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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
[현장르포]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
노진섭 | 시사저널
경제 '허리'가 사라진다…회복 자신감마저 상실하면 더 큰 문제
# 사례 1. 하우스푸어. “빚잔치하려고 돈을 번다”
남자가 운다. 5억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도 당장 주머니에 5,000원이 없어 점심을 걸러야 하는 삶은 서럽다. 황성민(34·가명)씨는 비비 꼬인 자신의 삶을 되짚자니 목이 메어 이따금 헛기침하지 않으면 말을 잇기 어려웠다. 오래전 부모를 여읜 그는 혼자 힘으로 학교를 마치고 직장도 얻었다. 직장 생활 3년 반 만에 경기도 광주시에 22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결혼을 앞두고 모아둔 돈과 은행 대출금을 합쳐 생애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그의 소박한 꿈이 현실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작은 집이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장만하고, 가족이 오순도순 사는 삶은 그의 오랜 소망이었다. 자신의 부모는 끝내 집 한 칸을 마련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보상 심리였을 터이다. 황씨는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아내도 아르바이트로 몇 푼 벌어서 월 300만원 벌이가 되었다. 세금 내고,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아도 매월 저축도 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9년부터 삶이 꼬이기 시작했다. 집안 사정상 장인과 장모를 모시고 살 수밖에 없었던 황씨는 더 넓은 집이 필요했다. 4억5,000만원에 아파트를 덜컥 계약했다. 그는 “당시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중대형이었다. 제일 작은 평수가 35평이었는데, 추첨으로 분양이 끝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남은 45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그것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트 대금의 절반은 기존에 살던 집과 작은 선산을 팔아 충당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우선 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융자받아 계약금을 냈다. 선산을 팔아 1억원을 마련했다. 입주까지는 3년이 남아서 재투자를 하기로 했다. 조금이나마 돈을 더 불릴 생각에 평당 20만원짜리 땅을 샀다. 선산을 팔고, 땅을 사는 과정에서 양도세와 취득세로 2,000만원이 나갔지만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3년이 지나 입주할 시기가 왔지만 그는 입주를 포기했다. 은행 대출금과 아파트를 판 돈으로 어떻게 분양 대금은 충당했지만 은행 대출 이자가 만만치 않았다. 황씨는 “결국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면서 장인과 장모를 모실 수 없게 되었다. 아파트로 입주하면 대출금 이자를 갚기 위해 월급을 다 써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 아파트를 1억8,000만원에 전세를 주고, 나는 아내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1989년에 지은 18평짜리 집을 6,000만원에 얻었다”고 말했다.
2년 전 출퇴근 등 여러 문제로 직장을 옮겼다. 연봉 3,500만원 계약직이었다. 월급에서 세금을 원천 징수하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220만원 선이다. 아내가 임신해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대출금의 이자만 매달 100만원이다. 아파트 취득세 800만원도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아서 해결했지만, 한 달에 이자가 28만원이다. 얼마 전 생활비가 부족해서 1,000만원을 카드로 신용 대출받고 월 5만원씩 이자를 갚고 있다. 대출 이자만 모두 130만원인 셈이다. 교통비 5만원, 통신비 10만원, 관리비 4만원, 점심값 6만원, 장인 용돈 10만원을 제하면 55만원이 남는다. 요즘 시장에 가면 10만원으로도 살 것이 거의 없다. 물가는 오르고 수중에 돈은 뻔하다.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세금을 내거나 경조사비를 내기라도 하면 적자 인생이다.
