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1일 목요일

KBS ‘파노라마’, 4대 스페셜 빈자리 채울 수 있을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10일자 기사 'KBS ‘파노라마’, 4대 스페셜 빈자리 채울 수 있을까'를 퍼왔습니다.
최소 7년 이상의 대표 다큐 폐지…KBS 안팎 우려 불식시킬지 주목
KBS는 지난 8일, 봄 개편을 시행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KBS의 대표 브랜드가 된 다큐 프로그램들이 대거 폐지됐다. (과학스페셜),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KBS스페셜) 등 ‘4대 스페셜’이 그 주인공이다. KBS는 ‘획기적인 공영성 강화’를 내세우며 라는 다큐멘터리를 신설했지만 오랜 전통을 지닌 간판 프로그램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개편에서 사라진 ‘4대 스페셜’은 대부분 역사가 깊다. (KBS스페셜)은 1994년, (역사스페셜)은 1998년, (환경스페셜)은 1999년에 첫 전파를 탔다. (과학스페셜)의 경우, 올해 1월 첫 방송을 시작했으나 전신인 (과학카페)는 2006년부터 방영됐다. 4대 스페셜은 최소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돼 온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별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한 주제를 심도있게 파고드는 프로그램, 폭넓은 주제를 두루 다루는 프로그램 등 서로 개성이 달라 프로그램에 따른 고정팬도 확보하고 있었다.

▲ 4월 8일부터 시행된 봄 개편으로 과학스페셜,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KBS스페셜 등 4대 스페셜이 폐지됐다. (KBS 홈페이지 캡처)


◇ : 국내 최초의 환경 다큐멘터리

매주 수요일 밤 10시에 방영됐던 (환경스페셜)은 1999년 5월 5일 ‘봄, 깨어남’으로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고, 지난 3일 ‘15년의 기록, 환경스페셜 생명을 말하다’로 고별인사를 전했다. 15년 동안 216명의 PD들이 (환경스페셜)을 거쳐 갔고, 그들은 27,000여분에 달하는 방송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환경스페셜)은 국내 최초의 환경 전문 다큐멘터리로서,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위기에 처한 지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자연 환경과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시켰다는 공로로 2005년 서울사랑시민상 환경부문 대상, 2011년 방송위원회가 뽑은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2011년 YWCA가 뽑은 좋은 TV프로그램상(환경부문), 2011년 이달의 PD상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환경스페셜)은 환경 다큐멘터리로서의 고발정신에 충실했다가 편성지연 등의 고초를 겪은 적도 있다. 4대강 공사를 주 내용으로 다룬 2부작 ‘강과 생명’(모래강의 신비, 침묵의 강)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달째 편성이 지연되다가 2011년 8월에야 방송된 바 있다. (환경스페셜)은 마지막회에서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빨리 진단해 더 일찍 여론 형성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의 뜻을 밝혔다.
평일 심야 시간에 방영됨에도 (환경스페셜)은 고정팬들이 많았다. (환경스페셜)의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에서는 ‘오직 환경라는 테마에 집중했던 국내 유일의 자연 다큐가 없어져 아쉽다’, ‘수신료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었던 유일한 프로그램’, ‘왜 KBS는 남겨야 할 프로그램을 없애는지’ 등 아쉬움과 불만을 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 : 역사의 이면을 조명

4대 스페셜 중 가장 변화가 많았던 프로그램이 (역사스페셜)이다. (역사스페셜)은 1998년 첫 방송 이래 폐지와 부활이 잦았다. (역사스페셜)은 2003년 6월 200회 특집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2005년 4월 봄 개편에서 (HD역사스페셜>이란 이름으로 부활했으며, 2006년 9월 64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2009년 7월 다시
(역사스페셜)은 프로그램의 가치를 인정받아 (HD역사스페셜 시리즈)라는 이름의 책으로도 출판됐고, 2009년 전문가들이 선별한 일부 작품이 영문판으로 제작된 바 있다. (역사스페셜)은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비롯해 방송위원회, PD연합회 등에서 다수 수상했고, 지난해 역시 류지열 PD가 ‘임란 포로 빈센트 카운은 왜 화형되었나’로 한국가톨릭매스컴상 대상을 수상했다.
(역사스페셜)은 원래 올해 시즌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공식 홈페이지를 1년 중 특정 기간에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되, 쉬는 기간 고품질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집중 편성하는 시즌제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당시 글에 따르면 (역사스페셜)은 3~6월과 9~12월에만 방영 예정이었다.
제작진은 “기존에 비해 더 많은 제작비와 시간을 투입할 수 있어 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시즌제는 (역사스페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입되는 제도”라며 시즌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폐지로 인해 이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 (과학스페셜) : (과학카페)로 시작한 과학 다큐멘터리

