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2일 금요일

한반도 전쟁의 피해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남북 한민족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1일자 기사 '한반도 전쟁의 피해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남북 한민족이다'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한민족의 생존·평화가 최고의 수호가치다

한반도가 정전협정 60년, 북한 핵 사태 20년 이래 최악의 군사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두 달째 고조돼 온 한반도의 위기가 아직도 수그러들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 12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는 대북제재-북한의 핵무력 강화선언,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정전협정 백지화, B-52 전략핵 폭격기 한반도 출동-정밀 핵타격 군사적 대응 경고, 스텔스 전략핵 폭격기 B-2 출격-괌, 하와이, 미 본토 미국기지를 타격 대상으로 한 전략로켓군에 ‘1호 전투근무태세’ 발령, 중거리미사일 동해안 이동, 괌에 요격체계 투입-평양주재 외국 대사관에 ‘전시 철수계획’ 요구 등의 군사적 맞대응이 벌어졌다. 최악의 상황도 불사하겠다는 군사적 맞대응이 이렇게 가파르게 벌어진 것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북한이 ‘위험한 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세계가 한반도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올 정도로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형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생기면 1986년 원전 폭발 참사로 황폐화된 체르노빌이 ‘애들 장난’으로 보일 정도로 참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의 무력 충돌은 곧 핵전쟁임을 경고한 말 아니겠는가.

북한이 지난달 훈련한 무인타격기 공습과 대공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


한반도 핵전쟁은 민족 절멸의 재앙이 된다는 뜻이다. 핵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일지라도 방사능 질환 및 면역 체계 악화로 인한 각종 전염병 등의 끔찍한 후유증으로 서서히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방사능 피폭은 유전 체계에도 열등의 변이를 일으켜 기형아 등의 후유증을 남긴다. ‘핵지옥의 실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오죽하면 세계가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서겠는가. 중국이 한반도 전란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 된다며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를 촉구하고, 러시아도 “모두가 진정하고 협상 테이블에서 수년간 쌓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화는커녕 위기 사태가 진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외국 대사관에 대한 철수 계획 제안에도 평양의 외국 공관들이 업무를 계속 보는 등 전면전 징후가 없다는 주장에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안이하게 지켜보고 있을 상황이 결코 아니다. 우발적 충돌로 전쟁이 터지게 되는 전쟁의 본질적 우연성 때문이다.

한국군의 경우, 정확한 군사적 대응메뉴도 마련되지 않은 채 ‘선조치 후보고’ 지시가 하달된 상태 아닌가. 상대방을 자극할 사소한 실수도 선제공격 징후로 오판돼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2011년 6월 17일 중국 청두발 아시아나 항공기가 정규 항공로로 인천 공항으로 오던 중 강화도에 주둔한 해병 초병이 적기로 오인해 10분간 소총 99발을 발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병 초병은 ‘선조치 후보고’ 지시에 따라 일단 사격 후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소총이 아닌 대공화기로 발사했다면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뻔한 상황이었다.

한국군의 선제 타격 원칙은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해 한국을 공격할 징후가 임박했을 때”의 경우라고 한다. 과연 대량살상무기가 탑재된 것인지, 한국을 공격할 징후인지,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오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미국은 이번 주 예정됐던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니트맨 3’의 발사 실험을 연기했다. 북한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어 연기했다는 미국 관리들의 얘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대로 ‘중요하고 올바른 조치’다.

남북한이나 미국 모두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일을 더 이상 결코 해서는 안 된다. ‘6자회담’에서 합의됐던 ‘상황악화 행위 금지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 국방부는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들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운영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과시한 말이겠지만, 과연 억지의 효과가 나타났는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결과가 되지 않았는가.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최근 한반도에서의 첨단 무력 과시는 “한국이 독자적 행동에 나설 압력을 줄이려는 중요한 조치들”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한국 정부가 과잉 대응하지 말라는 미국 정부의 주문인 셈이다. 오죽하면 미국이 이런 주문을 하고 나섰겠는가. 

남북한은 ‘한반도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초강경 발언과 위협으로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며 전쟁 위기를 증폭시켜 왔다. 민족의 절멸인 ‘핵지옥’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하는 행위인가.

한반도 위기나 전쟁의 피해 당사자는 바로 남북한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남북한이 사태의 진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처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타협과 지원을 끌어내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보고 섣부른 타협으로 ‘악순환의 반복’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북한 핵문제를 악화시켜 놓은 이명박 정부처럼 박근혜 정부도 한반도 사태를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셈인가.

한민족의 생존과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야말로 남북한 당국이 실현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한민족의 생존과 평화 수호를 위해 조금이라도 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우선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해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겠는가. 

북한도 한반도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즉각 정상화시켜야 한다. 남북한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포함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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