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6일 화요일

[사설]엉터리 부품 원전,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05일자 사설 '[사설]엉터리 부품 원전,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를 퍼왔습니다.

영광 원자력발전소 5·6호기가 어제부터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원전부품 공급업체 8개사가 미국 품질검증기관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공급한 부품이 영광 원전에 집중적으로 들어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부품을 진짜 부품으로 바꾸기 위해 연말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품질보증을 받지 않은 부품을 공급받아 원전을 가동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실 조사 결과 이들 납품업체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9년 동안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000만원어치를 공급하면서 60건의 품질검증서를 가짜로 만들어 제출했다. 외부 제보가 없었더라면 원전은 계속 가짜 부품을 공급받아 가동할 뻔했다. 한수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이 퓨즈, 스위치와 같은 일반 범용제품이어서 원전 안전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올 들어 원전 고장을 일으킨 95개 부품 가운데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원전 불신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수원은 납품업체가 가짜 품질검증서를 내도 육안으로 식별할 길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원전 부품 관리가 너무나 허술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건당 300만원씩인 품질검증서 신청 대금을 아끼려고 눈속임을 한 납품업체들에 있지만, 가짜 부품을 공급받아도 까맣게 몰랐던 한수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제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한수원 직원들이 품질검증서가 가짜임을 알고도 일부러 눈을 감았는지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한수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지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원전 가동 중단이 예고하고 있는 전력난이다. 영광 원전 2기가 제때 재가동을 못하면 우리 예비전력은 30만㎾로 떨어진다. 지난해 9월15일 전국적인 블랙아웃(대정전)이 일어날 당시와 비슷한 예비전력 수준이다. 더욱이 올겨울은 유난히 예년보다 춥고, 추위가 길다고 한다. 전력대란이 걱정스러운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원전가동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고충도 이해된다. 하지만 문제가 된 부품을 서둘러 교체해야 한다. 현재 한수원은 본부장급 간부를 미국에 보내 교체할 부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부품을 사서, 이것을 품질보증기관에서 보증받는 데만 1개월에서 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최악의 사태만은 막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원전은 부품이 10만개가 넘는 만큼 언제든 고장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원전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한수원과 지경부는 지금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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