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5일 금요일

“이대론 필패”? 조중동의 앓는 소리와 4·11 총선의 기억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5일자 기사 '“이대론 필패”? 조중동의 앓는 소리와 4·11 총선의 기억'을 퍼왔습니다.
[비평] 1년째 ‘박근혜 위기론’ 엄살, 야권은 후보단일화 구호만 난무

연일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이 한 바탕 뒤 엎어질 기세고,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들은 연일 새누리당을 향해 “이대로는 필패”라는 강력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비공개의원총회에서 “이대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선대위 재구성을 비롯해 박근혜 후보에게 전권을 백지위임해야 한다”며, 박 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5일자 16면 (유승민 “대구선 친박들 썩었다고 한다, 그게 현실일 수 있다”) 제하 기사에서 이날 의총에서 발언한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서는 “부산도 매우 어렵다”(나성린), “2002년 보다 더 안좋은 분위기”(남경필), “쇄신이 없으면 필패”(윤상현) 등 다급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5일 조선·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동아일보는 이 문제를 사설로 지적했고, 조선일보는 4일 사설에서 민주당과 묶어 새누리당의 친박프레임에 강력한 비판을 가했다. 지난 4일 남경필 선대위 부의장의 “후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을 통해 새누리당 내 위기론을 전한데 이어, 연이틀 이를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 동아일보 10월 5일자. 4면.

물론 새누리당은 현 상태를 충분히 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추석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론조사 양자구도에서 박 후보가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텃밭 부산에서는 야권 후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고, 총선에서 박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충청권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나온 비판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동아일보는 5일 (세종시 약발 뚝…야성 회복…충청, 대선 흔든다)제하 기사에서 “한가위 민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강한 경고음을 보낸 곳은 뜻밖에도 충청지역”이라며 “대구·경북·강원과 함께 박 후보를 떠받쳐온 충청이 흔들리자 새누리당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대선 캠프를 갈아 엎을 만큼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을까? 그렇지가 않다. 박근혜 후보는 몇 년째, 언제나 40~45%를 유지해왔다. 추석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최하 40.7%(YTN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 최고 47.8%(국민일보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를 기록했다. 어림잡아 44%대 전후로 평균이 나온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4일 울산여자상업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자신의 취약점인 젊은 세대, 자신의 강점인 여성을 동시에 감안한 듯 보인다. ©박근혜 캠프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는 야권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에서 기인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위기론’이 번지고 있다. 잇따른 당 내 사건사고가 위기감을 키웠다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새누리당은 현영희, 현기환, 송영선 등 문제가 발생한 인물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내보내는 등 나름 성실하게 대응해왔다. 또 이것이 지지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자당 후보의 지지율이 이렇게 견고하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자당 후보의 견고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야권 후보를 집중적으로 견제해 지지율을 낮추거나, 야권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언론들은 적극적으로 ‘위기론’에 부채질 하고 있다.

▲ 조선일보 10월 5일자. 1면.

그 의도가 궁금한 가운데, 당장 5일자 조선일보 1면 지면배치가 눈에 띈다. 1면 톱기사는 ‘간첩’기사다. 곧바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북관 관련 기사가 나온다. 모두 보수진영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사가 바로 (새누리 “후보 빼곤 다 바꿔야”…박 “지금은 힘 모을 때”)다. 즉 1면의 흐름이 간첩→문재인 대북정책→새누리당 집권 위기 순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조금 더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 이 상황이 묘하게 4·11총선과 닮았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도 새누리당에서는 연일 앓는 소리가 나왔다. 공식선거운동개시일 전날인 지난 3월 28일, 이혜훈 당 종합상황실장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텃밭’인 부산·경남까지 야권의 도전이 상당히 강해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 조선일보 3월 29일자 4면.

당시에도 여론조사의 결과는 새누리당으로서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야권에서는 과반 이상을 자신했고, 새누리당은 공포에 떨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은 이러한 위기론의 결과물이다. 당은 명칭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이상돈·이준석 등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또한 현역의원 상당수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물갈이를 이뤄냈다. 물론 이것은 대부분 친이계 숙청 형태였지만 위기론과 맞물려 그 모양새는 ‘당 쇄신’으로 결론 났다. 반면 새누리당의 위기론이 가중될수록 야권의 도취감은 커졌다. 공천, 선거연합을 통해 지역 나누기에 매진했다. 새누리당이 연일 ‘변화·개혁’을 외칠 때, 야권은 ‘단일화'와 ‘정권심판’ 외 아무것도 없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도 야권의 승리를 점치며 새누리당의 위기를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2월 8일자 4면 (지역구 불출마 선언 눈물 글썽인 박근혜) 기사는 새누리당의 위기와 쇄신의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결론은 새누리당의 과반 이상 승리로 끝났다. 각종 악재가 있었지만 보수표는 결집했고 보수언론들은 ‘박근혜의 힘’(동아일보, 중앙일보), ‘새누리 대역전, 야권 패배’(조선일보)라며 그제야 새누리당의 위기론 공세를 끝냈다.

▲ 중앙일보 4월 12일자. 1면.

이번 대선에서 4·11 총선의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아울러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친박계 비리, 골프논란 등 각종 악재는 ‘친박 쇄신’이란 말에 가려지고 있다. 야권은 어떨까? 새누리당의 위기감이 커질수록 야권에서는 후보단일화의 목표의식이 희박해지거나 단일화만 하면 승리한다는 도취감에 들 수 있다. 서민과 노동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 대신, 경제민주화와 후보단일화의 구호만 난무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분명 위기다. 박근혜 대세론은 이미 무너졌다. 하지만 1년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현재의 여론조사 구도는 문재인 후보의 상승국면을 제외하면 1년 전부터 이어지던 구도다. 오히려 현재 3자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는 크게 앞서고 있고, 양자구도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여권이 위기라면, 야권도 위기다. 아직은 분명히 3자 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만 위기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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