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4-11일자 기사 '전쟁보다 대기업 세무조사 앞세운 중앙일보의 특별한 위기감'을 퍼왔습니다.
[리뷰]'안보 마케팅'과 '재벌 마케팅'으로 갈린 조중동
[리뷰]'안보 마케팅'과 '재벌 마케팅'으로 갈린 조중동
북한발 위기가 연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과 평양 모두 조용한데, 언론만 호들갑’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분단국가 체제라는 점이 작용했겠지만, 진보, 보수를 가릴 것 없이 국내 언론은 ‘안보 마케팅’을 주요한 의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북 위기론은 언제나 실제 상황보다 위기를 과장해 설명했으며 남북 협력론 역시 현실에 발을 딛기 보다는 명분에 기대는 경우가 잦았다.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조중동의 1면은 다른 지면 구성을 선보이며 매체별 ‘정체성’을 드러냈다.
상황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강조한 조선일보
보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일보는 남북 위기를 국제적 관점에서 상황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주력했다. 1면 탑 기사의 제목은 ‘북, 투자 끊기는 광풍...한국은 무풍’으로 뽑았다. 조선은 북한의 전쟁 위협으로 중국 기업들마저 불안감을 느껴, 대북투자를 중단시켰다는 사실을 부각했는데 “중국 기업들은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신규 투자를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고 전했다.

▲ 11일자 조선일보 1면.
북한의 의도를 “남한 사회의 혼란과 한국의 대외 신인도 추락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한 조선은 그러나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정됐던 10일 코스피 지수가 14.84% 상승하고, 환율도 안정세를 보인 것에 주목하며 외국인 순매수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외국 기업의 투자 계획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의 이런 보도는 ‘안보 마케팅’과는 별개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동요를 막으려는 시도로 분류된다. 또한 현재의 상황이 북한에 불리한 것이고 한국 사회는 북한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끄떡하지 않는다는 상대적 우위를 강조해 보수적 독자들에게 심리적 만족과 안정감을 전달하기 위한 지면 구성으로 보인다.
전쟁 위기의 '부감' 강조한 동아일보
상대적으로 동아일보는 전쟁 위기의 ‘부감’을 보다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지면을 택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런민일보의 해외판을 인용한 동아의 1면 헤드라인은 "북, 상황 오판말라 강력 경고"다. 이 기사는 조선의 1면에도 실린 것이었지만 조선은 이를 1면 하단에 박스 처리한 것에 비해 동아는 1면 탑으로 배치하며 런민일보 외의 다른 중국 관영 매체들 역시 북한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 11일자 동아일보 1면.
동아는 해당 기사 바로 옆에 ‘한미 워치콘 격상’ 사실을 알리는 박스 기사를 배치했는데, 부제는 “군, 조금이라도 피해 당하면 응징”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미연합사가 즉각적인 대응을 보일 것 같은 뉘앙스를 강화해 위기의 스펙터클을 최대한 앞으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의 보도는 현재의 위기를 과장하고, 위기의 전적인 책임을 북한으로 돌리는 안보 기사의 전형적 모습을 띄었다. 북한의 유일한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마저 북한을 비난할 정도로 현재의 상황이 비이성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동아의 보도는 대북 강경론자들의 ‘전쟁 불사론’에 영감을 제시하는 논리적 전개를 보여줬다.
전쟁위기보다 재벌 위기가 위증하다고 느낀 중앙일보
조선과 동아의 지면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맥락으로 구성됐다면 중앙일보의 1면은 완전히 달랐다. 대북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1면에 북한 관련 활자가 실리지 않았다. 대신 중앙은 “기업 1170곳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로 인해 재계가 불안감 넘어 패닉상태”라는 보도를 1면 탑으로 뽑았다. 박스기사는 자사가 진행한 대학평가 순위였다.

▲ 11일자 중앙일보 1면.
중앙의 세무조사 패닉 보도는 지면 할애와 보도 내용을 통해 중앙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한반도 위기가 현격한 상황에서 이를 전혀 1면에 배치하지 않은 채, 재계의 주장을 일방 대변하는 기사를 호들갑스럽게 부각한 것은 중앙이 ‘재벌 문제’에 있어 조중동 가운데 가장 민감한 매체라는 점을 확신하게 했다. 이는 중앙이 태생적으로 삼성과의 연관성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매체이자, 홍석현 회장 일가가 삼성그룹과 가장 가까운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친 재벌 논조’의 진지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의 보도는 지면 구성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상당한 편향성을 띈다. 예컨대, 중앙은 “경기가 어려울 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유예해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엔 거꾸로”라며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회사가 있겠느냐"고 감정적으로 힐난하는 수준까지 나갔다. 이는 가히 전경련 기관지의 논조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었는데, 같은 날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국세청에 적극적인 대기업 세무조사를 요구하며 “감사원이 증여세 징수를 통보한 9개 그룹은 엄청난 부(富)를 상속 또는 증여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 국민의 비판을 받아온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결국, 중앙은 현재의 대북 위기보다는 일부 재벌의 위기가 더 위증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본 셈인데 이 신문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해있고, 이 언론의 보도가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지를 잘 나타냈다는 판단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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