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2-11-01일자 기사 '‘버블세븐’ 아닌 지역이 직격탄 맞았다'를 퍼왔습니다.
하우스푸어 실태를 알아 보기 위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아파트 값 하락폭은 비슷했지만, 버블세븐 지역과 그 외 지역의 충격 차이가 뚜렷했다.
어떻게 조사했나?분석한 데이터는 아파트를 사고팔 때 정부 당국에 신고하는 아파트 실거래가이다. 이 데이터 가운데 2007년 10건 이상, 2012년 10건 이상 거래된 서울시 아파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 데이터를 받아 GIS 전문업체 오픈메이트가 분석했다.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값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착시 현상을 막기 위해 지역과 평형대별로 세분화했다. 즉 GIS 분석으로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과 비버블세븐 지역으로 나눴고, 다시 66㎡(20평), 99㎡(30평), 132㎡(40평)대로 나눴다. 버블세븐 지역과 비버블세븐 지역 3개씩 2007년 대비 가장 하락폭이 큰 6개 아파트를 뽑았다. 이렇게 뽑힌 6개 아파트 가운데 무작위로 해당 평수의 등기부등본을 100개씩 모두 600개를 떼어 대출금 현황을 살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ㄷ아파트에 사는 김기석씨(가명·46)는 요즘 퇴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예전에는 아파트 출입문 앞에 서서 살고 있는 층을 가끔 올려다보곤 했다. 그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갔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간다.
2006년 김씨는 139㎡(42평)짜리 아파트를 4억2000만원에 샀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이 500만~1000만원씩 올랐다.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면 이자보다 수익이 남는다는 뉴스가 넘쳐났다. 회사 동료들도 매매 대열에 나섰고, 그도 더 기다리면 전세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마침 급매물이 나와서 김씨도 ‘질렀다’. 두 딸 때문에 방 4개짜리 큰 평수를 골랐다.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고 연금저축 따위를 깨도 턱없이 부족했다. 무리를 했다. 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최대한 은행에서 빌렸다. 2억5000만원을 대출해 그는 집을 장만했다. 그땐 ‘로또’를 움켜쥔 줄 알았다. 인생역전 5년 계획을 짰다. 아내에게 “50대에는 50평대 아파트에 살게 해주겠다”라고 큰소리도 쳤다.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는 ‘투자’로 여겼다.
6년 뒤. 그는 하우스푸어 신세로 전락했다. 원금은 그대로 남아 있고 월급을 받아도 매달 100만원 이상 이자로 빠져나간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따로 없다. 김씨는 “최근에는 같은 단지 아파트가 빚 때문에 경매로 넘어갔다는 흉흉한 이야기마저 들린다”라고 말했다.
100가구 중 64가구가 평균 3억 이상 대출
김씨와 처지가 비슷한 하우스푸어가 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대출금이 시세보다 높은 ‘깡통 아파트’도 속출한다. 욕망이 빚은 참사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통령선거의 주요 공약이 될 만큼 가계부채의 폭탄으로 떠올랐다(42 ~45쪽 기사 참조).
은 하우스푸어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시내 아파트 실거래가 전수조사를 했다. 아파트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2007년과 2012년 7월 현재 아파트 값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가장 많이 떨어진 아파트를 선정해서 대출금 현황을 알아봤다.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떼보는 작업을 거쳤다.
전용면적 132㎡(40평)대 아파트 가운데 버블세븐(서울에선 강남·서초·송파·양천)이 아닌 지역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ㄷ아파트였다(정부에 신고하는 실거래가는 전용면적 기준이다). 2007년 대비 34%가 하락했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가장 거셌던 2007년에 입주했다. 1122가구가 사는데, 전용면적 152.22㎡ 크기는 108가구이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현재 매매가는 8억6000만~9억2000만원 선이다. 2007년만 하더라도 13억원대를 호가했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152.22㎡ 100가구를 무작위로 뽑아 등기부등본을 떼보았다. 대출금이 한 푼도 없는 경우는 36가구뿐이었다. 64가구가 은행 대출금이 남아 있었다. 대출금 평균은 3억4000만원. 1억원 미만 대출 가구는 1가구(2400만원)였고, 1억~2억원 21가구, 3억~4억원 14가구, 5억원 이상은 28가구였다. 대출금 때문에 압류되고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도 2채였다. 집 주인의 평균 나이는 54세였다.
