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5일 금요일

[사설]구미 불산 유출 사고 ‘제2의 페놀 사태’로 다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4일자 사설 '[사설]구미 불산 유출 사고 ‘제2의 페놀 사태’로 다뤄야'를 퍼왔습니다.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유출 사고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구미4공단 내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이 유출돼 5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사고 수습은커녕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사고 지점 600m 반경 안의 봉산1리 주민을 비롯해 600여명이 두통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갈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들판과 임야가 누렇게 변하고 소와 개 등이 콧물을 흘리며 사료 섭취를 거부하는 등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독성물질 관리 및 사고 대응 체계의 총체적 실패 사례다. 어떻게 해서 주민 거주지역에 그런 위험한 시설이 들어서게 됐는지, 그 사실을 주민은 물론 시의원까지 까맣게 몰랐는지, 그리고 사고가 터진 뒤 오히려 피해를 키우기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형 인명 피해를 막은 것은 이장이 사고 직후 신속히 주민을 대피시킨 덕분이었다. 그런데 대기오염도를 조사한 국립환경과학원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다”라고 고지함으로써 오히려 주민을 2차 피해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사고 대응 매뉴얼은 물론 불산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아 소방관·경찰·공무원도 무방비로 현장에 접근했고 불산 제거를 위해 물을 뿌리는 등의 어이없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번 사건은 21년 전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페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심각성이 그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수계를 오염시킨 페놀과 달리 불산은 대기를 통해 빠르게 전파될 뿐 아니라 수용성이 뛰어나 강이나 지하수에도 흘러든다. 게다가 호흡이나 피부 접촉, 음식물 섭취 등 다양한 경로로 인간에게 유입될 수 있고, 그 독성이 인체의 여러 조직, 심지어 뼈까지 손상시킨다. 이번 사건을 ‘제2의 페놀 사건’으로 인식하고 국가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이유다.

먼저 사고 지역 주민과 노동자 등을 대피시켜 추가 인적 피해를 막아야 한다.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오염된 농작물과 가축 등의 안전한 폐기와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 조치도 취해야 한다. 피해 지역과 주변의 실태 조사, 주민·노동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물론 치명적인 파괴를 당한 생태계 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서 빌딩 세척 등 생활 주변의 불산 노출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책임 소재 규명과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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