 전에 예고된 상황이었다지만, 지금 상황은 바로 본선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본선 경쟁력에 위협을 주고 있다.
워낙에 복잡하고,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누구의 어떤 말을 온전히 믿어야 하는지 조차 의심되는 순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사에서 쓰여진 기사와 공평동 캠프에서 송고된 기사의 톤과 뉘앙스는 확연히 다를 정도다. 논쟁의 강도가 가열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출입 기자들도 캠프의 입장에 동화되어가는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 후보 진영은 그렇게 갈라지고 있는 중이다.

같은 곳을 보는 문재인-안철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오른쪽)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2012.11.18/뉴스1
양 후보 진영은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말들을 하고 있다. 20일 밤, 협상 중단 상황에 대해서도 양 후보 진영은 ‘협상이 중단됐다’는 사실만 같게 말했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한 브리핑을 했다. 문 후보 측은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반면, 안 후보 측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유출됐다’며 ‘합의 정신을 어겼다’고 반발했다.
이렇다 보니, ‘익명의 관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익명의 관계자’가 등장하는 언론 보도일수록 차이가 더 커지고 입장이 더 사나워지다보니 다시 이 보도들이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하는 의원들까지 나올 정도니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감정적인 언사들이 여과 없이 공론장을 난타하는 상황이야 말로 꼴불견이자, 추태다. 역대 단일화 가운데 가장 ‘가치 연대’에 가깝다던 두 후보 진영이 어쩌다 이런 백병전을 치루고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 후보의 지지자들은 더하다. 트위터 등에서 지지자들이 설전을 벌이는 것을 보면 흡사 ‘같은 하늘아래 살아갈 수 없는 원수’의 그것처럼 서로를 할퀴고 있다. 가해와 피해의 구도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서로를 겨누는 상황은 ‘지지자들이 하나가 되는 단일화’에 가장 반하는 상황으로, ‘단일화 이후’의 문제를 벌써 걱정해야 하는 그런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양보는 상보적인 것이다. 니가 먼저 양보하면 내가 양보한다는 자세로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 민주당의 논리는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단일화였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정권교체’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야권후보 적합도’로 단일후보를 뽑자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모든 것을 양보해서라도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문 후보의 ‘진심’은 사라지고 ‘반드시 정당 후보인 우리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위세’만 과시되는 모습이다.
논란 끝에 물 건너간 공론조사의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문 후보 측은 ‘펀드가입자 vs 당원 및 대의원’의 표본이 안 후보 측의 ‘꼼수’라고 공개 힐난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 입장에서 보자면 ‘단일화 방법을 제시하라’는 문 후보 측의 제안에 ‘여론조사+공론조사’의 방식을 제안했을 뿐이다. 공론조사의 방법론이 문 후보 측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이를 협상을 통해 수정, 보완했으면 될 일이었다. 동의할 수 없더라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힐난할 일은 아니었다.
애당초 이번 단일화가 ‘비대칭적 현실’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명백했다. 정당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계속 단일화를 하자고 매달렸던 상황 자체부터가 그랬다.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범 우리 편으로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는 목적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수단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유예해왔던 것은 민주당 자신이었다. 이제와 그걸 간과하고 수단의 문제로 상대를 옭죄는 것은 굴복을 요구하는 것밖에 안된다.

대화하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18대 대통령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단일화 협상팀을 재가동 중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왼쪽)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스포츠월드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주최 대선후보 초청 농정 대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2012.11.19/뉴스1
민주당의 지지층이 단일하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가입자 vs 당원 및 대의원’의 표본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무소속 후보vs정당후보'가 그렇다면 어떻게 공통적 기준을 갖고 표본을 마련해야 하는지도 마땅치 않음은 분명하다. 그걸 타결하는 것이 바로 ’협상‘이다. 여론조사 샘플도 마찬가지고, 공론조사의 표본 선정 방식은 ’협상‘을 통해 풀었어야 할 문제지 상대를 힐난할 게재는 아니다. 다만, 기계적 공정함을 맞추기 위해 모두가 표본을 밖에서 찾을 요량이라면 그동안 민주당이 주장해온 ’100만 경선인단 선출론‘이나 ’안정감 있는 정당후보론‘ 같은 주장들은 기만적으로 보인다. 현상적 ’지지‘로 유지되고 있는 후보와 정당적 ’질서‘로 기능하고 있는 후보의 존재 자체가 이미 비대칭적이란 걸 민주당은 자꾸 잊거나 혹은 잊은 척 해선 곤란하다.
안철수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안 후보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필요한 얘기는 적극적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얘기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뭉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태도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문제를 증폭시킨다. 이렇게는 곤란하다.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의 애달픈 마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거의 모든 문제를 유리한 고지에서 논해왔다. 문 후보 측이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하고 있는 ‘언론플레이’ 문제 역시 안 후보 측의 이런 태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단일화 협상 막바지까지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이 하면 ‘정당의 기득권’이고 내가 하면 ‘국민의 뜻’이란 억지로 일관한다면 이는 결국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을 허물어지게 하는 ‘역린’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단일화 협상 중단 파문과 이후 보여준 행보 속에서 유일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지율’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잃어버린 상황이란 점을 분명히 환기해야 할 것이다.
문 후보 측을 향해 ‘합의되지 않는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비판할 게 아니라 협상의 전반적인 과정을 ‘국민의 뜻’에 여쭌다는 마음으로 공개적으로 풀어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후보의 결정 이외에 권한이 없다면 차라리 깨끗하게 협상 팀이 물러나고 후보 간의 직접 협상으로 문제를 매조지 하겠다는 선언적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이제, 두 후보의 운명을 가를 TV토론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이 있고 처음으로 두 후보는 모두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고 TV토론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같은 시간, 여전히 협상팀은 협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TV토론 이전에 단일화 협의를 끝내자”는 입장이다. 지금껏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실기를 만회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건 누가 단일후보가 되건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21일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맏형’과 정권교체보다 정치혁신이 먼저라고 믿는 ‘진심’의 후보가 부디 상생할 수 있는 방안과 지혜가 정국을 '강타'하는 하루이길 바란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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