대출금을 안고 사는 가구만 따로 분류해보면 30대는 5명으로 이들의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이었다. 40대 15명의 평균 대출액은 4억4000만원, 50대 34명의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이었다. 4050세대가 평균 4억원가량의 대출금을 안은 채 살고 있었다.
통상 시세 대비 대출금이 60%가량이면 깡통 아파트로 분류한다. 수도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60%인데, 초과하면 원래 차액만큼 은행에 상환해야 한다. 대출금 폭탄이 터지는 도화선인 셈이다. 한번 터지면 집값 하락→LTV 상승→상환 압력→주택 급매→집값 추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민은행의 부동산 시세 대비 60%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100가구 가운데 29가구가 대출금이 시세를 넘는 깡통 아파트였다. 문제는 국민은행 시세도 현장에서는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매물을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소 사장은 “시세가 의미 없어졌다. 구매자가 적다보니 가장 싼 가격으로 사려 하고, 그래서 급매가가 시세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5월11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10 부동산 대책 철회 및 서민 주거안정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364만명 가운데 LTV가 60%를 초과한 대출자는 39만5145명이다. 금융당국은 60%를 초과하더라도 초과 대출분을 신용대출이나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줄 것을 시중은행에 요구하며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강남 3구는 아직 아랫목이다”
서울의 버블세븐 지역 가운데 전용면적 132㎡대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송파구 잠실동 ㅇ아파트였다. 모두 1842가구가 사는데 136.34㎡(41평) 아파트 세대는 120가구다. 2007년 대비 37%가 하락했다. 현재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는 9억7000만~11억1000만원이다. 1982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이 아파트의 132㎡대 100가구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대출금이 아예 없는 경우는 57가구였다. 동작구 ㄷ아파트의 대출금 없는 경우가 36가구인 데 비해 많았다. 대출금 평균은 4억7000만원. 집 주인 평균 나이는 58세였다. 집값이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이 아파트 부근에서는 하우스푸어나 깡통 아파트가 다른 지역 이야기였다. 인근 한 공인중개소 사장은 “대출금 때문에 매물을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사장도 “매매 자체가 뜸해서 그렇지, 강남 3구는 아직까지는 견딜 만한 아랫목이다”라고 말했다.
전용면적 99㎡(30평)대에서 가장 하락세가 가파른 곳은 2001년에 입주한 서울 은평구 ㄷ아파트였다. 2007년 대비 35%나 하락했다. 퇴근길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집에 들어가는 김기석씨가 살고 있는 바로 그 아파트이다. 1440가구가 사는데, 전용면적 114.18㎡(34평) 아파트는 260가구이다. 이 가운데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대출금이 없는 경우는 38가구였다. 62가구가 대출금을 끼고 살았다. 평균 대출금은 2억원, 집주인 평균 나이는 57세였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자료에 따르면 현재가는 4억4000만~5억1000만원 선이다.
