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6일 토요일

‘편집권은 사주의 권리’ 주장 변호사, KBS 특강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05일자 기사 '‘편집권은 사주의 권리’ 주장 변호사, KBS 특강 논란'을 퍼왔습니다.
“작금의 논란 이해하는데 도움 되리라 판단” … KBS 편성규약 물거품 시도?
‘천안함 보도’를 두고 보도국 간부들과 KBS기자협회(회장 함철)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KBS가 보수성향 변호사를 연사로 ‘KBS 편성규약의 문제점’에 대한 특강을 가져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5일 오전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박용상 변호사를 강사로 ‘방송 보도 및 편성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특강에는 보도본부 팀장들을 비롯해 7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홍보실 관계자는 “‘편성규약의 올바른 이해’라는 주제로 제작자율과 데스크의 업무지시권에 대한 특강”이라면서 “연사는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방송위원, 공직자윤리위원장 등을 지낸 박용상 변호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강은 사내 전체에 알림마당에 공지한 내용이고, 보도본부만 대상으로 한 건 아니다. 주관만 보도본부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방송의 보도 및 편성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특강”이라고 밝혔다.

‘KBS 편성규약’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전 시동?

하지만 최근 보도국 간부들이 ‘천안함 보도’를 두고 KBS기자협회와 갈등을 빚은 점을 고려하면 부적절한 특강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봄 개편을 두고 벌어진 논란, 기자협회장 편집회의 참여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보도국 간부들이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한 기자는 “보도본부 차원에서 특강을 주관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사내게시판에 이번 특강을 ‘알림’으로 공지하면서 ‘작금의 논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작금의 논란’이 무엇이겠느냐, 최근 벌어진 천안함 보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편성규약 논쟁을 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KBS 편성규약과 관련, 기자협회를 비롯해 일선 기자들과 논쟁을 벌이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보도국 간부들이 보수 성향 변호사를 초청해 ‘편성규약 무력화 여론 조성’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박용상 변호사는 5일 KBS 특강에서 ‘현행 KBS편성규약 문제점과 개정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특강에 앞서 배포한 자료집에서 “현행 KBS편성규약은 먼저 그 제정 주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그것은 공사와 KBS노조 대표가 합의하여 제정한 것이어서 방송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방송법은 공사가 취재 및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이를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에 맞는 제정 절차를 밟아 새 방송편성규약이 제정되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의견을 들어야 할 상대는 노조가 아니라 기자 및 피디 등 제작 직종 근로자 그룹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 실무자의 법적 지위는 입사계약에 의해 설정되는 것일 뿐, 그 계약에 의해 설정된 것 이외에 어떠한 법적 권리가 생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용상 변호사 “현행 공정방송위원회는 위법적, 폐지해야”

특히 박 변호사는 “현행 KBS편성규약 상 위법적인 편성위원회와 단협상 공정방송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실무진의 이익을 대변하여 편성규약의 제개정, 편성작업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분쟁 발생시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작실무자단체를 조직하고 그 대표자를 선임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편성위원회와 단협상 규정돼 있는 공정방송위원회 폐지를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이 '관제개편'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이외에도 박용상 변호사는 과거 한 토론회에서 ‘노조의 방송편성 관여는 위법적’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0년 중앙대에서 열린 한국언론법학회 세미나 ‘방송편집권의 현안과 법적 쟁점’에서 “우리 헌법상 방송의 기본 원리에 의하면 편성을 포함한 방송의 자유는 방송사업자에게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방송 편성책임자에게 넘겨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박 변호사는 △편성규약제도는 방송사의 편성 정책이나 편성 작업에 대한 노조나 기자직 사원들의 사전적 영향력 행사를 보호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법률에 의해 권한을 갖는 방송기관이 내린 편성 방침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06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위헌여부와 관련해서도 “편집권은 기자들의 권리가 아니라, 사주의 권리”라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2006년 4월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참고인 공개변론에서 “법적으로 보면 신문사 사주와 기자는 근로계약 관계밖에 안 된다”면서 “사주가 편집권을 보호해 줘야 하지만 이것은 기자들의 권리가 아니다. 법이 인정하는 권리가 아닌 것이다. 기자들이 편집권이 ‘내 권리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박용상 변호사, ‘편집권은 사주의 권리’ 주장하기도

박용상 변호사의 이 같은 성향 때문에 이번 KBS특강은 정치적 의도마저 의심받고 있다. ‘노조의 방송편성 관여는 위법적’ ‘편집권은 기자들의 권리가 아니라, 사주의 권리’라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제기한 보수성향 변호사를 지금 시점에서 강사로 초청해 특강을 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한 관계자는 “보도본부 팀장은 의무적으로 참석할 것을 주문했고, 일부 인사들은 현행 편성규약 무력화를 주장하는 등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면서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협회 비판을 봉쇄하고, 개편과 관련한 노조의 문제제기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노보와 성명서 등을 통해 사측의 ‘편성규약 무력화 시도’에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특강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연락했으나 김 국장은 “홍보실을 통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한편, 방송법에 따라 현재 KBS 편성규약은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다.
제5조(취재 및 제작 책임자의 권한과 의무)
③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
제6조(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 보장)
②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편성‧보도‧제작상의 의사결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 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권리를 갖는다.
제7조(편성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① KBS는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호하고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하여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운영한다.
② 편성위원회는 ‘본부별 편성위원회’와 ‘전체 편성위원회’로 구성한다.
③ 본부별 편성위원회는 취재 및 제작 업무의 특수성과 매체별 특성을 고려하여 보도본부, 제작본부, 라디오제작센터에 각 하나씩 총 3개의 위원회로 운영한다. (위원회의 명칭은 각각 ‘보도위원회’, ‘TV위원회’, ‘라디오위원회’로 한다.)
제9조(편성위원회의 기능)
방송의 공적 사명을 다하고 방송의 독립성과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경우 본부별 편성위원회를 개최하여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고 이견을 조정한다.
1. 방송의 공정성 및 공익성의 훼손
2. 편성․보도․제작 과정에서의 제작 자율성의 침해
3. 정기 개편 시 의견과 방향 제시
4. 취재 및 제작 과정에서의 이견이나 분쟁 발생
5. 기타 방송업무와 관련한 각종 현안

민동기·허완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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