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9일자 기사 '부가세 올려 복지하자고? “부자감세 지키려는 궤변”'을 퍼왔습니다.
[경제신문 톺아읽기] 세율 낮지만 세수 비중 가장 높아… “부자감세 철회, 직접세 강화가 우선”
복지재정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를 15%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간접세가 늘어날수록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간접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부가세를 인상할 경우 부자 감세를 하면서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조선일보가 “지난 35년 동안 10%로 고정돼 온 부가가치세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을 추진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부가세 인상”이라는 논리다. 김 교수는 “복지 공약을 실현하려면 현행 10%인 부가세율을 장기적으로 1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도 김 교수의 주장을 비중있게 인용했다. “기초 생활필수품 면세 제도로 인해 부가세율을 올려도 취약계층이 지는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소득 재분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부가세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을 취약계층에 직접 보조금 형태로 지급해 역진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버핏세를 걷자”는 주장도 함께 내놨다.

조선일보 11월9일 6면.
이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정권이 결국 친기업으로 우회전했다”면서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고 대신 부가세를 인상해 세원 부족분을 메우기로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올랑드는 부가세를 올리는 것은 기업의 부담을 일반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며 반대 깃발을 흔들어댔지만 10.8%에 이르는 실업률과 경기 침체를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가세 세율. ⓒOECD 2010년 기준.
먼저 우리나라 부가세 세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은 18.5%다. 33개 회원국 가운데 부가세 세율이 10%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오스트레일리아(10.0%), 스위스(8.0%), 캐나다(5.0%), 일본(5.0%) 밖에 없다. 그러나 부가세가 전체 세금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32.8%로 OECD 평균 31.3% 보다 높다. 단순히 부가세 세율의 문제가 아니라 의존도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가세가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율 ⓒOECD 2010년 기준.

소득세가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율 ⓒOECD 2010년 기준.
반면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3%로 OECD 평균 23.9%보다 크게 낮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국세 세목 기준으로 집계한 간접세 비중이 2010년 기준으로 53.1%에 이른다. 미국은 10% 내외, OECD 평균은 20% 내외다. 간접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 사회보장세를 더한 직접세 비중이 우리나라는 GDP의 17.1%로 OECD 평균 24.4% 보다 낮다.
한국경제가 부가세 인상에 무게를 싣는 것과 달리 매일경제는 부정적이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정치권이 손쉽게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고 부가세 증세론을 펴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른다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그 10%만 세금으로 거둬도 30조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부가세 증세론은 그런 다음에 논의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최근 부가세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짚고 넘어갈 건 부가세가 세율은 낮지만 세수 의존도는 매우 높다는 사실”이라면서 “우선 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보편적 증세를 하려면 가장 총량이 큰 소득 공제를 줄이는 게 우선이고 사회보험료(국민연금)를 높이는 게 그 다음이고 부가세를 올리는 건 그 다음에 논의 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조세연구원 성명제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부가세 부담이 역진적이기 때문에 세율을 인상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소득 대비 부가세 부담률이 평균 3.6%인데 소득 최하위 1분위(3.6%)에서 상위 9분위(3.5%) 까지 큰 차이가 없고 10분위에서만 3.1%로 다소 낮게 나타나 대체로 소득에 비례한다는 분석이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부가세 세율 인상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부가가치세는 35년 동안 세율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가 “당장 증세를 전제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부가세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홍헌호 소장은 “재정 지출은 급증하는데 돈 나올 데가 없는 상황이라 진보진영에서도 부가세 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있지만 15%는 지나치고 1~2%포인트 인상하는 정도는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소장은 “담배 소비세를 1000원 정도 인상하는 것도 대안인데 당장 4조원 이상 세수가 늘어나는 데다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부담을 완화시켜 재정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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