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3일 토요일

[사설]물꼬 튼 영리병원 대선후보들이 막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01일자 사설 '[사설]물꼬 튼 영리병원 대선후보들이 막아야'를 퍼왔습니다.

도입을 둘러싸고 지난 10년 동안 논란을 빚었던 영리병원이 결국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모양이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지식경제부가 지난 4월 영리병원 관련 시행령을 바꾼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10월29일 시행규칙을 관보에 실어 공포하는 ‘편법’을 통해 영리병원을 허용한 것이다. 정부가 돈벌이를 위해서는 아무나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주식회사형 병원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합법적인’ 물꼬를 터준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영리병원이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며, 경제자유구역에만 있는 만큼 국내 의료제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영리병원은 외국의료기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국내 기업이 지분 5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해 3월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도 일본 다이와 증권에다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다. 영리병원은 100%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 전체 의료진의 10%만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를 두면 된다. 외국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국내기업이 운영하고 우리나라 의사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국내 영리병원인 셈이다. 

경제자유구역에만 들어선다고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송도뿐 아니라 이미 전국 6곳에 이른다. 더욱이 경제자유구역에만 들어선다는 보장도 없다. 병원협회는 외국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을 부르짖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도입해야 서비스 질도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갖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단은 의료비 부담이 문제다. 국책연구원인 보건사회연구원은 개인병원의 20%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연간 1조5000억원의 의료비가 오른다고 전망했다. 지방 중소병원 100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의료복지를 지탱해온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자기 마음대로 의료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영리병원의 고용효과도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방침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당이 반대하면 통과가 어렵다. 설사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정부가 허가를 내준 다음이어서 기나긴 소송전을 예상할 수 있다. 현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려면 대선후보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부작용 우려가 큰 영리병원 도입을 막기 위해 후보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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