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자동차·가전·철강업종 원고엔저 울상


이글은 파이낸셜뉴스 2012-11-21일자 기사 '자동차·가전·철강업종 원고엔저 울상'을 퍼왔습니다.

달러 표시 가격 올라,수출마진 확보 비상환율發 구조조정 압박항공·여행 등은 이익↑


#.일본 수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원.엔 환율 하락으로 죽을 맛이다. 최근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일본 바이어가 "가격이 비싸다"며 신규제품 수주도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인 대한항공은 신났다. 요즘 같은 환율만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한다.

'원고(高)·엔저(低) 쓰나미'가 한국 경제의 목을 죄고 있다. 자동차, 가전, 철강, 기계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아우성이다.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으로 내몰리고 있다. 증시에선 환차익을 챙기려 외국인들이 발을 빼고 있다.

■무너진 환율에 울고 웃고

지난달 25일 원·달러 환율 1100원선이 무너진 이후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황문수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대부분 수출로 돈을 벌어들이는 우리 기업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생산원가가 똑같다면 달러로 표시된 수출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일 발표한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업종별 피해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출 마진 확보를 위한 환율 마지노선은 1086.2원이다. 하지만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083.2원으로 환율 마지노선 밑으로 하락했다. 상당수의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모간스탠리는 환율 하락이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고려아연, 현대미포조선, 대우인터내셔널 등에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원화 강세에 남몰래 웃는 기업들도 있다. 항공, 여행, 음식료, 에너지 관련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구입비용이 낮아지면서 순이익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원자재를 싸게 살 수 있는 음식료 업체들도 환율 하락이 즐겁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760원대로 떨어지면서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중 외국인은 총 1조1000억원의 상장주식을 순매도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노린 투자보다 이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가장 주된 수급 주체인 외국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도세가 연출되지만 않는다면 국내 증시의 추가 조정폭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율발 구조조정 가속화?

이 같은 환율흐름은 국내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기업들의 설자리를 뺏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중 어음부도율은 0.16%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공능력 30위 풍림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난 9월에는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함께 건설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잇따라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도 한창이다. 

삼성은 비주력사업 청산이나 유사 업종 간 합병으로 80개인 계열사 중 10%가량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는 자원개발.산업재 등 주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수입유통사업을 모두 정리하기로 하고 64개인 계열사 중 6~7개를 연내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96개였던 SK의 계열사는 이미 합병 등을 통해 91개로 줄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2008년 37개에서 2011년 63개로 급팽창했지만 지금은 57개로 줄었다.

내년에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13년 경영환경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15%가 내년 투자감소뿐 아니라 자산매각과 인력감축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수출 주력 기업에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등장한 환율 하락과 관련해선 기업들 상당수가 내년 환율이 각사의 손익분기환율보다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는 물론 국내 경기둔화 우려와 외국인 주식순매도 추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 흐름이 이뤄지고 있는 요인으로 가팔라진 위안화 절상 흐름을 빼 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안정되고 기업투자 심리가 약화된 상황에서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만을 초래해 경기 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더 높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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