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8일 화요일

[기자메모]목소리 듣겠다며 실명 게시판 고집… ‘현병철식’ 소통법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7일자 기사 '[기자메모]목소리 듣겠다며 실명 게시판 고집… ‘현병철식’ 소통법'을 퍼왓습니다.

자질 논란 속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소통’을 내세우며 인권위의 ‘쇄신’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인권위 내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쇄신의 대상은 바로 현 위원장 본인이라는 것이 인권위 직원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현 위원장이 소통하겠다며 내놓은 방안들은 직원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현 위원장은 현재 익명으로 운영되는 자유게시판과는 별도로 ‘위원장에게 바란다’는 실명 게시판 신설을 지시했다. “익명으로 의견을 받으니 비방성 글이 많다”라는 것이 이유다. 사실상 소속 직원들의 익명의 ‘쓴소리’에는 귀를 닫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 위원장은 또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알 수 없는 직원 20명에게 단독면담 날짜와 시간을 통보했다. 그는 부담 갖지 말고 기탄없이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일방적인 통보에 황당해하고 있다.

인권위 자유게시판에는 현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익명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직원들은 단독면담도 거부하고 있다.

현 위원장은 출근 첫날인 지난 14일 평소보다 1시간 빨리 나왔다. 21일에는 환영사를 할 예정이던 ‘난민 인권보호 국제회의’에 돌연 불참했다. 둘 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인권단체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현 위원장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청와대가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단체, 여야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임을 강행할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인권위 직원 중 89.5%가 “현 위원장 취임 이후 한국의 인권 상황이 후퇴했다”고 평가했지만 청와대는 상관하지 않았다. 한 인권운동가는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질도 문제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으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 ‘인권’을 빼더라도 한 조직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쇄신을 요구하기 전에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된 것이 누구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성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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