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수요일

“국민연금 폐지 주장? 저소득층 노후준비 말라는 이야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0일자 기사 '“국민연금 폐지 주장? 저소득층 노후준비 말라는 이야기”'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기금 고갈해도 급여 지급돼”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60년에 고갈된다는 예측이 나온 가운데, 납세자연맹이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돌입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9만여 명이 국민연금 폐지 서명에 동참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증명했다. 그러나 복지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에게 국민연금은 사실상 유일한 노후준비 대책이라며 폐지운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에게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국민연금의 개혁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윤 센터장은 한국연금학회 운영이사이며, 10년 이상 연금제도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연금 전문가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폐지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국민연금이 폐지되면 저소득층의 노후 준비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적립기금 고갈에 대해서 오해가 많다"면서 "기금 고갈은 연금을 못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제도의 불균형을 개선하라는 '사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금이 고갈되니 폐지하자는 건 본말이 전도된 얘기"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국민연금은 국가가 수수료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과실의 더 얹어서 주는 것"이라며 "30세때는 국가가 왜 강제로 연금을 걷냐고 하지만, 50세만 넘어도 '더 내고 더 받을 수 없냐'고 한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불신을 갖는 이유로 장기보험인 점을 들었다. 윤 센터장은 "건강보험은 단기 보험이라 짧은 기간 안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국민연금은 노후에 급여를 받기 때문에 '받을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김병철


또한 기금 고갈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국민연금은 낸 돈 보다 많이 돌려받는 구조"라며 "‘산수적’으로도 기금은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센터장은 재정 안정화를 위해 기금 고갈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노동 신장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2007년 연금 개혁 당시 보험료율을 12.9%까지 인상하려 했지만 소득대체율만 낮춘 반쪽 개혁이 됐다"면서 "그때부터 5년이 지났고, 고령화도 가속화된 만큼 10~20년 안에 보험료율을 12.9%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센터장과 일문일답이다. 
 
- 국민연금 추계재정위원회는 2060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된다고 발표했다. 막을 수 없나.
국민연금은 낸 돈 보다 많이 돌려받는 구조다. 산수적으로도 기금은 소진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제도를 잘못 운영해서 소진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한다. 그러나 구조상 불가피하고 어쩔 수 없다. 제도를 도입할 땐 정부가 소득대체율 70%를 준다고 했다가 40%로 낮추는 등 제도 수정이 있다보니 오해가 증폭된 측면도 있다. 
 
-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현재 400조 원이나 있는데도 문제인가.
적립기금이 있지만 국민연금 잠재 부채가 있다. 잠재 부채는 미래에 지급할 금액에서 현재 적립기금을 뺀 금액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을 예로 들면 정부가 지급을 보장한다고 했기 때문에 잠재 부채 340조 원이 국회 회계결산에 들어가 있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3%의 보험료를 내면 소득대체율 70%를 약속했다. 소득대체율 70%을 보장하려면 20~25% 수준의 보험료를 걷었어야 했다. 지금은 적립기금이 쌓였지만 1988년부터 보험료를 적게 받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부채가 있다. 우리는 지급한다고 약속한 것보다 너무 적게 걷었다. 
 
- 현재 국민연금 잠재 부채는 얼마인가.
이번 3차 추계에서 계산은 했지만 공개는 안했다. 나 같은 재정 안정론자는 공개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부는 부담스러워 한다. 안그래도 고갈된다는데 '진짜 못 받는 것 아니냐'며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만 하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들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해를 줄여나가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뒷방에 황금(적립기금)을 쌓아놓고, 앞방의 노인이 굶어가는 걸 방치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잠재부채를 고려하면 실제 쌓아놔야 할 돈은 이미 지급해야 할 돈의 3분의 1밖에 안될 수도 있다. 
 
- 40%로 인하된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득대체율을 건드는 건 말도 안된다. 현재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6%로 높여야 한다는 재정추계결과는 어떻게 볼거냐. 그래야 후세대도 이 제도를 누릴 수 있다. 
 
- 3차 재정추계 결과는 '적립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기금 고갈을 늦출 수 있고,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가 가능하다. 2007년 연금 개혁 당시 2018년까지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려고 했지만 소득대체율만 낮춘 반쪽 개혁이 됐다. 그때부터 5년이 지났고, 고령화도 가속화 된만큼 10~20년 안에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려야 한다. 
▲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김병철


-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보험료를 걷어서 그해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많은 나라가 부과식으로 운영하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저출산 고령화가 너무 빠르다. 부과식이 유지되려면 부담하는 그룹과 수급하는 그룹의 인구구조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보험료율도 높아야 한다. 우리는 부과방식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인구구조로 이미 진입하고 있다. 미국도 부과방식으로 가지만 출산율이 2명을 넘고 보험료율도 12.5%로 높다. 
 
- 전세계에서 적립식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뿐인가.
스웨덴 등의 연금제도는 복잡해서 적립식, 부과식으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잘못 이해하는 게 많다. 그리고 몇개 나라가 적립, 부과식으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많은 OECD 서구 선진국이 인구 고령화라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어떤 방향으로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 선진국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  
저성장, 고령화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부과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이 나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립식으로 가는 추세가 강하다. 스웨덴도 바뀌고 있다. 스웨덴은 1985부터 1998년까지 논쟁을 거쳐 이런 연금개혁안을 도입했다. 
 
