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11-12일자 제50호 기사 '박근혜와 다른 ‘개헌’을 제시하라'를 퍼왔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낡은 보수로의 회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힘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 힘은 말할 것도 없이 투표함에서 나온다. 이 시대적 요청은 비단 진보 진영의 과제만이 아니다. 아직도 개발시대의 성취에 침윤된 늙은(물리적 나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수들이 흔드는 요람 속에서 기어나오는 뉴라이트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유치하다. 이들에게 박근혜의 승리가 낡은 보수의 개선문에 그친다면 그들이 얻을 정치적 자산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식의 보수 회귀에는 원대한 미래가 없다.
그럼 진보 진영(이때의 진보 진영은 '민주화운동 진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더 사실에 가깝다)은 온몸으로 거부해야 할 낡은 보수와 전혀 무관한가? 물론 아니다. 민주화운동 진영 안에도 우리가 체험한 대로 민족도 있고 이념도 있었다. 정상배와 모리배도 적지 않았다. 가슴이 뜨거운 착한 사람이 더 많았기에 그들이 숨기 좋았을 뿐이다. 순수야말로 민주화운동 진영의 유일한 자랑거리였지만, 언제까지나 그걸 우려먹을 일도 아니다. 민주화운동이 기득권 세력에게 변화를 강제했다면, 30년 세월은 이제 똑같이 기득권화한 민주화운동 진영의 내부 혁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 현실주의와 지역주의,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 다 부정할 일은 아니지만 더 나은 진보를 위해 아프게 깨지는 껍질이 되어줘야 할 시기가 왔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은 보수 총단결의 정해진 수순을 잘 보여줬다. 진보 진영도 계약서 작성에 시간이 걸렸을 뿐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 단일화는 낡은 보수로의 회귀를 저지하라는 시대적 요구다. 그러면 진보 대연합(통합 또는 연대 그 무엇이든)은 보수 총단결과 무엇이 달라야 하나?
진보적 입장을 줄곧 견지해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한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분명히 지지한다. 지지의 조건은 진보적 개혁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다. 진보 진영이 대중 불신의 한 축이 된 것은 노선이 싫어서가 아니라, 기득권에 기댄 채 변화를 주저하고 심지어 거부했기 때문이 아닌가?
이번 18대 대선 국면에서 한국 정치의 진화와 개혁의 가장 분명한 보증은 헌법 개혁, 즉 개헌에 대한 약속과 실천 의지다. 박근혜의 정치 개헌론은 낡은 보수의 초조감을 드러낼 뿐이다. 올바른 개헌의 방향성과 실천에 대한 신뢰야말로 개헌의 정치적 순수성을 보장한다. 정치가들의 편의주의를 뛰어넘어야 1987년 체제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민주주의 청사진을 그려보일 수 있다. 개헌은 인권 개념의 확장, 경제 민주화, 사회적 조화, 주체적 통일관, 평화적 국제관계 등 전 부문에서 '사람이 사람다운 나라' 라는 대명제를 씨줄과 날줄로 짜는 새로운 베틀과 북을 만드는 일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지난 6월호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각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들을 통해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다시 한번 주장한다. 민주화의 계승자로서 야권 단일 후보는 제도민주주의의 험난한 여정을 담당했던 제6공화국(1987년 체제)과 능동적으로 작별하고 사람 중심의 민주주의를 꽃피울 제7공화국(보편으로서의 민주주의)의 문을 여는 선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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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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