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일 목요일

무소속이 새누리당 대통령이면 시민단체는 민주당 이중대인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31일자 기사 '무소속이 새누리당 대통령이면 시민단체는 민주당 이중대인가?'를 퍼왔습니다.
[비평]‘잠재적 파트너’에 대한 도의로 ‘손가락 아닌 달’ 봐야할 때

▲ 무소속 안철수 후보(좌)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좌) ⓒ뉴스1

“무소속 대통령은 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김민영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처럼 말하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정치쇄신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안 후보 측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1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두 후보에게 토론회 참가 제안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어찌되었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존재감과 역할을 싸잡아 비판한 셈이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발언은 새로운 것은 아니고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은 이해찬 대표에 의해 제기된 이후 민주당 내부에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안철수 불가론’의 핵심적인 정서다.
민주당 바깥도 마찬가지다.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은 ‘국회의원 정원 축소론’과 함께 안 후보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정치 혁신’을 명분으로 삼고 있는 안 후보가 정작 정치 혁신의 구체성에 이르러 콘텐츠 빈약에 시달리며 ‘포퓰리즘’적 요소들에 기대고 있단 점은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작은 파문이 일었다. 단일화 논의가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여전히 민주당이 안철수 현상을 폄훼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일었다. 논란을 의식했는지 김 위원장은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수당에 끌려갈 것이란 예측일 뿐 이었다”며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곤 “단일화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과 안 후보 측이 힘을 합쳐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마음에 그러한 발언을 했다”는 선의를 강조했다.
단일화 논의를 앞두고 우회적이나마 발언의 부적절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씹어볼 대목은 많다. ‘정치개혁’론과 ‘정권교체’론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민주당 내 인사들이 ‘안철수 불가론’의 확신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다른 조건, 변수와는 또 별개로 단일화 논의가 통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김 위원장이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을 감안해도 그렇고 시기적으로도 그러하며 그의 이력을 생각해도 그렇다. 
‘잠재적 파트너’에 대한 도의로 ‘손가락 아닌 달’ 봐야할 때

▲ 김민영 민주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오마이뉴스

김 위원장은 공동선대위원장이면서 동시에 문재인 캠프의 새정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그는 시민사회 수혈 차원에서 영입된 케이스로 분류된다. 문재인 캠프가 ‘정치 혁신’을 주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까닭은 기성 정치의 모습으로는 가치 지향적인 단일화를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문 후보가 거듭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안철수 후보 개인과의 접점을 넘어서 ‘안철수 현상’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안 후보의 정치 쇄신 제안이 현실성이 부족하고 민주당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손가락이 아닌 달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권교체’를 최우선 가치로 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를 바꿔내야 한다’는 현상적 주문에 대한 화답이지 ‘안철수가 바꾸려는 정치는 위험하다’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새정치위원 이라면 더욱 그렇다. 단일화 여부를 떠나서 정치 개혁에 있어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의 ‘적대적 경쟁자’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듭 안철수의 손가락만 비난하는 것은 ‘잠재적 파트너’에 대한 도의가 될 수 없다.
후보가 ‘단일화 논의의 장을 열어달라’ 읍소하던 날에...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했다. 안 후보 출마선언 이후 평행선을 달려오던 단일화 논의는 이번 주에 들어서야 겨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밟아왔는지는 당 내부에 있는 김 위원장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지난 30일에는 문재인 후보가 직접 언론을 향해 “단일화 논의가 중요하다면 논의의 장을 열어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는데, 이는 단일화 논의를 둘러싼 지형이 만만치 않음을 문 후보가 스스로 고백한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 후보는 특히 단일화 관련해 의견 차이에 대해 언론이 ‘각 세우기’나 ‘주도권 잡기’ 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같은 식의 발언은 ‘각 세우기’나 ‘주도권 잡기’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언급이다. 구성된 인사의 면면을 봤을 때, 새정치위원회는 단알화 논의의 창구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은 조직이다. 이런 조직의 대표적 인사가 단일화 논의가 막 띄어지는 시점에 ‘안철수=새누리당 대통령’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어렵고 조심스럽게 전개되고 있는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30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새 정치 대담'을 가진 자리에서 언론을 향해 "단일화 논의의 장을 열어달라"고 읍소하며 단일화 관련해 의견 차이에 대해 '각 세우기’나 ‘주도권 잡기’ 식으로 바라봐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뉴스1

‘무소속=새누리당 대통령’이면 ‘시민단체=민주당 이중대’도 동의할텐가?
마지막으로 그의 이력을 감안할 때, 그가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설파하며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공격을 위한 공격이었다고 밖에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그의 논리대로라면 입법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많은 진보적 시민 단체들은 국회의원을 가진 야권의 동의 속에서만 입법 운동을 할 수 있는데 그럼 이러한 상황을 ‘시민단체는 민주당 2중대’라고 불러야 마땅한 것일까. 대표적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 출신인 그는 이러한 논법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의 정치개혁이 시민정치의 활성화와 여의도 정치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방향을 향해 있는 것이 맞고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면, 김 위원장 같은 이는 당적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이에 호응하고 환영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김 위원장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후보만을 중심으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고, 상대 후보를 몰아세운다면 이는 시민사회 인사들의 정치권 수혈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다.
참여정부 당시 몇몇 시민단체 인사들은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공공연히 주장하며 당시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주장’하고, 이라크 파병 등 진보적 가치에 반하는 결정에 대해서조차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읍소’하는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때에도 시민단체가 결코 참여정부의 이중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시 그런 행태를 보이던 이들은 현재 대거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거나 혹은 민주당에서 고위 당직을 맡고 있다. 그런 이들이 당 바깥의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당의 존엄을 강조하며 날 세운 비판을 날리는 것은 영 꺼림칙한 풍경임이 분명하다.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이 모호하고, 불충분하며, 비현실적이란 점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혹독하게 비판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비판이 단일화 샅바싸움의 ‘정쟁’꺼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 정쟁 꺼리를 활용하는 이들이야 말로 가장 새정치에 반하는 존재들이 아니겠는가.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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