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17일자 기사 '“필요할 때마다 민주노총을 종북으로 공격할 겁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종북’ 공세 표적된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엄미경 국장
민주노총, 정확히는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를 겨냥한 보수언론의 ‘종북’ 공세가 한창이다. 애초 ‘노동자, 통일을 부탁해’라는 민주노총 통일교과서 내용에 시비를 걸더니 지난 11일 열린 ‘통일골든벨’로 불이 번졌다. 급기야는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를 향해 ‘주사파가 장악한 통일위원회’가 ‘은밀히 움직이며 주사파 이념 전파’하고 있다며 공격했다.
1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종북’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엄미경(37) 통일국장을 만났다. 활달한 성격에 부산 사투리를 쓰는 엄 국장은 강한 어조로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를 반박했다.
통일교과서를 ‘종북’과 ‘반미’로 매도하는 보도에 대해 엄 국장은 “민주노총이 쓴 게 아니라 학자들의 주장과 언론 보도를 모은 것”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실제 통일교과서를 살펴보니 대부분 기존에 나온 국내외 출판물과 자료, 언론보도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강준만, 김연철, 브루스커밍스 등의 학자와 남북교류 사업에 관여한 기업인의 이름도 자주 눈에 띄었다. 심지어 보수언론의 보도나 한미 양국의 고위관료의 발언도 여러 차례 인용됐다.
엄 국장은 “민주노총은 자료를 모아 편집한 것에 불과하다”며 “통일교과서가 이적표현물이라면, 인용된 학자와 전문가들도 다 수사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지웅 기자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국장
‘장군님’ 외친 사람과 이를 비꼰 사람 중 누가 종북?
“내가 세계를 다니며 장군이란 장군은 다 만나봤어도 진짜 장군다운 장군은 김정일 장군님이 처음이다”는 발언을 한 기업인과 “김일성 주석께서 광복 후 40년에 걸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애쓰신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습니다”라고 밝힌 전직 대통령은 누구인가?
위 퀴즈의 정답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이 발언은 언론보도는 물론 포털사이트에서도 간단히 검색된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통일골든벨에 나온 이 퀴즈를 전하며 민주노총에 ‘종북’과 ‘이적’의 딱지를 붙였다.
엄미경 국장은 “전두환이 장군님이라고 했는데 왜 민주노총 보고 ‘종북’이라고 하냐”며 “그럼 전두환 전 대통령도 국가보안법으로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북한의 주장임을 밝히고 인용한 내용을 마치 민주노총의 주장인 것처럼 북을 찬양했다고 매도하는 등 통일교과서와 통일골든벨 보도에 대한 엄 국장의 반박은 계속됐다.
보수언론은 통일골든벨을 진행했던 광주 무등중 교사 백금렬(40) 씨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백씨가 통일골든벨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국민의 웬수’,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공천 헌금 받아 처먹은 년’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는 13일 “행사 당일 조합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적절치 못한 표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백 씨의 전력까지 들먹이며 사태를 확산시키고 있고, 한 보수단체는 백 씨를 국가원수모독죄로 고발했다.
엄 국장은 “백 씨는 교사로서 판소리를 하며 지역 행사를 다수 진행한 유명한 인사”라며 “이미 유감을 표했는데 애드립으로 한 발언에 정색하고 달려드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주사파가 장악한 통일위원회’ 은밀히 움직인다?

ⓒ양지웅 기자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국장
보수언론의 칼끝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까지 겨냥했다. 모 신문은 14일 공안당국 관계자의 입을 빌려 “통일위는 종북 주사파 가운데 이론적으로 탁월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노동운동과 친북 통일운동을 접목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또 “통일위원회는 특히 공개 행사 외에는 은밀히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통일위를 음모적이고 이적성 있는 조직으로 규정했다.
엄미경 국장은 “총연맹 통일위원장과 각 산별연맹 및 지역본부의 통일위원은 모두 공개돼 있다. 통일위 사업도 상집과 중집, 중앙위 등에 모두 보고되고 승인을 받아 진행한다. 업무일지도 작성하고, 예산은 회계 받는데 어떻게 음모적으로 사업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보수언론에게 ‘이론적으로 탁월한 이들’로 지칭된 엄 국장은 “나는 통일위원회 온지 3년 밖에 안됐고 이명박 대통령 덕에 제대로 된 통일사업도 못했다”며 “이론도 많이 부족하다”고 웃었다.
최근의 ‘종북’ 논란은 보수언론이 보도하고 새누리당이 주요인사 발언과 논평 등으로 확대시켜 보수단체가 고발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엄 국장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이들을 향한 계획된 공격이고, 더 크게는 우리사회 평화통일운동을 공격해 말살하려는 보수진영의 거대한 음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의 이적성 시비가 간부 개인을 노린 것이라면, 지금은 통일위원회, 민주노총, 나아가 평화통일운동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엄 국장은 분석했다. 통일운동을 금기시하기 위해 민주노총 통일위를 본보기로 삼아 ‘적출’에 나섰다는 주장도 진보진영에서는 나오고 있다.
엄 국장은 민주노총을 향한 종북 논란이 ‘기획된 작품’이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근거로 보수언론이 논란을 제기한 ‘시점’을 들었다.
엄 국장에 따르면, “4월말 통일교과서 나왔고 보수언론은 이미 알았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데 당 사태로 인해 종북 논란이 거세지는 6월 중순에 처음 기사화했다”며 “통일골든벨 논란도 최근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 입장이 결정된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여파로 진보진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민주노총이 내홍을 앓는 시점을 절묘하게 택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엄 국장은 앞으로도 고비마다 보수진영의 ‘종북’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엄 국장은 “민주노총이 위축돼있고, 조직력이 이완된 시점에서 보수진영은 종북 논란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고 인정한다”며 “앞으로도 민주노총이 가진 노선과 가치를 버리라고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운동하면 모두 ‘종북’?
민주노총은 법률 검토를 거쳐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신청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과 함께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리는 등의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엄 국장은 민주노총이 위축되지 말고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언론은 ‘경기동부=종북’ ‘통일위=경기동부’라는 구도를 짜고 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통일운동을 하는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엄 국장은 “통일운동의 폭이 넓은 것처럼 통일위원회도 다양한 수준과 색깔을 가진 이들이 함께 하고 있고, 이른바 진보당의 신당권파와 친한 이들도 있다”며 “이들을 모두 종북으로 몰아붙였다”고 지적했다.

ⓒ양지웅 기자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국장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