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31일자 기사 '누가 그들에게 사람 두들겨 팰 권리를 줬나'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우용해 뉴스셀 기자
27일 오전, 안산공단에 위치한 SJM에 경비용역이 투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취재장비를 챙겨 달려갔다. SJM 공장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작년 유성기업과 한진중공업, 그리고 2009년 쌍용자동차의 무시무시했던 경비용역의 폭력행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게 폭력과 함께 내려진 직장폐쇄, 그리고 복수노조까지… 정리해고와 심야노동이라는 싸움의 요구는 달랐지만 이 사업장 모두 민주노조가 깨지고 복수노조가 들어섰다.
SJM 공장정문에 도착해 보니 공장 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는 쫓겨난 노동자들이 있었고, 공장 안에는 진압장비로 무장한 경비용역들이 방패를 들고 막고 있었다. 처음에는 공장주변에 방패를 들고 있는 이들을 전투경찰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갈수록 뭔가 이상했다. 이들이 쓰고 있는 안전모와 방패는 로고만 다를 뿐 전투경찰의 진압장비와 너무도 흡사했다. “처음에는 경찰인 줄 알고 있다가… 그래서 피해자가 더 생겼다”는 노조의 주장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이날 공장 안에서 완전무장한 경비용역의 폭력으로 부상당한 노동자만 35명이다. 이들은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할 정도로 극심한 폭력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의 태도였다. SJM 노동자들은 “경찰이 용역 폭력을 방조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는 당시 현장에 나와 있던 회사 측 관계자와 경찰이 상황을 공유 했을 것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SJM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작년 유성기업과 2009년 쌍용차가 떠올랐다. 너무나 똑같았다. 유성기업은 경비용역이 노조원에게 차량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소화기를 분사했다. 2009년 쌍용차의 상황은 더욱 비참했다. 이들은 마치 진압 전투경찰처럼 무장하고선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렇다면 폭력을 휘두른 경비용역의 처벌은 어떨까? 유성기업에서 폭력을 휘두른 경비용역이 처벌됐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 본적도 없다. 바로 얼마 전에는 근로복지공단이 2009년 쌍용차 진압당시 투입됐던 경비용역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반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는 구상권을 청구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비용역이 공장을 장악하면,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언론은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출입 또한 하늘에 별 따기다.
작년 한진중공업을 취재하면서 영도조선소에 머물 때다. 조선소 담벼락을 따라 경비용역이 보초를 서 있고, 정문 또한 경비용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회사 측이 복귀한 조합원을 영도조선소 안에 모아 ‘조선소 정상화 대회’를 연다는 소식에 공장으로 향했지만 용역경비는 나를 제지했다.
기자증을 보여주고, ‘확인이 필요하면 편집장에게 확인 해 주겠다’며 수차례 출입을 요구 했지만 경비용역 두 명은 나를 정중하게(?)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그때서야 기자증은 경찰과 공무원에게‘만’ 통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비용역의 욕설이나 제지에 항의해도 문제는 해결 할 수 없었다.
노동자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NEWS CELL(www.newscell.co.kr)에 속해 있는 나는 주로 집회현장을 취재해 왔다. 연행과정을 취재하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고립되거나. 경찰이 휘두른 카메라에 맞아 상처를 당한 적도 있다. 이런 일들이 어떤 위협적 상황으로까지 연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비용역이 투입된 상황을 취재한다는 것은 일단 긴장부터 된다. 그들은 위협적이고, 그 태도에 나도 모르는 사이 위축되는 것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취재기자가 경비용역에 느끼는 공포도가 이정도 인데, 정작 폭력의 피해자들의 공포는 어느 정도이겠는가.
SJM의 직장폐쇄는 오후 1시경이 되어서야 후문 쪽에 슬그머니 회사가 붙인 공고문 한 장으로 확인되었다. 금속노조와 담당 변호사, SJM 노동자들 중 누구도 회사로부터 ‘직장폐쇄’ 공지를 받지 못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평택에 있는 만도에도 직장폐쇄가 내려졌다. 당일은 휴가파업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SJM과 같은 폭력 사태는 없었지만, 이곳 역시 용역경비가 공장을 접수한 상태였다.

우용해 뉴스셀 기자
둘 다 직장폐쇄 공지가 내려지기 전에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만도는 직장폐쇄가 내려진지 불과 3일만에 복수노조가 세워졌다. 이제 노노 갈등으로 사안을 몰고 갈 차례다.
휴가 전날 경기도에서만 두 군데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직장폐쇄와 용역경비가 투입되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청 사인 ‘현대기아차의 개입 없이 정말 가능한 일이었을까?’, ‘정부와 공권력의 묵인 없이 가능한 일이었을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국가와 공권력이 이 상황에서 어떠한 태도를 가졌는가는 확실하다. 그들이 책임지려 했던 게 몇 십 년 동안 현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폭력으로 발생한 쌍용차 노동자들 22명의 죽음과 같은 노동자들의 희생,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를 피해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일까.
우용해·뉴스셀 기자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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