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수요일

한반도 위기 대화국면…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불안불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7일자 기사 '한반도 위기 대화국면…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불안불안’'을 퍼왔습니다.
[분석] 위기관리 능력 첫 시험대… “미묘한 정세 의미 못읽는 안보 위주 참모 늪에서 벗어나야”

미사일 발사에 전쟁 불안감까지 조성됐던 한반도 위기가 우리정부의 대화 제의와 미국의 대화 의향 등에 따라 대결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제시했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직면한 한반도 위기 대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를 맞아 대화를 제의하는 결단을 해놓고도 정작 대화를 현실화할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4월 말까지 충돌없으면 대화 급물살 탈 것”=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처음으로 대화를 제의한 데 이어 예상됐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탄생일)을 지나면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한반도 주변국을 순방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특사(대리인) 파견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섰으며,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도 6자회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미국의 상호 위협공세로 가중됐던 한반도 군사충돌의 위기가 한 풀 꺾이면서 당사국간의 대화 분위기로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

16일 최후통첩을 보낸 북 군사당국의 성명도 그 내용을 뜯어보면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이날 ‘최후통첩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사진을 불태운 시위를 규탄하며 예고 없는 보복행동이 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대상이 ‘존엄을 훼손시키는데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자들’로 지목했으며,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모든 적대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전면중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규탄과 사죄요구이나 그 무게 중심은 대화의 여건을 마련하라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우발적 충돌없이 이달 말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종결되고, 5월 7일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북한의 핵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회담수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대북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몇 배 응징” 박근혜 왜 대화로 방향 잡았나= 박근혜 정부가 지난 11일 대화를 제의하면서 해법의 전환을 이룬 것은 실제로 위기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교수는 16일 “개성공단마저 무너지면 박근혜 정부의 역사적 오점이자 내부갈등의 큰 불씨를 남길 수 있으며, 남북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남북 또는 북미간 기싸움의 프레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진짜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며 “북이 대화하자고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우리가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보와 대화를 잘 적용하면서 나름 메시지 관리도 잘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 이상 ‘강대강’으로 버티지 않고 대화제의의 결단을 내린 것은 과거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개최한 '전쟁위기 해소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여성평화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 손에 장미꽃을 들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제의만 해놓고 정작 대화할 줄 모르는 정부”= 그러나 문제는 대화제의만 해놓은 채 대화가 실제로 이뤄지도록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4일 북한 조선평화통일위원회의 ‘빈껍데기’ 성명을 두고 그날 밤 청와대가 나서 대화거부로 규정한 것이다.

양무진 교수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우리가 대화제의를 통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청와대가 나서는 아마추어적 대응을 했다”며 “과연 대북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인지, 박근혜 정부가 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통일부가 대화제의를 했으면 끝까지 통일부가 입장을 주고받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라는 것. 백학순 위원도 “조평통은 북한의 정식 기관도 아닌 외곽단체에 불과하며 ‘빈껍데기’라는 표현도 ‘그 안에 내용을 채워 구체적으로 제안해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데도 이렇게 단정한 것은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이 상황판단을 잘못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용현 교수도 “안보적 측면과 대화의 측면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대화를 제의했으면 그 다음엔 구체적인 시점과 내용의 제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군사회담 제의와 같은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제안했다. 백학순 교수도 “본격적인 대화를 위해 시점과 내용을 제의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지 않으면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휘둘릴까 우려= 대북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화를 해나갈 의지는 있으나 정작 주변의 참모들에 둘러싸여 상황의 오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케리 미 국무장관과 접견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응징하겠지만, 북한이 변화를 받아들여 대화의 장에 나오면 상호 신뢰를 쌓아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백학순 교수는 “박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 의지와 대화의지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묘한 남북관계 정세의 의미를 읽어낼 참모들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이를 조절해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 자신의 몫”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교수는 “통일부 등 일부 부처는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대화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은 정무적으로 판단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주위 사람들이 모두 보수적 인사들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군, 육사출신 인사들의 조언의 늪에서 헤어나와야 남북관계 해법이 보인다는 충고들이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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