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4일자 기사 'KBS, ‘박정희 미화 우려’ 다큐에 “소통 위한 것”'을 퍼왔습니다.
제작진과도 소통 안되는 KBS “정치적 의도 없다” 되풀이
박정희 시대를 미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던 (다큐 극장) 신설, 1라디오 간판 프로그램 폐지, 4대 스페셜 통폐합, (뉴스라인) 시간대 이동 등으로 빚어진 봄 개편 과정의 잡음이 편성 설명회까지 이어졌다.

제작진과도 소통 안되는 KBS “정치적 의도 없다” 되풀이
박정희 시대를 미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던 (다큐 극장) 신설, 1라디오 간판 프로그램 폐지, 4대 스페셜 통폐합, (뉴스라인) 시간대 이동 등으로 빚어진 봄 개편 과정의 잡음이 편성 설명회까지 이어졌다.

▲ 4일 오후 1시 반,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봄 개편 설명회 모습 (사진제공: KBS)
4일 오후 1시 반,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KBS 봄 개편 설명회가 열렸다. 전진국 편성센터장은 개편의 목표를 △획기적인 공영성 강화 △편성구조 혁신을 통한 다양성 확대 △종일방송 본격화에 따른 심야뉴스 강화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창 확대 △2TV 채널 경쟁력 강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장성환 콘텐츠본부장은 (KBS 파노라마), (대한민국 행복발전소), (히든 챔피언), (문화 책갈피), (다큐 극장) 등을 개편의 중심 프로그램이라고 거론했다. (다큐 극장)에 대해서는 “정통 역사 다큐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고품격 역사 다큐멘터리”라며 “세대 간 대화와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다큐 극장)의 여파 이어져
(다큐 극장)은 지난달부터 박정희 시대를 미화할 수 있는 아이템, 외주제작사 제작, 제작 실무자들의 의견 무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외주사의 초기 기획안에는 ‘10월 유신’, ‘육영수 피습’, ‘새마을운동’ 등이 포함돼 있어, 아이템 선정 부문이 가장 문제가 됐다. 현재도 ‘파독 광부, 간호사 50년’, ‘수출 100억 불 달성’ 등 박정희 정권의 공을 부각시킬 수 있는 소재들이 방영 예정 아이템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외주제작국장은 (다큐 극장)에 대한 질문에 “정치적 의도성이 있었느냐, 특정 정파를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소통 문제와 세대 간 갈등 문제를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이는 공영방송 KBS의 숙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이템 및 외주제작사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KBS의 선정과정은 투명하다”며 “외주제작국장을 포함한 보직자 전원이 참석해 PPT 시연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새롭고 참신한 기획안을 내놓은 2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성수 외주제작국장은 “여러분이 그렇게 우려하고 걱정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며 “남북 분단,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을 큰 줄기로 하고 민주화, 인권 등을 소재로 해 인물 중심이 아닌 사건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기자가 (다큐 극장) 편성 과정에서 내부의 소통이 부재한 점이 드러났는데 사측의 답을 명쾌하게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때 윤성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 정책실장은 “봄 개편 과정 자체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고 진행됐다”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홍보실 측에 의해 제지당했다.
윤성도 정책실장은 설명회 이후 “(다큐 극장)이 소통과 화합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내부 소통도 안 되면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정치적인 아이템을 다룬다고 하는데 파독 광부나 간호사, 수출 100억 불 달성 등이 어떻게 비정치적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KBS의 한 PD도 “(논란이 된) 아이템들 역시 분명히 중요하고 다뤄야 할 문제지만 결국 얼마나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민감한 현대사 문제를 다룰 때는 굉장한 토의와 외부 자문 등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 없이 외주에서 만들게 되면 윗선의 입맛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큐 극장)에 대한 교양·다큐국 PD 비상대책위원회와 KBS 사측의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점도 파장을 키웠다.
지난 3일까지 비대위와 장성환 콘텐츠본부장은 △프로그램 제작주체 다큐국으로 이관 △금주 내로 4명 이상의 제작팀 구성 △다큐국 이관 전 방송분은 다큐국에서 선임된 팀장과 협의 후 방송 △다큐국 주관의 첫 방송은 6월 초중순경 방송 △타이틀과 포맷 변경 가능 등 5가지 사안에 합의해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편 설명회를 3시간 앞두고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새 노조는 4일 성명을 통해 “한 달여에 거친 협의 끝에 프로그램 제작주체를 외주와 함께 다큐국에서 제작하는 것으로 사실상 합의했는데, 길환영 사장이 외주국 제작을 고수해 합의사항을 뒤엎었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길환영 사장은 (다큐 극장)을 내부에서 제작하는 것에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는 애초부터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외주를 동원, 독재정권을 미화하려는 의도를 자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성명에서 “자진하차했던 J씨의 외주사가 여전히 제작에 참여한다”며 “거래 부정이 드러나면 손실 보상을 청구하는 것이 상식인데, 왜 하자투성이의 외주사에게 현대사 같은 중요 프로그램을 왜 계속 맡기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길환영 사장의 밀실 관제개편과 역사왜곡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부 구성원의 반발에도 ‘강행’된 봄 개편
1라디오 역시 ‘친박 평론’으로 논란이 된 고성국 씨, 김무성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씨를 MC로 낙점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결국 고성국 씨, 최양오 씨는 MC에서 제외됐고 각각 내부 아나운서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MC는 교체됐으나 개편 과정에서 MC를 논의할 때 일선 PD들의 의견 청취 없이 라디오 간부들이 결정했다는 점,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시사 프로그램 (열린 토론)이 폐지된 점 등은 KBS의 내홍을 잘 보여준다.
이 때문에 20년차 이상 KBS 라디오 PD들은 4일 성명을 내어 “사랑과 땀으로 만들어진 KBS 라디오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변석찬 라디오센터장, 서기철 라디오1국장에 대해, KBS라디오의 품위와 경쟁력을 훼손한 책임을 물어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보직 해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성환 콘텐츠본부장이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꼽았던 (KBS 파노라마)(기존 가제 [다큐 1]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BS 파노라마)는 (과학스페셜),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KBS스페셜) 등 4개를 통합, 매주 목요일, 금요일 이틀에 걸쳐 방영되는 프로그램으로 “KBS 다큐멘터리의 역량을 총결집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돼 있다.
하지만 (과학스페셜)을 제작하던 한 PD는 “PD들 사이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며 비교적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은 있었지만, 지금의 통폐합 형태는 결코 아니었다”며 “통합 프로그램은 특집으로 만들되,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하는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이 PD는 “(과학스페셜)에서 준비 중이었던 프로그램은 (KBS 파노라마)란 이름으로 방영될 예정”이라며 “프로그램이 신설되면서 각 팀으로 기존 인력을 배분한다지만 아직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4대 스페셜 폐지를 두고 “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브랜드를 날려버리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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