대출을 받은 가구만 따로 분석해보니 30대는 2명으로 평균 대출금이 1억3200만원이었다. 40대 13명의 평균 대출금은 1억7700만원, 50대 24명의 평균 대출금은 2억5000만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거꾸로 대출금이 더 많았다. 이 아파트는 대출금 부담 때문에 공인중개소에 급매물이 한동안 쏟아졌다. 한 공인중개소 사장은 “지금 급매로 나오는 물건들은 다 대출금 때문이다. 시세 대비 대출금 40~50%를 안고 산 사람들이 앞이 안보이니 못 견디고 매물로 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버블세븐 지역에서 전용면적 99㎡대 아파트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큰 곳은 양천구 목동 ㅅ아파트였다. 1640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122.31㎡(36평)는 323가구이다. 이 아파트는 2007년 대비 30%가 하락했다. 현재 시세는 10억~11억원이다.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 100가구 가운데 대출금이 없는 경우는 59가구였다. 41가구의 평균 대출금은 5억2000만원이었다. 그럼에도 이곳 역시 대출금 부담은 크지 않았다. 단지 안에 있는 공인중개소 사장은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사는 곳이라 대출금 부담은 없다. 다만,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갈아타기가 어려워졌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전용면적 66㎡(20평)대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서울시 동작구 ㅅ아파트이다. 765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4.46㎡(25평)는 228가구이다. 조사 결과 2007년 대비 35%가 하락했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는 10월12일 현재 3억9000만~4억4000만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사장은 “해당 평수는 3억원까지 급매물이 나온다. 2006~ 2007년에 상투 잡은 사람들이 3억원에 내놓는데 이것도 팔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거래가 뚝 끊긴 것이다. 또 다른 사장은 “얼마나 떨어질지 귀신도 모른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 분양 첫날인 4월15일 청약자들이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 아파트 동일 평수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 평균 대출금 액수는 1억1300만원 수준이었다. 집주인 평균 나이는 54세였고, 대출금이 한 푼도 없는 가구는 38가구였다. 대출금을 안고 사는 62가구를 따로 분석했더니 30대가 5명, 40대가 15명, 50대가 31명이었다. 60대 이상이 11명이었다. 중개업자 박 아무개 사장은 “40대, 50대가 앞이 안 보인다. 급매물이 안 팔려서 급매물이 쌓이고, 급매물이 또 급매물을 낳는 상황이다. 지금 나오는 매물 중에는 상투를 잡아 대출금 부담 때문에 내놓는 경우가 70~80%나 된다”라고 말했다.
“옥석 가려 하우스푸어 대책 내놔야”
버블세븐 지역 가운데 송파구 ㅁ아파트는 2007년 대비 28%가 떨어졌다. 95.83㎡(28평) 크기 아파트는 210가구이다. 한때 9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7억5000만~7억6000만원 선이다. 이 아파트 매물을 취급하는 공인중개소의 사장은 “송파구는 비(非)버블세븐 지역과 버블세븐 지역의 특성이 반반 섞여 있는데, 대기 수요가 많아 매물이 바로바로 팔리기는 한다”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무작위로 10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니, 대출금이 한 푼도 없는 가구가 59가구였다. 41가구가 대출금을 받아 집을 샀고 이들의 평균 대출금은 1억3400만원이었다. 집주인 평균 나이는 51세였다.
버블세븐 지역과 비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크기별로 분석한 결과 하우스푸어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파트 하락폭은 엇비슷했지만 버블세븐 지역과 비버블세븐 지역의 충격파 차이가 뚜렷했다. 나이대로는 40대와 50대, 그리고 지역으로는 비버블세븐 지역에서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꼴이었다. 분석을 맡은 김동근 오픈메이트 이사는 “하락폭만 따지면 강남 쪽 아파트에서 하락폭이 큰 아파트 수가 더 많지만, 그 외 지역은 하락폭이 적어도 상황이 더 심각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인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는다면 엉뚱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오늘도 고개를 푹 숙이고 퇴근한 김기석씨는 “빚을 내서 집 산 사람이 책임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백번 맞는 말인데, 이 터널에서 빼달라는 게 아니라 저기가 끝이라는 빛이라도 좀 보여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0월25일이면 그의 월급 통장에서 또 이자만 100만원 넘게 빠져나간다. 원금 2억5000만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취재도움 배정훈·차성준 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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