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8-09일자 기사 '수돗물 악취나지만, 날 풀릴 때까지 참으라굽쇼?'를 퍼왔습니다.
MB에게 '녹조'는 더위 때문이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
지난 3일, 서울시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선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났기 때문이다. 10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김 모 씨는(33)는 “싱크대는 물론 화장실에 들어서기만 해도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김 모 씨는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관리사무소는 “민원이 여러 개 접수되어 수도사업소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김 모 씨는 트위터에 관련 사실을 고했다. 멘션이 쏟아졌다. 은평구만이 아니었다. 트위터에는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서울 강북구, 남양주, 부천, 안양 등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걸친 전 방위적 현상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당황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한강 전역에 ‘녹조’가 발생해 악취가 난다는 사실이 퍼져나갔다. 언론은 뒤늦게 폭염이 장기화된 결과라고 전했다. 며칠 지나고 김 씨가 사는 아파트엔 한 장의 공고문이 붙었다. 서부수도사업소의 검사 결과 문제는 없지만, 식수로 사용할 경우 끓여 먹으란 공지였다. 이후 아파트는 매일 저녁마다 관련 내용을 전체 방송으로 고지하고 있다.

▲ '녹차라떼' 처럼 변해버린 낙동강물.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오마이뉴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상수원인 북한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시점은 6월 말이라고 한다. 한 달 보름여 전이다. 하지만 언론이 녹조 관련 보도를 시작한 것은 채 며칠 되지 않았다. 팔당에 조류주의보가 발생한 것은 지난 27일이었는데 이때도 언론은 올림픽에 취해서였는지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언론은 시민들이 먼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호소하자 녹조 관련 보도에 본격 합류했다. 그마저도 인력과 장비가 뛰어난 주류 매체들이 아닌 지역 언론 그리고 소수 인터넷 매체들이 먼저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마시는 식수원이 ‘녹차라떼’가 될 때까지 대부분의 언론이 잠자코 있던 셈이다.
보도가 소홀하다보니 정부의 대응도 한참 늦었다. 늑장 대응에 오히려 ‘날씨 탓’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조에 대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해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엔 유독 ‘불가피한 현상’이 많다. 경기 침체는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고, 원전 가동도 전력 수급 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심지어 G20 행사 때에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은 세계적인 행사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관리, 조절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정부야말로 국민입장에서 ‘불가피한 정부’가 아닐까 싶다.
지금 강물의 사정은 심각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뒤늦게 선박 스크류를 돌려 산소를 공급하네, 황토를 뿌리네 하고 있지만 ‘조족지혈’이라는 지적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들은 지속적으로 정부에 시설의 설치를 요구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줄곧 묵살해왔다.
현재, 팔당호를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수장 37곳 가운데 고도정수처리과정을 거치는 곳은 단 3곳뿐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는 데는 보통 300억 안팎, 많게는 1,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이 시설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연히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정부는 몇 년까지는 한다, 조만간 한다는 말만 늘어놓고선 정작 예산 배정에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시다시피 이 정부는 ‘수질 개선’의 승부수를 ‘4대강 공사’에 걸었다. 그러나 수 십 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은 4대강 공사 후에도 ‘수질 개선’은 벌써 2년째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아예 4대강 공사가 녹조 확산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녹색연합은 7일 논평을 통해 "기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물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같은 기온에도 물이 흐를 때와 정체되어 있을 때는 차이가 있는데, 녹조현상은 거의 대부분이 호수와 같이 정체된 수역에서 발생 한다”고 지적했다. “녹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청호, 팔당호, 낙동강 하구 등이 모두 댐이나 하구둑에 가로막힌 지역”으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호수로 변화”된 탓에 녹조가 발생했단 지적이다. 즉, 4대강 공사를 위해 설치한 “8개의 보가 녹조현상의 근본 원인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낙동강 지역의 주민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0년 만에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고 말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평범한 이치다.
이에 대해 정부는 “4대강 사업과 녹조를 연결시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부 언론 역시 수돗물의 악취는 고도정수처리시설만 있으면 막을 수 있단 사실을 강조하며, 서울시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들어서지 못한 것은 서울시 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란 사실을 강조하고 나섰다. 녹조 문제에 관한 시선이 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 의회로 쪽을 향하도록 하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녹조 현상이 전국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 산하 고도정수처리시설만 문제 삼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수도권만 기준으로 하더라도 팔당호를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수장 총 37곳인데, 이 가운데 서울시가 관리하는 곳은 6곳뿐이고, 이 6곳은 2014년까지 모두 고도정수처리시설로 바뀌도록 되어있다. 서울시의 문제는 부분이지 전체가 될 수는 없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물 관리 대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4대강 공사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 부어 다른 취수 대책이 취약해졌고, 공사 이후 강물이 보에 갇히게 되어 ‘폭염’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현격히 약화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실패를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날이 풀릴 때까지 조금만 참고 견디라’는 훈계만 잔뜩 늘어놓고 있다. 한편에선 언론은 강물이 시퍼렇게 변한 스펙터클만 전할 뿐,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지를 추적하지 못하고 있고 말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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