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7일 월요일

“KBS 작년부터 박정희 미화드라마 제작 도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6일자 기사 '“KBS 작년부터 박정희 미화드라마 제작 도와”'를 퍼왔습니다.
배재정 의원 “작두차례 편성의향 공문” 폭로…탤런트 현석도 등장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그리면서 박정희를 미화할 우려가 제기된  드라마 (강철왕) 제작과 관련해 KBS가 지금까지 밝혀온 것과는 달리 제작 초기부터 외주제작사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들과 접촉하며 제작을 적극 도와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방송일자도 애초 올 연말로 계획했던 공문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KBS가 포항시에 제공한 공문의 경우 드라마책임자인 EP의 서명이 빠진 것으로 드러나 공문 위변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배재정(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실이 경상북도와 포항시 사이에 오고 간 공문을 입수한 결과, KBS는 단 한 차례의 내부 드라마 기획회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이미 지난해 3월 31일자로 제작사인 강호프로덕션(대표 유호식) 쪽에 ‘드라마 (강철왕)(가제) 편성의향 통보’(별첨1)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1일 드라마 기획회의를 한 뒤 6월 12일자로 제작사에 편성의향을 통보했다’는 그동안 KBS가 해온 주장과 배치된다. 기획회의도 열기 전에 ‘강철왕’ 편성의향서를 보낸 것이다.

포항시 주변에서 건설중인 KBS 드라마 강철왕 세트장. ⓒKBS 새노조

지난해 11월 21일 방송된 <대한민국 60년의 기적> 제 1부 ‘폐허 위에 쌓은 돌멩이 하나' 화면 캡쳐

당시 KBS가 강호프로덕션 쪽에 보낸 공문은 드라마기획국 팀장인 이재영 PD, EP(부장급)인 곽기원 PD, 국장 직무대행이었던 고영탁 국장의 결재를 거친 것으로 돼 있다.
이와 함께 포항시가 경상북도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KBS는 이 드라마 제작을 위해 제작사에 편성의향 통보한 뿐 아니라 그 한 달여 뒤인 지난해 5월 6일 제작사 관계자와 함께 포항시를 직접 방문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당시 면담 자리에서 포항시는 곧바로 드라마 세트장 건립과 제작비 지원 의향을 밝혔다고 배 의원은 전했다.
배 의원은 “포항시 입장에서는 KBS 관계자가 직접 방문한 것이어서 편성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지원을 약속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방송예정일도 KBS가 기존에 밝혀온 ‘내년 1월 방송’과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지난해 3월 31일 제작사에 보낸 ‘편성의향 통보’ 공문을 보면, (강철왕)의 방송예정일은  오는 12월로 적시돼 있다. 또한 포항시가 지난해 11월 24일 경상북도에 보낸 공문에서도 방송 시기는 올 상반기로 돼있었다. 포항시는 공문에서 올해 6월까지 부지조성 및 세트장 건립을 마치고, 7월부터 12월까지 드라마 (강철왕) 제작을 마친 뒤 12월에 방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배 의원은 지적했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공문

이와 함께 배 의원은 공문 변조 의혹도 제기했다. 강호프로덕션이 KBS로부터 받아 포항시에 제출했다는 또 다른 공문(지난 6월 4일자 공문)을 보면, KBS가 보관 중인 공문과 공문번호도 다를 뿐 아니라 참고사항의 일부 기재 내용도 다를 뿐 아니라 EP의 결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배 의원은 폭로했다.
배 의원은 “KBS가 단 한 차례 한 드라마 기획회의를 한 뒤, 그것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회의 결과가 도출된 지 3일 만에 결재라인이 온전하지 않은 공문을 보낸 것도 문제이지만, 포항시는 KBS의 편성의향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10억원이라는 거액을 강호프로덕션에게 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KBS가 포항시의 요청으로 급하게 EP의 결재가 이뤄지지 않은 비정상적인 공문을 보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변조에 다름없는 공문을 만들어 공식 문서로 시스템 상에 남겨둔 것”이라며 “KBS가 얼마나 (강철왕) 펀딩에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강철왕 업무협약식에 탤런트 현석씨가 등장해 주목을 모았다. 배 의원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난 5월 10일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있었던 경북도-포항시-강호프로덕션 업무 협약식에 탤런트 현석씨가 공개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의원은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며 “그는 시의회 의장을 지낸 최영만 전 시의원과 30년 지기”라고 밝혔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공문

또한 드라마 (강철왕)은 애초 경상북도 20억원, 포항시 35억원, 제작사 자체조달 115억원 등 모두 170억원을 들여 제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 경북도는 10억원, 포항시는 10억원만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여서 어떻게 나머지 15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한편, 배재정 의원은 “KBS는 논란이 불거지자 △외주제작사가 갖고 온 계획을 검토한 것뿐이다 △편성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방영시기도 내년으로 돼 있는데 정치적 논란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며 “그러나 공문에서 드러나 듯 KBS는 내부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고 (강철왕) 제작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이처럼 KBS가 무리수를 둔 것은 방송사 고위층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적극 개입했다는 방증”이라며 “27일 열리는 KBS 결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연임 이야기가 나오는 김인규 사장과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경상북도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길영 감사를 상대로 의혹을 철저히 추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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