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4-03일자 기사 '방송국 기자들 손으로 기사 쓴 날'을 퍼왔습니다.
3월20일 KBS·MBC·YTN이 해킹을 당하면서 특히 보도국의 피해가 컸다. 기자들은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들은 ‘북한 테러 가능성’을 떠들었다.
3월20일 오후 2시가 조금 안 된 시각. 서울 여의도 MBC 본사 7층에서 일하던 라디오 작가 박세훈씨(31)의 컴퓨터가 갑자기 재부팅됐다. 평소에도 종종 있던 일인지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재부팅 이후 컴퓨터가 먹통이 된 것이다. 박 작가의 연락을 받고 온 사내 인터넷 담당 직원은 “지금 7층, 8층 컴퓨터가 갑자기 다 이렇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컴퓨터 전원을 모두 꺼달라. 복구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사내 방송이 나왔다.
오후 방송을 준비 중이던 박 작가와 동료들은 크게 당황했다. 작가들은 대본을 출력하기 위해 황급히 가까운 PC방으로 향했다. PD는 큐시트를 손으로 직접 그렸다. 전화 연결이 예정돼 있던 인터뷰 상대에게 예상 질문지를 보내주기도 난감했다. 결국 이메일 대신 휴대 전화 문자로 질문을 전달했다. 몇 십 분 뒤, 박 작가는 언론 속보를 통해 YTN과 KBS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단 소식을 접했다. 국내 주요 방송사 컴퓨터가 한날한시에 멈춰버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타 부서에 비해 내부 인트라넷 의존율이 높은 보도국들은 피해가 더 컸다.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영상과 음성을 주고받는 ‘보도정보 시스템’이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전산망 마비 피해를 입은 기자들은 손으로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녹음한 음성파일을 직접 USB에 담아 제작실에 전달했다. MBC 정혜경 기상캐스터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weatherjung)에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손으로 날씨 기사 써주고 라디오국에 넘겨줌” “해킹 안 당한 에스본부 부럽다” 등의 글을 남겼다. 운이 좋은 기자들은 개인 노트북으로 작성한 기사를 중계차에 싣고 다니던 휴대용 프린터로 출력하기도 했다.

3월20일 KBS·MBC·YTN이 해킹을 당하면서 특히 보도국의 피해가 컸다. 기자들은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들은 ‘북한 테러 가능성’을 떠들었다.
3월20일 오후 2시가 조금 안 된 시각. 서울 여의도 MBC 본사 7층에서 일하던 라디오 작가 박세훈씨(31)의 컴퓨터가 갑자기 재부팅됐다. 평소에도 종종 있던 일인지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재부팅 이후 컴퓨터가 먹통이 된 것이다. 박 작가의 연락을 받고 온 사내 인터넷 담당 직원은 “지금 7층, 8층 컴퓨터가 갑자기 다 이렇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컴퓨터 전원을 모두 꺼달라. 복구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사내 방송이 나왔다.
오후 방송을 준비 중이던 박 작가와 동료들은 크게 당황했다. 작가들은 대본을 출력하기 위해 황급히 가까운 PC방으로 향했다. PD는 큐시트를 손으로 직접 그렸다. 전화 연결이 예정돼 있던 인터뷰 상대에게 예상 질문지를 보내주기도 난감했다. 결국 이메일 대신 휴대 전화 문자로 질문을 전달했다. 몇 십 분 뒤, 박 작가는 언론 속보를 통해 YTN과 KBS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단 소식을 접했다. 국내 주요 방송사 컴퓨터가 한날한시에 멈춰버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타 부서에 비해 내부 인트라넷 의존율이 높은 보도국들은 피해가 더 컸다.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영상과 음성을 주고받는 ‘보도정보 시스템’이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전산망 마비 피해를 입은 기자들은 손으로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녹음한 음성파일을 직접 USB에 담아 제작실에 전달했다. MBC 정혜경 기상캐스터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weatherjung)에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손으로 날씨 기사 써주고 라디오국에 넘겨줌” “해킹 안 당한 에스본부 부럽다” 등의 글을 남겼다. 운이 좋은 기자들은 개인 노트북으로 작성한 기사를 중계차에 싣고 다니던 휴대용 프린터로 출력하기도 했다.

ⓒ뉴시스 3월20일 오후 KBS 보도국의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보안업체 “물증 없이 북한과 연결 짓는 건 비약”
신한은행·농협·제주은행 등 3개 금융사의 전산망도 마비됐다. 방송사 컴퓨터들이 멈춰버린 시각과 거의 비슷했다. 공격받은 은행들의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 뱅킹이 중단되고, 현금 자동 입출금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방송사 사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YTN 기자는 “밖에서 취재를 하다 전산망이 마비됐단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왔는데 여전히 무슨 일인지 파악이 안 된다. 전산실도 너무 바빠서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S 기자는 “회사에서 컴퓨터를 다시 켜지 말라고 해서 내 컴퓨터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평소 취재원들 전화번호나 제보받은 내용을 컴퓨터에 저장해놨는데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MBC의 장애 PC 복구 가이드.
정부가 합동대응팀을 만들어 원인 조사에 착수한 시간은 이날 오후 2시37분이었다. 현장에 급파된 해킹 대응 전문가들이 악성코드 샘플을 채취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피해 방송사들은 이미 북한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속보를 내보냈다. 사고가 나자마자 “이번 전산망 마비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자사의 전산망 마비 소식을 전한 것이다. 언론들도 인터넷 속보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피해 방송사와 은행들은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YTN 해직기자인 노종면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nodolbal)에 “‘최근 북한 내 전산망 마비는 오늘 대남 사이버공격 위한 자작극 가능성’ 보도까지 나왔다. (중략) 호들갑 좀 떨지 말자. 호들갑 떤 만큼 안보가 튼튼해졌더냐”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사고 다음 날인 3월21일, 보수 신문과 종편 프로그램들은 “전산망을 마비시킨 악성코드가 중국에서 유입됐음이 밝혀진 만큼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보도했다.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당시 북한이 중국의 IP 주소를 경유해 공격했다는 근거도 들었다. 그러나 보안전문업체 빛스캔의 전상훈 이사는 “IP가 공격에 이용됐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연결 짓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