스웨덴은 연금 급여가 평균수명과 경제성장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자동안정화장치(Built-in stabilizer)를 도입했다. 노르웨이도 2011년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스웨덴과 같은 NDC(명목확정각출제도)를 도입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연금 급여가 자동으로 줄어들고, 정부 부채도 줄어든다. 독일도 연금개혁을 진행 중이며 30년 동안 소득대체율을 40%로 줄이고 있다. 
 
- 한국 상황은 어떤가.
선진국은 보험료율은 고정되어 있고, 급여액은 경제사회적으로 연동되어 있으니 장기적 제도 안전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수준의 제도 개혁도 아니고 보험료 인상만 논의하는데도 막히니 답답하다. 선진국은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했는데 우리는 '적립식이냐 부과식이냐'를 두고 싸우는 게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냐. 
 
- 실질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노후 대책은 뭔가.
취약계층은 45세, 고소득층은 53세쯤 회사에서 퇴직한다. 노동시장 개편을 통해서 중고령자 근로를 활성화해야 한다. 적어도 정년을 65세까진 연장하면 연금 납부 기간도 10년은 늘릴 수 있다. 같은 40%(소득대체율)라도 가입기간이 길면 연금 수급액이 늘어나지 않는가. 
 
베이비부머들이 노동시장에서 한꺼번에 다 나가지 않도록 임금 피크제 등을 적용해서 퇴직 연령을 늦춰야 한다. 일하는 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2~4시간 등으로 줄이는 부분근로도 필요하다. 정리하면 국민연금 제도만이 아니라 일자리 정책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김병철


- 연금제도 개선 방안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어떤 방안을 예상하나.
내가 제도발전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위원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진짜 의견 조율이 안되면 복수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가.
‘산수적’으로만 보면 '낸 보험료에 비해 너무 많이 받은 것 아니냐'에 대해선 공감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올리냐, 언제 올리냐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보험료율 인상안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도 나왔었다. 그때도 2018년까지 12.9%로 올리자고 했는데 빨리 인상해야 한다. 
 
- 왜 보험료율 인상을 빨리 해야 하는가.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연금제도 개혁은 어려워진다. 우리 국민연금 제도가 낸 것보다 많이 받는 '저부담 고급여'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위자 투표모형(median voter model)이라는 게 있다. 한 사회에 세 연령층으로 나눴을 때 중년층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을 선호한다. 납부하는 기간은 짧고, 수급하는 기간은 길기 때문이다. 
 
반면 청년층은 적게 내고 많이 받으면 재정 문제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다. 고령화라는 건 중년층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중의자 투표모형에 의하면 복지제도는 적정수준 보다 확대될 수밖에 없다. 
 
- 중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정치권이 복지를 확대한다는 건가.
정당의 이념과 상관없이 당선되기 위해서 과도한 복지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제도 개혁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빨리 개선해야 세대 갈등도 해결될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도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복지 요구가 분출하지 않았나. 투표는 적정 수준을 넘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하게 되어 있다. 스웨덴 등이 연금제도에 자동안전화장치를 적용한 이유는 이렇게 정치(투표)가 개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우리는 고령화도 빠른데, 연금 성숙도(수급자 확대)도 선진국에 비해 너무 빠르다. 
 
-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노후는 한 번 판단을 잘못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 30세 때는 국가가 왜 강제로 연금을 걷냐고 하지만 50세만 넘어도 '더 내고 더 받을 수 없냐'고 한다.
 
강제적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국가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국민의 노후 복리를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작은 문제나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폐지를 주장하는 건 정신없는 얘기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가.
 
- 폐지 주장은 '노후준비는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철학적 기반에서 나온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나오는 복지 욕구는 뭔가. 개인에 맡긴다는 건 결국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데 노후준비를 민간에 맡기면 고소득층은 이중 삼중으로 준비를 하고, 저소득층은 준비를 못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수수료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과실의 더 얹어서 주는 것이다. 반면 민간연금은 이윤을 남기면서 하는 거다. 칠레처럼 연금을 민영화 한 곳은 경제가 나빠지면서 '깡통 계좌'가 속출했고, 민영화했지만 결국 국가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 건강보험제도도 강제 납부인데 불신이 적은 이유는?
건강보험은 단기 보험이라 짧은 기간 안에 혜택은 받는다. 반면 국민연금은 장기보험이다. '기금 고갈되니 폐지하자'고 필요 이상으로 위험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보니 '열심히 납부해봤자 받을 수 있을까'는 불안감이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국가에 대한 불신이 많은 것도 작용하는 것 같다. 
 
- 폐지론 배경엔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아닌가.
적립기금 고갈에 대해서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못받는다는 건 오해다. 기금 고갈은 연금을 못 받는다는 게 아니라, 제도의 불균형을 개선하라는 ‘사인’이다. 고갈되니 폐지하자는 건 본말이 전도된 얘기다.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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