그의 취미는 사진 촬영이다. 생활비가 없으니 카메라를 헐값에 팔았다. 황씨는 “아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빌려 주말에 결혼식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 건당 15만원을 받는다. 다음 달에 아이가 나온다. 아이 용품이 얼마나 비싼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중고품이라도 마련하려면 투잡을 하지 않는 한 도리가 없다”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평당 20만원에 산 땅을 10만원에라도 팔아서 우선 생활비로 쓰려고 해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 세금과 확장비 등을 합쳐 5억원에 분양받은 45평 아파트를 4억원에 내놓아도 거래가 없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사람 만나기를 피한다. 커피라도 한잔 사야 하고 술도 먹어야 하는데, 그럴 돈이 있어야 말이지. 아내는 화장품과 옷을 언제 샀는지 기억이 없다고 한다. 아내와 밤에 누워 이런 말을 한다. 월급 220만원을 그대로 생활비로 쓰고 살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나는 매달 빚잔치를 하기 위해 돈을 버는 셈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황씨는 자신의 집이 있지만 가난에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푸어(house poor)이다.
# 사례 2. 워킹푸어. “돈이 없어 출산이 두렵다”
올해로 직장 생활 10년 차인 이호민(36·가명)씨는 회사에서 중간급 직책을 가진 샐러리맨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오랜 기간 열심히 일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 근로자, 즉 워킹푸어(walking poor)라고 한다. 그는 자신 명의로 된 집이 없다. 집은 없지만 큰 대출 이자 부담이 없고 매달 20만원은 저축한다. 한 달에 300만원을 버는 이씨는 전형적인 중산층에 속하지만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씨는 “지난달 보험료 38만원, 통신비 10만원, 교통비 15만원, 대출 이자 10만원, 소득세 12만5,000원, 건강보험료 10만5,000원을 냈다. 연간 근로소득 원천 징수금은 92만원 정도이다. 살림이 빠듯하다. 중산층이라면 은행 대출 없이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출 이자가 무서워 집 장만은 꿈도 못 꾼다”라고 말했다.
2007년 결혼하면서 이씨는 자신이 자취하던 서울 연남동 단칸방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아내가 임신한 뒤로는 조금 넓은 전셋집을 구해야 했다. 가진 돈이 없으니 서울에서 밀려나 인천 부평구로 이사했다. 34평 빌라를 1억원에 얻은 것은 행운이었다. 이씨는 “집주인이 급히 1억원이 필요해서 시세보다 싸게 전셋집을 구했다. 그렇지만 2년 후 전세 재계약 시기가 되자 집주인은 시세대로 전세금을 올려 받아야겠다고 했다”며 당황스러웠던 그때를 떠올렸다.
추가로 1억원이 필요했다. 다시 짐을 꾸려 근처에 있는 20평짜리 빌라를 1억2,000만원에 전세로 얻어 이사했다.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았고 어머니에게 손을 벌려 도움을 받아 이사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이씨는 “최근에 아이를 낳았다. 친척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어 출산비를 마련했지만, 아이 분유값, 기저귓값, 아이 용품 등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 투잡을 뛰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시간이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요즘 중산층이 두터워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중산층이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얇아지는 중산층
사례1의 황씨와 같은 하우스푸어는 전체 가구의 10%에 육박하는 108만가구로 늘었다. 이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집을 팔아도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구이다. 이 중에 대출금이 집값의 80%를 넘어 경매에 넘겨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가구도 18만5000가구로 추산된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정점에 달했던 2006~07년 은행 대출로 집을 장만한 사람들이다.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원리금을 갚고도 남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을 팔아봐야 적자다. 사실 집을 팔려고 부동산 시장에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이들은 매월 불어나는 원리금에 허덕인다. 하우스푸어는 대부분 20~40대 직장인과 자영업자다. 경제 활동의 핵심인데, 이들이 하우스푸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사례2의 이씨와 같은 워킹푸어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업의 이윤확대가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은 직원 수를 줄였고 그나마 남은 직원의 임금도 깎았다. 기업은 근로자에게 '1당 100'의 정신을 강요했다. 비용 절감으로 기업은 살아남고 몸집을 키웠지만 근로자는 가난해졌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이 향상하는 비율만큼 임금은 증가하지 않았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위노동비용(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단위노동비용) 증감률은 마이너스를 유지했고, 올해 1분기에는 -6.6%, 2분기에는 -3.9%였다. 반대로 올해 물가는 4%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월평균 임금은 202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2.4%), 영국(2.2%), 독일(2.2%), 일본(0.5%)보다 못한 수준이다.
