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위험천만한 군비경쟁, 뒷감당을 어찌할 셈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11일자 기사 '위험천만한 군비경쟁, 뒷감당을 어찌할 셈인가'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군사력 증강하면서 위험도 늘어나는 안보의 딜레마

북한 전역을 한국군 유도탄의 사정거리에 두게 됐다.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기존의 300km에서  800km로 늘릴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지난 10월 7일 타결된 한·미 미사일 협상 결과의 골자다.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500kg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사거리가 줄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는 ‘트레이드 오프’ 조항을 둠으로써 사실상 탄두 중량이 해제된 셈이다. 사거리를 550km로 줄이면, 탄두 중량을 1000kg, 사거리가 300km일 경우, 2t까지 늘릴 수 있다. 무인항공기의 탑재 중량도 세계 최고 수준인 2.5t까지 확대되고, 무장 능력도 구비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미사일 방어 능력도 언제든 발휘할 수 있도록 탐지-식별-결심-타격이 즉각 가능한 일련의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이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방위 및 억지력이 개선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반도가 미사일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다 북한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는 터에 방어적 충분성 논리에 따른 자위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누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상대방도 군사력을 증강하게 됨으로써 우리의 안보가 오히려 위태롭게 된다는 안보 딜레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개최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타결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미사일 사진을 들고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의 군사력 위협 수준을 실제 이상으로 평가하고, 평가 수준보다 우위의 군사력을 갖추려는 경향이 있다. ‘최악의 사태 분석’ 이론이다. 위협 상황을 자기에게 좋지 않은 쪽으로 최악의 상정을 해놓고 이에 대비하게 된다는 논리다.  

북한도 그들 입장에서 핵과 미사일 전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나서지 않겠는가.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고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뚫을 공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 핵탄두 개발을 서두른다든지, 이동식 미사일을 개발, 배치하거나 미사일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따위의 군비 증강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한반도 군비경쟁이 격화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경쟁과 이로 인한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 가속화다.

미국은 올해 초 중국을 집중대상 국가로 설정한 새 국방전략 지침을 선언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와 포위망을 옥죄어 왔다. 미국의 중국 봉쇄선을 남중국해로 확대하고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이 섬들이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지난 3일 문제의 해역 인근에 핵추진 항공모함 2개 전단을 배치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 봉쇄 전략에서 미·일 군사동맹 관계가 핵심임을 드러내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에서는 일본의 동맹국이 공격 받을 경우 동맹국을 공격한 국가에 대한 공격 권리인 집단자위권을 행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평화헌법의 족쇄를 풀고 로켓 기술을 탄도미사일로 전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1만km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미사일 강대국이다. 

이런 판에 중국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통한 한·미 동맹 차원의 전력 증강을 곱게 볼 리가 없다. 한국 국방부는 이번에 타결된 미사일 지침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중국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는가.

한국과 미국은 지난 6월 외교·국방장관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성명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협조 메커니즘을 강화하겠다면서 아세안과 인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중국이 한·중 관계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제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나설 경우, 중국이 이를 과연 얼마나 만류할 수 있겠는가.

아시아 지역의 군사력 강화를 꾀해 온 미국은 이라크 등에서 사용하던 ‘프레더터’ 따위의 무인기를 아시아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의 핵 감시 명목이라고 하지만, 이 무인기가 중국을 노린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이미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를 군제에 정식 편입한 중국과 미국의 군비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 우리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동향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1953년 정전체제가 생긴 이후 동북아, 특히 한반도를 지배하는 주요 변수가 돼 왔다. 두 나라의 갈등과 군비 경쟁 관계가 곧 한반도로 이어져 왔다는 얘기다. 

6자회담도 실종되고 남북관계도 최악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미·중 관계에서 비롯되는 험난한 파도에 한반도가 휩쓸릴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 분쟁에 휘말리게 될 군비경쟁에 덩달아 나설 계제가 결코 아니다. 위험천만한 뒷감당을 어찌 할 셈인가.

지난 2009년 국방연구원이 청와대에 제출한 비밀문서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 참여하면서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을 부수적으로 확보한다”는 대미 협상전략을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인가. 

이번 달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 간 미사일 방어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진정한 평화와 생존 전략을 그야말로 깊이 성찰하고 판단해야 한다.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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