(과학스페셜)을 이야기할 때에는 프로그램의 전신인 (과학카페)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2006년 가을 개편 때 만들어진 (과학카페)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과학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2009년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2012년 환경부 감사패 등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바다의 날 기획 - 최초공개 독도 심해탐사’를 통해 독도의 심해생물과 화산폭발 흔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과학카페)의 뒤를 이어 올해 1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과학스페셜)은 (역사스페셜)과 마찬가지로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1~3월과 7~8월에 방영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봄 개편에서 (KBS 파노라마)가 신설되며 지난 4일 방영된 ‘[과학토크] 외계인, 과학인가 상상인가’가 마지막 방송이 됐다. (과학카페)에서 (과학스페셜)이 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 (KBS스페셜) :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만나는 창

(KBS스페셜)은 1994년부터 방영돼 가장 오랫동안 유지돼 온 프로그램이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각각 ‘과학’, ‘역사’, ‘환경’이란 주제에 천착하며 한 분야를 파고든 반면, (KBS스페셜)은 이를 포함해 경제, 교육, 국제, 노동, 문화, 복지, 시사, 화제의 인물 등 보다 폭넓은 주제를 고루 선보였다.
(KBS스페셜)의 가장 큰 특징은 주제 선정의 자유로움과 확장성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는다고 공표한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소재를 다뤘다. 국외 소식의 비중도 높았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기업가 스티브 잡스 등 해외 인물뿐 아니라 자스민 혁명 후의 리비아 등 중요했던 사건도 (KBS스페셜)에서 방영됐다.
(KBS스페셜)도 화려한 수상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5년에만 제16회 시장경제대상 방송프로그램 부문 대상(‘한국경제 희망의 로드맵’), 전미 탐사보도협회(IRE) TV부문 본상(‘최초보고-해양 투기 17년, 바다는 경고한다’), 아시아태평양 방송개발원(AIBD) 최우수상(‘세 마을 이야기-농촌은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방송위원회 대상(‘도자기’) 등 많은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에 시청자들과 만났던 (KBS스페셜)은 7일 재일동포 오페라 가수 전월선 씨를 소재로 한 ‘해협의 아리아, 전월선 30년의 기록’을 끝으로 종영했다.

통합 효과 여부·게이트 키핑 강화 등 풀어야 할 숙제 남아

봄 개편으로 ‘4대 스페셜’이 떠난 자리에는 (KBS 파노라마)(목, 금 저녁 10시 방영)가 편성됐다. 장성환 KBS 콘텐츠본부장이 4일 개편 설명회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꼽았고, 개편안에도 ‘KBS 다큐멘터리 역량을 총결집한 프로그램’으로 소개돼 있을 만큼, 이번 개편의 야심작이다.
회사는 개편 이유에 대해 “기존 정규 프로그램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담대한 기획이 가능해짐으로써 제작 중심 조직에서 기획 중심의 창의적 조직으로 바뀐다”며 “인력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집중을 통해 다큐멘터리 고품질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 4월 11일 목요일 ‘당신의 몸’으로 첫 방송을 탈 KBS 파노라마 (KBS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KBS 파노라마)는 출발 지점에서부터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4대 스페셜을 통합한 효과가 빛을 발해 정말 ‘고품질의 다큐’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들 수 있다. 또한 주 2회 프로그램에 포함되면서 그동안 1주 1회 방영되던 ‘과학’, ‘역사’, ‘환경’ 아이템들이 덜 다뤄지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과학스페셜)을 제작했던 김현기 PD는 “(KBS 파노라마)는 KBS의 대표 프로그램들이 다 합쳐져서 나온다는 것”이라며 “하나로 뭉쳐져 자원을 집중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하면 ‘이게 뭐야?’라고 할 수 있다. 초기라 그런지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스페셜)을 제작했던 권혁만 PD는 “(이번 개편으로 인해) 환경 아이템이 많이 축소될 것 같다”며 “([KBS 파노라마]로 가게 되면) 자연 다큐 위주로 나갈 테니 삶 속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환경 문제를 다루는 데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 다큐로서의 고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봄 개편을 통해 다큐 프로그램에 대한 회사측의 ‘게이트 키핑’ 강도가 훨씬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BS 측은 “아이템 제안 및 채택은 제안공모 및 위원회 제도를 통해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위원회는 다큐국장, EP 3명, CP 3명, 일선 PD 3명으로 구성된다.
(KBS스페셜) 등을 제작했던 홍기호 언론노조 KBS본부 부위원장은 “그동안은 국장이 아이템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CP, EP 1명 선에서 그쳤다”며 “이 구조에서 4대강 등 다뤄야 하지만 다루지 못했던 아이템이 통과되기란 더 어렵다. 게이트 키핑이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KBS 파노라마)가 제작비와 시간을 더 많이 투입해 완성도가 높은 연속성 있는 기획을 하자는 프로그램 의도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KBS 파노라마)는 11일 ‘당신의 몸’, 12일 ‘잠 못 드는 행성, 지구’를 각각 방영한다. 보통 목요일에는 시사 저널리즘 위주로, 금요일에는 과학 및 환경 등의 주제로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호 KBS본부 부본부장은 “(프로그램의 취지는) 1부로 끝나는 단발성 기획이 아닌 연속 기획으로 가자는 것인데, 양일 다른 내용을 방송하는 건 기획의도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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