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8일 목요일

한반도 위기 틈타 정권이익 취하려는 일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8일자 기사 '한반도 위기 틈타 정권이익 취하려는 일본'을 퍼왔습니다.
[분석] 일본이 한반도위기 평화적 해결 판깨려는 까닭은
무력 충돌 우려까지 갔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 분위기로 소강상태를 보이자 일본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놓는가 하면 유사시 자위대의 대응까지 언급하는 등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에 배치되는 언동을 드러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와 미국 국무장관의 ‘밀담’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의도적으로 주변국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존케리 미 국무장관의 ‘비공식’ 회담 내용이 보도됐다. 한반도 위기의 해법으로 섣부르게 대화를 해서는 안되며 북한에 수차례 배반당한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와 케리 장관의 이 같은 대화를 두고 ‘밀담’이라고 표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케리 장관과 회담에서 북한과 대화노선을 안이하게 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전했으며 북한을 두고는 “그 사람들은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며 “몇 번이든 배반당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요미우리). 특히 아베 총리는 “북한의 3대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은 벼랑끝 외교”라며 “위기를 조성하고 무언가를 얻으려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도 17일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만일의 경우 한반도로 가는 인원·물자 상당 부분이 일본 미군기지를 경유해야 한다”며 “미 7함대와 함께 일본 자위대도 해로 확보를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주둔하는 유엔군이 사용할 수 있는 기지가 일본에는 7곳이 있다”고도 했다. 한반도의 평화적 해결과는 거리가 먼 자위대와 일본 내 미군기지 언급만 늘어놓은 것이다.
일본 수뇌부의 이 같은 언동은 케리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의향을 드러낸 직후부터 잇달아 쏟아졌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일본 수뇌부의 이런 반응은 뒤집어 해석하면 결국 한반도에 평화보다는 군사적 충돌 내지 대결 직전의 불안한 상태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베 일본총리. 지난 15일 방송된 KBS <뉴스9> 화면 캡쳐.


이를 두고 아베 정권의 정치적 지지기반 확대와 자위대의 군대화를 위한 일본 평화헌법(9조) 개정 등 정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한반도 불안상태가 되레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강경노선을 추구하며 집권한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영해 바깥의 비상사태에도 자위대가 출동할 명분을 찾고자 하는데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북한의 위협은 일본에게는 자위대 증강 및 평화헌법 개정 등 얻을 것이 엄청나게 많다”며 “아베정권으로서는 군사력 확대를 추진할 명분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과장하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아베 정권 이전에도 한반도에 충돌 상황이 있을 때 그래왔다”며 “북한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은 전적으로 국내정치용”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위협을 느낄 때 일본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는 자위대의 무력증강이며, 한미일이 협력해 대북 응징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라며 “이것이 (일본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요인의 80~90%”라고 평가했다.
김 편집장은 “일본은 스스로 안보의 긴장을 버텨낼 수 없다. 정규군대가 없고, 2차대전 이후 전투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이 자기들 머리 위로 지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국가주의와 대외적 보수강경 자세를 내세워 집권한 아베 정부에겐 ‘실력발휘’할 기회를 이 때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베 정권은 지난해부터 자위대를 정식군대인 자위군으로 재편하기 위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내 반대여론과 한국과 중국 등 식민지 피해당사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위기는 이 같은 명분을 쌓는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카드라는 것이다.
친일재산환수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는 장완익 변호사는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면 될수록 국내 여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며 “아베 정부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고 나면 한국 등 식민지 피해국에 과거사 사과와 같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한 뒤 평화헌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욱일승천기. ⓒ시사상식사전


외교적으로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형성되면 일본의 목소리가 먹히지 않게 된다는 분석이다. 김연철 교수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 일본이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 2004~2005년 6자회담 때 일본은 전체적인 협상의 흐름과 달리 북한을상대로 ‘납치자 문제’ 해결에만 목소리를 높였었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교수도 “아베 총리의 발언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일본의 외교정책이 어려워질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한 면도 있을테고, 미국 케리 장관이 북한 사정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라 얕보고 한 말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의 폐허가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에겐 되레 국력회복의 기회가 됐던 기억과도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완익 변호사는 “한국전 당시 미국은 일본을 방어막으로 삼아 경제적으로 더 지원해줬고, 전후 청산을 위한 배상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이  대폭 양보해줬다”며 “미국 입장에선 일본을 키워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일본도 전쟁이 나는 것을 바라지 않겠지만, 전쟁 불안감만 조성되도 투자자 입장에선 불안정성 때문에 한국 대신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을 택하지 않겠느냐”며 “현 상황에 대해 우리는 태평하지만 외국에서는 전쟁 날 것처럼 심각하게 느낀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문정인 교수는 “전쟁이 나면 일본의 수출량이 늘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누구에게도 다 손해”라며 “남 못돼서 자기들 잘 되려 한다는 단견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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