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만년 ‘갑’, 네이버는 카카오가 두렵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2일자 기사 '만년 ‘갑’, 네이버는 카카오가 두렵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플랫폼 주도권 상실… 네이버 앱 도달률 54.9% 뿐, “라인이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한게임 창업자고 핵심 인력들 가운데 상당수가 NHN 출신이다. NHN이 없었다면 카카오톡 같은 훌륭한 서비스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11일 NHN 김상헌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카카오에 대한 강한 질시 또는 견제였다. 김 대표는 카카오를 NHN의 관계회사 정도 취급을 하면서도 카카오의 놀라운 성장 속도에 경계와 우려를 드러냈다.

네이버는 모바일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네이버 도메인의 모바일 사용 시간 점유율은 유선 대비 42% 수준이다. 뉴스 섹션 점유율은 유선 대비 58%에 이른다. 검색 쿼리 점유율은 모바일이 이미 74%에 이른다. 검색 시간 점유율도 유선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76%와 17%, 모바일에서는 73%와 12%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네이버의 유선 대비 모바일 쿼리 비중이 108%에 도달하였으며, 광고주 비중도 유선 대비 93%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PC 광고주가 모바일에서도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모바일 검색 매출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검색 광고 클릭 수도 지난해 4분기 유선 대비 비중이 20%로 올라섰다. 올해 네이버의 모바일 검색 광고 매출은 지난해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2781억원이 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폰 어플리케이션 순이용자수 순위.


언뜻 유선에서의 영향력이 모바일로 그대로 넘어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세계적으로 검색 점유율이 93%나 된다는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3%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그나마 7.3%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NHN은 2011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불공정 행위로 신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바일에서는 경쟁의 구도가 전혀 다르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은 69%에 이른다. 애플 iOS는 19% 수준이다. 유선 인터넷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양분하던 플랫폼 구도를 모바일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구글이나 애플은 콘텐츠 사업자면서 플랫폼 사업자고 디바이스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데 있다. 네이버의 플랫폼은 유선에서는 막강했지만 모바일에서는 다른 플랫폼에 얹혀가는 신세다. 
네이버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런처, 두들 런처.


네이버가 카카오를 부러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상헌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선에서는 잠실의 치킨집을 찾거나 저가 항공권을 사려고 할 때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다.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동네 맛집을 검색해주는 앱이 있다. 저가 항공권만 찾아주는 앱도 있다. 유선에서 네이버의 도달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네이버를 찾을 확률은 95%가 넘는데, 모바일에서 네이버 앱의 도달률은 54.9% 밖에 안 된다.” 

그런데 카카오톡의 도달률은 93.9%에 이른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 치고 카카오톡을 안 쓰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페이지, 그리고 애니팡을 시작으로 드래곤플라이트와 다함께차차차, 윈드러너 등 히트 게임들을 쏟아내고 있다. NHN의 일본 자회사 NHN재팬이 뒤늦게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해 라인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국내 사용자는 거의 없다. 

김 대표는 어딘가 쑥스러운 듯 “라인은 우리가 개발한 게 아니라 일본 자회사에서 개발한 거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아주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위기감은 유선 시장에서 체류시간과 페이지뷰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데 모바일에서도 헤게모니를 놓치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라인이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는 이야기도 나돈다. 라인 덕분에 구색은 맞췄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완전히 카카오에 밀려난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플랫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페이스북이 최근 페이스북홈이라는 이름으로 안드로이드 런처를 내놓았다. 사실상 페이스북폰을 내놓은 건데, 구글이 이걸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네이버도 도돌런처를 만들었고 아펙스런처, 노바런처, 고런처 등이 경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누가 플랫폼이 되느냐의 싸움이다, 누구라도 순식간에 플랫폼이 될 수 있는 무한경쟁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뉴스 콘텐츠 소비 시간 점유율. 닐슨코리안클릭·신영증권 자료. (위 모바일, 아래 유선)


네이버의 유선 부문은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기준 체류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가량, 페이지뷰도 15% 가량 줄어들었다. NHN은 뉴스캐스트 이후 트래픽을 언론사들에 몰아주면서 “뉴스는 돈이 안 된다”고 말하곤 했지만 모바일에서는 뉴스 콘텐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콘텐츠 사용시간 점유율은 유선에서 20%, 모바일에서는 58%다. 다음은 유선에서 50%, 모바일에서는 29%로 역전됐다. 

모바일에서도 뉴스캐스트나 뉴스스탠드를 도입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윤영찬 이사는 “여전히 광고 매출의 대부분이 유선에서 나온다”면서 “모바일에서는 돈이 안 된다”고 말했다. 돈 때문에 모바일 뉴스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인데 바로 여기에 네이버의 고민이 있다. 온라인에서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이 모바일에서는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플랫폼이 되느냐의 싸움에서 네이버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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