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8-17일자 기사 '정국 전환 위해 '독도'를 판돈으로 걸었던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일본,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제소…이명박 외교 총체적 실패
외교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이고, 안보와 함께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거의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다. 안보가 국가의 중심축이라면, 외교는 국가의 테두리에 관한 설정이다. 대통령이 수행하는 그 외의 역할들은 안보와 외교의 사이를 채우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둘은 특별히 중요하다.

▲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 해안경비대와 함께 둘러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안보의 실패와 외교의 성공 사이에서
이명박 정부의 안보는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은 이미 전쟁에 준하는 사건이었다. 그 발발의 책임이 정부의 설명대로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한들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김대중 정부 이후 그럭저럭 잘 관리되던 북한이 이렇게 된 것 자체가 이 정부의 책임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비핵 3000’ 외엔 뭣도 없다고 할 만큼 빈곤했고, 경직되어 있었다. 이 앙상함에 반발해 북한은 달라졌고, 김영삼 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만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안보 위기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안보는 철저히 실패했다.
하지만 외교는 달랐다. 아니 다르다고 해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틈이 발생한 대미 외교가 비로소 제 궤도에 올랐다고 했고, G20개최로 대변되는 국제무대 데뷔는 이 정부의 주요한 외교적 성과로 홍보됐다. 이 정부가 외교의 성공에 얼마나 매달려왔는지는 외교정책의 성과를 직접적 경제 수치로 제시하는데 혈안이었단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안보와 외교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대상이지만 그 실익이 직접 경제적 수치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안보의 실패를 전혀 경제적으로 셈하지 않던 이 정부는 그러나 외교의 성공은 언제나 적극적이란 표현이 한참 부족할 정도의 돈으로 환산해 양껏 홍보해왔다. 안보의 실패는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으로 덮으며 미국과의 관계성 증진을 외교의 성공으로 포장하던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그러나 임기 말 ‘독도’ 문제를 국내 정국 전환용 이슈로 활용하면서 사실상 박살이 났다. 결과적으론 대북 정책의 실패로 국가의 중심축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일본과의 무 전략적인 갈등 국면 조성으로 국가의 테두리마저 위태롭게 된 형국이다.
이제, 일본의 제안을 어찌할 것인가?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17일 신각수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고 제안했다. 양국 간 합의로 독도의 영유권에 대한 판단을 받아보자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즉각 거절의 뜻을 밝혔다. 독도는 분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의 제안에 응할 이유가 없단 반응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국이 제소를 거부할 경우 1965년 체결한 한일 교환 공문에 따라 국제 중재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밟겠단 계획이다. 1965년의 교환 공문은 한일 양국이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교환한 분쟁해결 각서를 말하는데, 그 내용은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한다'고 되어있다.
상황은 전혀 유리해보이지 않는다. 1965년 문건이 거론되기 시작한 상황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패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설익은 퍼포먼스가 급격하게 상황을 불리하게 만든 셈이다. 1965년 한일 양국은 이른바 ‘미해결의 해결’이란 원칙에 따라 ‘독도 밀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체결자는 정일권 국무총리와 당시 자민당의 최고 실력자 소스케 의원이었다. 그 내용은 ‘한일 양국이 독도를 모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반박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어업구역 설정시 양국 모두 독도를 기점으로 하고 중복 수역은 공동 수역으로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 독도 점거 상황은 유지하지만 경비원 증강과 시설 증축은 하지 않는다’였다. 이 밀약이 맺어진 뒤에 긴 교착을 딛고 한일정상회담이 시작됐고, 불과 몇 개월 뒤 한일협정이 체결돼 독도 주변 해역이 공동규제수역으로 규정됐다.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을 자극하는 퍼포먼스를 하자 이 문건을 근거로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는 움직임에 본격적인 착수하고 있는 것이다.

▲ 주일 대사한 앞에서 연일 반한(反韓)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의 양상은 우익단체들 중심에서 점점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가세하는 양상을 보이며, 확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쳐서 끝날 일이 아니다 이제, 공은 다시 이명박 정부로 넘어왔다.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해나갈 것인가. 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이 불평등한 조약이었음을 선언하고, 전면 폐기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외교적 방안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 것인가? 이것도 아니라면 그냥 지금껏 해오던 대로 독도 수호의 의지는 국민들의 애국심에 맡긴 채, 축구장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란 피켓을 드는 것으로 대충 뭉개고 넘어갈 것인가?
순식간에 상황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우리가 독도와 관련해 주장할 수 있는 영위권의 근거는 실효적 지배와 실질적 점거 상황이다. 물론, 이것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영토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실제 독도가 분쟁지역화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와 매뉴얼이 현재까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암울하다.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퍼포먼스를 세련되게 수습할 정부 차원의 제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뜬금없는 독도 강경 행보로 형편없이 곤두박질하던 지지율을 잠시 잡아두고, 언론의 변두리로 밀려났던 자신의 위상을 다시금 중심에 세우는데 성공했는지 모른다. 정권 입장에서 보자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을 속이는 기술’까지는 그럭저럭 성공한 셈이다.(이걸 언론용어로 ‘스핀 닥터’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국가의 통치 기반이 순식간에 백척간두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국내 정국 전환 위해 영토를 판돈으로 내거나?
일본 정부는 설령 정권이 바뀐 들, 관계를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최악의 저주를 퍼붓고 있다. 당장에 통화스왑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적 압박을 시작했다. 다 좋다.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굳은 신념으로 이를 위협하는 어떤 외부적 요인과도 단호히 맞서 싸워가겠다는 자세는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고 전략이고 준비다. 일본 외무성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기술한 교과서를 내놓았을 땐, 일언반구도 않던 이 대통령이다. 대사를 소환할 수도 있었고, 외교적으로 최대한의 항의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던 그였다. 그런데 왜 지금 갑자기 이제와 임기를 채 6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독도를 이슈로 만든 것인지 도무지 그 진의를 알 수가 없다. 행여, 범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전략이 있다면 더 논란이 거세지기 전에 밝히는 편이 낫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청와대는 다시 ‘조용한 모드’로 돌아섰다. 일본 정부의 연이은 강공 대응에 그저 무대응으로 버티겠단 태세다. 그러나 무대응 할 수 없는 지경으로 상황을 끌고 간 것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이 무대응은 그래서 무능력이다. 무기력이다. 무모함이다. 무지함이다. 국가의 영토 체계가 분쟁에 휘말릴 절체절명의 ‘국격’ 훼손이 점점 닥쳐오고 있다.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가 통치 영역이 모두 실패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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