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8일 수요일

언론의 '공천 헌금' 보도에 박근혜는 있는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07일자 기사 '언론의 '공천 헌금' 보도에 박근혜는 있는가'를 퍼왔습니다.
[분석]최악의 '악재'…박근혜, 이것만 넘기면 탄탄대로?

‘공천 헌금’ 파문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은 많이 ‘조정’되지 않았다. 7일 발표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의원의 지지율은 다자대결 구도에선 오히려 1.5% 상승한 36.7%였으며 안철수 교수와의 양자 대결에서 역시 0.5% 상승한 46.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안 교수의 지지지율이 되려 1.4% 감소한 46.5%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 여론조사는 6일 실시된 것으로 아직까지는 공천 헌금 파문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

▲ '공천 헌금' 파문에 대한 비박 주자들의 '박근혜 책임론' 제기는 3일 천하로 끝났다. 분분한 해석이 많지만, 논란이 확산될 경우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정서가 지배적이었단 분석이다.ⓒ 연합뉴스

‘공천 헌금’ 파문, 생각보다 영향력 제한적?
우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워낙 광범위한 상황으로 예상보다는 ‘공천 헌금’ 파문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각종 비리 연루 의혹과 경제 부정 혐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한 상황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 모두가 더러운 족속들인데 비례대표 공천을 해주며 한 푼도 받지 않았겠느냐는 정치적 냉소와 불신이 역설적으로 실제로 사건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의 파장을 흡수하고 있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박 의원의 지지율이 워낙에 오래 시간을 두고 형성된 두터운 것이어서 외부 압력에 견디는 힘이 상당하단 점은 분명해 보인다. 대략 40% 안팎에서 수년 째 유지되고 있는 박 의원의 지지율은 워낙에 충성스런 것이어서 ‘공천 헌금’ 파문과 같은 메가톤급 충격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흔들리지 않는 고정불변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반면, 안 교수의 지지율은 아직 불확실한 지층이다. 최태원 구명 서명과 재벌 합작은행 설립으로 대두된 검증 공세는 사실 그다지 파괴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교수의 지지층은 곧장 반응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안 교수의 이미지가 ‘무단 횡단에도 고뇌할 것 같은 도덕론자’로 인지된 탓에 사소한 흠집도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단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안 교수를 향해 모여 있는 지지율이 안 교수 개인에 대한 것이라기 보단 정치적 냉소과 불신에 대한 반작용 차원의 것으로 안 교수가 기성의 정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될 때마다 흩어질 수 있는 성질의 지지라는 점도 확인됐다.

▲ 8월 7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최악의 ‘악재’는 분명한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박근혜 의원에게 최악의 악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앞선, 분석이 무색할 정도로 어쩌면 며칠 뒤에 박 의원의 지지율이 내려앉을 수도 있는 폭발력을 ‘공천 헌금’ 파문은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만에 하나 이번 사건을 경유해 대선의 판세가 ‘부패 VS 반부패’의 구도로 짜여 질 경우, 이러한 구도는 박 의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란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부패에 넌덜머리가 나고 극한 피로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부패 VS 반부패’의 구도는 곧장 ‘이명박근혜’의 정치적 문법이 현실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결국, 이 지점이 핵심이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에 단순히 ‘도의적 책임’을 갖고 있는 이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입증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박 의원이 이번 사건의 꼭짓점이란 주장을 야권이 하는 정치 공세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의 권력 구조를 봤을 때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실체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주장을 검증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박 의원의 존재를 흐릿하게 처리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번 공천 헌금 파문은 진실게임에 갇혀있는 양상이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책임론을 공세적으로 제기할 여력이 없다는 항변도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성이 결과적으로 박 의원과 이번 사건을 분리해주는 결과로 치닫고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공천 헌금 파문에 대해 박 의원의 입장은 짧고 간결하다. ‘유감’이란 것이고 엄중히 ‘수사를 하라’는 것이다. 박 의원의 이런 주장은 스스로 자신을 3인칭으로 규정하는 하는 화법이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박근혜 책임론을 쓰는 언론조차 박 의원의 이런 화법을 그대로 받아주고 있단 점이다. 박 의원의 처신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는 언론은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고 있고, ‘공천 헌금’과 박 의원과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언론 역시 별로 없다. 

▲ 8월 7일 '한겨레' 1면 기사

문제는 언론의 보도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예컨대, 지금 박 의원의 지금 처신은 이런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정가의 가장 떠들썩한 이슈였던 ‘통진당 부정경선 파문’에서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가타부타 말을 않은 채, ‘유감을 표하고, 엄중한 조사만 촉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언론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뭐라 했을까? 분명, ‘당신은 구당권파의 일원으로 당내 정파 조직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면서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고 힐난했을 것이다. ‘부정 경선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주제에 왜 제 3자인 척 하느냐’고 궤변론자 취급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언론은 ‘머리 끄떵이녀’와 같은 사건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끈한 ‘그림’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실제, 통진당 부정경선 파문 당시의 언론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공천 헌금’ 파문에서 언론은 전혀 그런 열정과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안하고 있다. 물에 물 탄, 술에 술 탄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방송 뉴스는 매일 관련 보도를 한 꼭지로 압축하고 있다. 1분 30초짜리 리포트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사이즈의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식이 동원된다는 것은 뉴스가 이 사안을 프레임에서 배제하려고 노력 중이란 얘기에 다름 아니다.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조중동의 보도는 기본적으로 조심스럽다. 이번 사건이 행여나 보수 정권의 재창출에 누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행히 올림픽이 어느 정도 파문을 흡수해주고 있다는데 안도감을 찾는 듯 올림픽 관련 소식으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사건의 속전속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건의 확산을 막고자 주변부적인 사건을 부각시켜 현기환 전 의원만 정교하게 쳐내는 지면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 언론의 이런 행태는 통진당 사태 당시 확정되지도 않은 구조적 상황을 열심히 추론해가며 문제의 귀결을 ‘진보의 도덕성’으로 몰아갔던 태도와 완전히 반대된다.
진보언론, 역편향의 자기 검열 작동하나?
진보언론 역시 아직까지 사건을 정밀하게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정파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단 자기 검열의 고민이 지면에서 감지되고, 이러한 상황이 보수언론과 마찬가지로 진실게임 양상의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언론 환경의 퇴행 속에서 진보 언론의 입지가 매우 취약해졌음을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결국, ‘공천 헌금’ 파문은 양가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사건의 진원지를 놓고 ‘골수 친이입네’, ‘청와대입네’ 하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 사건이 그만큼 박 의원에게 위험하고 예민한 문제라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박 의원이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박 의원 혼자 힘으로 버티는 것은 아니고 언론의 협조와 도움 아래 그냥 방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어영부영 이 사건이 현 전 의원의 개인적 비리 차원으로 덮어진다면 공천 헌금 파문은 향후 박 의원에게 부담은 되겠지만, 면역이 될 수도 있다. 이후 박 의원에게 제기될 검증 공세는 사실상 ‘약발’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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