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4일 수요일

예비군 정신교육 ‘이상해졌다’ 했더니


이글은 노컷뉴스 2012-10-24일자 기사 '예비군 정신교육 ‘이상해졌다’ 했더니'를 퍼왔습니다.
박승춘 보훈처장 사조직 ‘국발협’이 동원예비군 안보교육 독점


서울 양천구에 사는 32살 A씨는 지난 주 예비군 동원훈련을 받던 중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장교(중위)로 전역한 뒤 올해로 4번째 받는 예비군 동원훈련이다. 훈련은 경기도 양주시 72사단 동원훈련장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실시됐다.

훈련은 여느 해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안보교육’과 ‘군 포스터’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예년의 안보교육은 전체적으로 애국심과 군인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올해 안보교육은 시종일관 ‘반공’, ‘좌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안보교육 강사는 ‘내부의 적’ 때문에 망한 나라라며 베트남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베트남은 공산화되기 전에 자유주의 정부 아래서 매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주로 ‘인권’, ‘민족 자주 국방’, ‘평화’ 등을 외치는 집회였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재야세력과 야당 대표는 간첩이었고, 정부 고위층 요소요소까지 간첩이 침투해 있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공산 정부는 자유주의 정부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베트남 대사관 공사로 근무했던 이대용 씨의 증언도 이어졌다. 베트남의 패망 요인이 ‘내부의 적’ 때문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들을수록 여당과 보수단체들이 최근 들어 부쩍 부각시키고 있는 ‘종북세력’이 떠올려졌다.

포스터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연평도를 배경으로 '쌀을 되로 줬더니 포탄을 말로 갚네' 라는 구호가 새겨진 포스터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가 안보교육 독식

동원예비군 훈련장의 모습, 특히 ‘안보교육’이 이처럼 갑자기 달라진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동원예비군 안보교육을 하는 주체가 달라진 것이다.

국방부는 올해 초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이하 국발협)와 예비군 동원훈련 안보교육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다.(왼쪽 사진)

국발협은 지난해 1,323회에 이르는 예비군 동원훈련 안보교육 강사를 지원해 준 뒤, 올해 국방부와의 정식계약을 통해 동원훈련 안보교육 업체로 선정됐다.

올 한해동안 실시되는 1,272회의 동원훈련 안보교육에 대한 독점권을 따냈으며, 안보교육에 대한 대가로 국방부로부터 모두 2억2천만원을 받기로 했다.

국발협이 올 1월 27일 국방부에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2010년 1월 ‘국민안보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사업’ 등의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그 해 8월 재단법인 설립 허가(국방 10-6호)를 받았다.

국발협은 국방부에 제출한 공익활동 실적서에서 “2010년 2,053회, 2011년 6,330회의 범국민 안보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강사도 70여명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이상태 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강사들이 군 출신이었다. 장성 출신이 20명, 영관급은 32명, 위관급이 7명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한 해 50만명에 이르는 동원예비군의 안보교육을 도맡아 책임지고 있다.


◈ 안보교육 구실로 총선 · 대선 개입

국발협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민간인 신분일 때 주도해서 설립한 단체다. 

박승춘 처장은 최근 반유신 · 반독재 민주화세력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의 DVD를 대량 제작해 배포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10월 23일자 노컷뉴스 '反유신=종북'…보훈처, 정치개입 DVD 대량 배포

이 DVD는 지난해 말 11장의 동영상이 한 세트로 제작됐으며, 1천 세트가 올 4월에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와 12월 실시될 제18대 대통령선거에 맞춰 전국의 보훈관서와 민간단체 등에 배포됐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이 영상들을 보훈 · 애국단체 등에 배부해 회원 교육에 사용하도록 하고, 보훈관서에서 대외기관 나라사랑교육을 추진할 때 활용하도록 해왔다”고 밝혔다.

박승춘 처장이 국가보훈처라는 국가조직과 국발협이라는 민간조직, 즉 공 · 사조직을 동원한 ‘안보교육’을 앞세워 총선과 대선에 교묘하면서도 치밀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박승춘 처장은 2004년 육군 중장(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은 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국가보훈처장으로 발탁된 그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신화’이며 반유신 · 반독재 민주화세력은 ‘종북세력’일 뿐이다.

CBS 김준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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