한국 중산층의 현실이 이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중산층은 소득이 가장 많은 사람과 가장 적은 사람을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그 소득의 50%에서 150%까지에 해당하는 가구를 말한다. 150% 이상은 상류층, 50% 이하는 하류층이다. 한국의 중산층은 월수입액으로 따져 보면 175만원에서 525만원인 가구가 해당한다.
한국은행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중산층 비중은 1995년 75.3%에서 2010년 67.5%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중산층이 얇아졌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중산층이 얇아지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기술 진보 현상이다. 숙련된 기술자나 고학력자에 대한 수요만 늘어나면서 그 이하 사람들은 직업을 갖기가 어려워졌다. 취업 시장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기는 배경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금융 자유화(규제 완화)이다. 노동은 근로자가 하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과도할 정도로 많은 임금을 가져갔다. 고급 인력을 채용하려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부자는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산층 포기자가 문제
더 큰 문제는 통계적으로는 중산층에 속하지만 스스로 하류층 또는 빈곤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산층 포기자가 생기는 이유는, 통계적 중산층과 체감하는 중산층의 온도 차이 때문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어떤 모습일까?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한 중산층에 대한 기준을 종합하면 이렇다. 월급이 보장된 직업이 있고, 자기 집이 있으며, 저축도 조금 해서 은행 통장에 현금이 있고, 승용차 등 생활 편의 수단을 갖춘 가구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국민에게 물었더니 자신을 상류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전체의 1.9%, 중산층이라고 본 사람은 52.8%, 하류층이라고 말한 사람은 45.3%로 나타났다. 상류층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엄살을 떨고, 중산층은 하류층이라고 자신을 비하하는 경향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전에는 전체 가구의 70~80%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06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조사를 보면 그 수치는 28% 수준에 그쳤다.
또 지난해 중산층의 20%가량이 해마다 계층 하락의 위험에 놓여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산층에서 하류층으로 내려간 비율은 1998~2008년 사이에 10~20%로 꾸준히 오르락내리락했고, 2006~08년 사이에는 20%에 근접했다. 상류층으로 올라간 비율은 10%를 밑돌았다. 설윤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통계적인 중산층과 심리적으로 느끼는 중산층의 개념 사이에 괴리감이 크다. 최근 중산층 비중이 다소 회복되는 것 같지만 심리적 괴리감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통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보다 중산층이 두터워졌다고 한다. 통계는 허점이 있을 수 있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굳이 통계 숫자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중산층이 허덕이는 현실은 사실이다. 하우스푸어와 워킹푸어라는 말 자체가 현재 이 땅에 살고 있는 중산층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대변한다.
