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일 금요일

한반도 평화는 ‘유리 상자 속의 평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1일자 기사 '한반도 평화는 ‘유리 상자 속의 평화’'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대선후보들의 동북아 평화전략은 무엇인가

한국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편입되어가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어물쩍하게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4일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제 참여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미사일방어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44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발언이다.
미국이 한국의 MD 참여를 원한다는 주장에 대한 미국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과 MD를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이를 확인해준 셈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묻는다. 어찌 된 일인가.
파네타 장관은 심지어 일본에 배치하기로 한 탄도미사일 추적용 레이더(TPY-2)와 관련해 다른 우방국들과도 계속 협력하겠다고 내 비쳤다. 탄도미사일 추적용 레이더의 한국 배치를 의중에 두고 한 말 아니겠는가.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 44차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공동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미국 미사일 참여 의혹 제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 2009년 청와대에 제출된 한국국방연구원의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의 MD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확보하는 게 대미협상전략이었다는 것이다.
협상전략대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이 합의돼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800km로 늘어났다. 이 사거리는 북한 전역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는 물론, 동북부의 중거리 미사일 기지인 퉁화, 덩사허, 이두까지 사정권에 두는 거리다.
중국은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가담한 것으로 여길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해군기지가 미국 핵잠수함의 입항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군본부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잠수함 부두의 전면수심이 12m로 되어 있어 미국 핵추진 잠수함(SSN-76급)에 맞추었다는 것이다. 한국군의 잠수함이면 9.3m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가 미국 핵항공모함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터라 애초 미군의 기준에 맞춰 건설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더욱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제주해군기지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이라는 얘긴가.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갈등에 한반도가 휘말리게 될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두 강대국들의 기 싸움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무력충돌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던 아시아·태평양의 영유권 분쟁 해상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일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남중국해에 나타나고, 중국 북해함대의 군함 7척으로 구성된 연합함대가 최근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부근 해역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오는 11월 5-16일 오키나와에서 적국에 점령당한 섬을 탈환하는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려고 했다. 훈련의 목적이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강경하게 나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이 훈련이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지 모른다는 부담 때문인지 취소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또 다시 무슨 일이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다. 일본이 동북아의 영토민족주의 분쟁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영토 분쟁 촉발이 미·중 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29일 47개 광역자치단체 의회를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이후 35개 현의회가 중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가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도의 영토주권 확보에 적극 나서라는 의회도 33곳이나 됐다.

대만 어선이 영토 분쟁 중인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인근에 접근하자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왼쪽)이 물대포를 쏘며 영해 진입을 막고 있다. 이날 대만측 역시 물대포로 대응한 뒤 항구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일본의 영토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판이다. 미국의 프레이블 교수가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을 통해 “영토 분쟁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동북아 정세가 위험해진 상황이다.
화산과 지진은 취약한 지구의 지각 판 틈에서 폭발하게 마련이다. 임진왜란 이후 동북아의 패권 경쟁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지점인 한반도에서 폭발해오지 않았던가. 
한반도의 평화는 미·중 간 충돌의 돌로 순식간에 깨져버릴 ‘유리 상자 속의 평화’인지 모른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편입이나 미군을 위한 제주해군기지 따위로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충돌에 휘말리게 만들 셈인가.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제 참여와 미군을 위한 제주해군기지 의혹의 진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야말로 한국, 한민족의 생존 및 안위와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적 민족주의와 중국의 팽창주의적 중화민족주의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는 엄혹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져야 할 한국 대통령 후보들의 동북아 민족주의 갈등에 대한 한반도 평화의 전략과 대책은 무엇인가.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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