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4일 토요일
[사설]두물머리의 마지막 밤을 지키는 사람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3일자 기사 '[사설]두물머리의 마지막 밤을 지키는 사람들'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10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남양주~양평 간 남한강변 자전거길을 개통하면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자연과 문화가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으로 아름답고 근사한 말이지만 정작 그곳에는 정반대의 언어가 횡행하고 있다. 지역·자연·문화·소통은 어디 가고 중앙·인공·야만·불통의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여 있다. 오는 6일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이 예고된 4대강 사업 한강1공구, 경기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의 모습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발원지이자 아시아 최초로 세계유기농대회를 연 역사적·미래지향적 상징공간이다. 매년 수십만명이 찾는 수도권 최대 친환경 유기농 명소로 지역경제에도 한몫을 해왔다. 생명과 화합의 땅인 이곳이 대립과 갈등의 공간이 된 것은 2009년 4대강 사업에 포함되면서부터다. 농민과 종교계, 시민사회 등의 끈질긴 탄원과 저항, 소송에도 불구하고 자전거길과 잔디공원, 공연장 등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사업 계획은 요지부동이었다.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정부 안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대안 모델로 ‘팔당호를 보전하는 시민참여형 두물머리 유기농장’을 제시했으나 이 역시 무시당했다.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가 3691명의 서명을 받아 상생 대안 수용을 위한 대화를 호소하고 ‘두물머리 평화와 상생을 바라는 국회의원’ 61명 등 정치권까지 나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는데도 정부는 끝내 강제철거 방침을 고수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두물머리 문제는 자전거길이냐, 유기농지냐는 논란을 이미 넘어서 버렸다. 99% 진행된 4대강 사업의 대미를 장식할 ‘화룡(畵龍)의 눈’이자 4대강 사업 반대의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 대결장이 된 듯하다. 자칫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주민과 공권력이 사생결단하는 전쟁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낳게 한다.
오늘 두물머리에서는 천주교 사제들이 900번째 생명평화미사를 연다. 이를 시작으로 종교계와 야당, 시민사회 등이 2박3일간 두물머리 지키기 행사와 텐트 농성을 벌인다고 한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자연과 문화가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 이런 모습인가. 강제철거가 법적으로는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갈등과 파괴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두물머리의 마지막 밤을 끝낼 수는 있을지언정 마지막 밤을 지키는 사람들의 생명·평화 의지를 반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상생을 위한 대안을 놓고 대화하는 게 옳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