중산층은 이미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에는 월소득 300만원 이상 중산층에서 개인 회생을 신청한 경우가 전년보다 27% 늘었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자료에 따르면, 2010년까지 5만건 안팎을 유지하던 개인회생 접수건수는 지난해 6만5,171건으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도 7월까지만 벌써 5만2,843건이나 접수됐다. 개인회생 제도는 파산제도와 달리 주로 중산층이 대상이다. 최장 5년간 가구 소득 가운데 법원이 정한 가구별 생계비와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남는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사용하면, 남은 빚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매주 로또 복권을 사는 박신성(40.가명)씨는 "월급으로는 겨우 먹고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중산층이라지만 돈이 없어서 저금을 할 수 없다. 미래는 어둡다고 하는데, 기댈 곳도 없다. 서민으로서는 로또와 같은 한탕을 바랄 수밖에 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박씨처럼 복권을 구매하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6,204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증가했다. 로또복권이 1조4,171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팔렸고, 인쇄복권과 전자복권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7월 첫선을 선보인 연금복권은 올 들어서는 판매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복권위원회 조사결과, 월소득 2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의 복권 구매는 줄어든 반면, 월소득 300만원 이상 계층의 구매는 점점 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다른 기대감을 갖기 위해 복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빈곤층으로 전락을 걱정하는 중산층이 복권을 통해 불안을 달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들을 일부 국민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도 중산층이 무너진 상태라고 진단하며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을 주제로 한 책들이 서점가에 넘쳐나고 있다. 또 경제 원로들도 토목공사에 쓸 돈을 중산층을 위해 투자하라고 훈수할 정도로 이 땅의 중산층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 대부분 "계층상승 어려울 것"
이처럼 중산층은 얇아지는 현상을 지나 몰락하고, 허황된 꿈을 쫓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여기에는 여러 내·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개인이 피부로 느끼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들어오는 돈은 뻔하고, 꼭 써야 할 돈은 늘어난 때문이다. 꼭 써야 하는 돈은 재산세·소득세·자동차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국민연금·이자 비용 등의 경직성 비용이다. 소비를 위한 지출이 아니라는 뜻에서 이를 비소비 지출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소득 중에서 비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8.8%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00만원을 벌어 연금·이자·건강보험료 등으로 18만8,000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여유가 그만큼 줄어들어 살림살이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최저 시급은 4,580원이고, 칼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5,378원이다. 비소비 지출을 제하고 자신의 손에 쥐는 돈이 월 80만원 정도라면 아르바이트 시급을 버는 것과 비슷하다. 월 90만원이라면 시간당 칼국수 한 그릇 살 돈을 버는 셈이다.
미래가 걱정이다. 무엇보다 중산층이 회복할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경제가 살아나도 성장 동력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중산층의 대부분이 30~40대로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성인 남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분류한 응답자가 50.1%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이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소득층'이라는 응답은 34.6%, '예전에는 중산층이었으나 현재는 저소득층'이라고 답한 경우는 15.5%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긴 응답자는 46.4%로 조사돼 통계청의 중산층 비중인 64%와 큰 차이를 보였다. 스스로 고소득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해 통계청의 고소득층 비율 20.8%에 한참 못 미쳤다. 향후 계층상승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98.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양극화 진행, 체감경기 부진 등으로 회복할 자신감이 없다는 방증이다.
정부와 금융권도 이런 사실을 알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각종 사회복지수당이나 늘리면 중산층 스스로에게 자기 비하의 초라한 인식을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 대기업과 부자 때리기로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산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은 근본적인 대책을 원한다. 직장인 주영래(42)씨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월 몇 푼 주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중산층에 대한 대안도 마찬가지이다. 중산층에 수당을 주고, 은행 대출 갚은 기간을 연장해주는 따위의 대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는 세대별 특성에 맞춘 대책과 같은 근본적인 방법이 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세계적인 불황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그 사이에 중산층은 씨가 말라 버릴 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20대에게는 일자리, 30대에게는 주거안정과 가계부채 경감방안, 40대에게는 사교육비 부담 완화, 50대 이상은 정년 연장과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민도 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소득의 20% 안에서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66.3%로 최저점을 찍은 중산층 비중이 2009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67.7%까지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전·현 정부가 추진해온 복지 정책 및 공정거래법 강화 등의 약발이 먹힌 것으로 분석한다. 이런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중산층의 몰락을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예방책은 교육에 있다. 먹고사는 일이 급하다 보니 응용 학문이 많이 늘었다. 정보 처리, 금융학 등인데, 이런 학문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강조되는 점이 문제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학문이어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현실 학습 능력이 약하다. 오히려 인문, 기초과학을 강조해서 어떤 현실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플랫폼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그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장학금을 소득 수준에 맞춰 지급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라고 제안했다.
노진섭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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