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2일자 기사 '영화 26년 개봉, 대선에 어떤 영향 미칠까'를 퍼왔습니다.
육영수 여사 미화 영화도 동시 개봉… 국가권력 향수 vs 역사퇴행 저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의미심장한 두 편의 영화가 관객 앞에 놓인다. 고(故)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와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학살의 책임자를 저격하는 (26년)이다. (그녀에게)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어머니를, 은 군사독재세력의 만행을 다루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여 투표장에 나설 유권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녀에게)는 1974년 광복절 행사 도중 49세의 나이로 암살된 육영수 여사의 생을 다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극적인 삶을 살다간 그녀의 일생에 초점을 맞춘다. 극 중 박근혜는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가족들이 우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년층에게 ‘국민의 어머니’로 인식돼있는 육 여사의 이미지는 영화를 통해 박 후보에게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강풀의 만화가 원작인(26년)은 광주학살의 피해자들이 직접 가해자를 사살한다는 내용이다. (26년) 제작을 맡은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영화를 통해 80년 광주의 가해자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며 고통 받은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만들 것”이라 밝혔다.

▲ 영화 <26>년의 주인공 한혜진. ⓒ나무픽처스26>
이 영화는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제작에 나섰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투자자들이 이탈해 제작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그 뒤 몇 차례 제작이 무산되다 4년 뒤인 올해 3월에야 비로소 ‘크라우드 펀딩’(SNS를 활용해 프로젝트 후원을 받는 플랫폼)을 이용, 소셜 펀딩업체 ‘굿 펀딩’으로 시민들의 소액 후원을 받아 제작이 가능했다.
이질적인 역사관을 배경으로 한 두 영화가 대선 직전인 11월 말 사실상 동시 개봉하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학, 문화평론가)는 “(그녀에게)는 육영수를 찬양하고 군사독재시절의 복고적 향수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뒤 “한국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와 과거 박정희 체제의 가치는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이 두 영화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 짚었다.
현재 한국사회 미디어 지형은 과거 국가권력의 향수를 자극하는 쪽과 역사의 퇴보를 막으려는 쪽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KBS는 지난 달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 (강철왕)을 오는 12월 방송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강철왕)은 1970년대 개발독재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서사를 갖고 있다. 김인규 KBS사장은 “(강철왕)은 올해 안에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KBS는 지난해엔 독재자 이승만 전 대통령과 친일파 백선엽 장군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이 같은 모습은 용산참사의 이면과 진실을 언론의 보도방식으로 다루며 큰 호응을 얻었던 영화 (두 개의 문)과 대조적이다.
올해 대선에서 혹 역사의 퇴행을 걱정하는 이가 있다면 10월 초 개봉하는 (남영동1985)를 지인에게 추천하는 게 좋다. 영화는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1985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내용을 담았다. 영화는 우리에게 잊고 있던 역사적 자각과 함께 행동을 요구한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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