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일 수요일

8개 협정문서 무더기 번역 오류 발견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3일자 기사 '8개 협정문서 무더기 번역 오류 발견'을 퍼왔습니다.

ㆍ정정 예산은 2년째 편성 안돼

조약 번역 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으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유럽연합(EU) FTA 이외에도 번역 오류 때문에 협정문 한글본을 뜯어고친 사례가 무더기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위한 예산은 2년째 편성되지 않고 있다.

2일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외교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외교부는 지난해 한·미 FTA 협정문 한글본 등에서 번역 오류가 나타남에 따라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가 진행 중인 조약에 대한 검독을 실시한 결과 8건의 조약에서 번역 오류를 발견했다. 8건은 한·스페인 형사사법공조조약(스페인어본, 한글본 동시 정정), 한·스페인 사회보장협정(스페인어본, 한글본 동시 정정), 한·바하마 조세정보교환협정(한글본 정정), 한·가봉 이중과세방지협약(불어본, 한글본 동시 정정), 한·쿠웨이트 수형자이송조약(한글본 정정), 한·파나마 이중과세방지협약(한글본 정정), 한·몽골 수형자이송조약(한글본 정정), 한·스위스 이중과세방지협약 개정의정서(한글본 정정) 등이다.

외교부는 “서명됐지만 발효가 되지 않은 이 8개 조약에 대해 용어 사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다 정확한 번역 표현, 일부 표현의 누락·착오 정정 등을 위해 상대국과의 합의하에 정정을 위한 각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8개 조약 이외에도 한·아세안 FTA,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한·미 FTA(296건), 한·EU FTA(207건), 한·페루 FTA(145건) 등에서도 번역 오류가 발견됐다.

홍정욱 전 의원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정부 간 해사자문기구 협약, 전시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협약,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약 등에도 번역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외교부는 한국 정부 수립 이후 체결·발효한 조약의 양(2861개)이 방대한 점을 감안해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조약 등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순차적인 검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유엔헌장,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 등의 다자 조약은 한글본이 정본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많이 참조하는 조약이니만큼 검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검독이 진행됨에 따라 추가적인 번역 오류가 잇따라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 조약 번역 오류를 정정하기 위한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올해 예산안에 ‘조약정비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5억원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조약 검독역량 강화 시스템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현재 조약과의 근무인력으로 기존 업무 이외에 이미 체결된 조약에 대한 전체적인 검독을 실시하기는 역부족”이라며 “번역·검독 인력이 장기근무하는 별도 조직의 신설을 위해 앞으로 관계부처와의 협의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은 “조약은 법률이며, 외교의 근간이다. 쓸데없는 로비·홍보 예산을 삭감해 전면적인 조약 검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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