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진실의길 2013-04-25일자 기사 '靑 소통 슬로건과 사설은 ‘도플갱어’'를 퍼왔습니다.
[분석] ‘오답’을 ‘정답’으로 치환하려는 ‘레토릭’

[분석] ‘오답’을 ‘정답’으로 치환하려는 ‘레토릭’

청와대가 소통을 강조하는 국정홍보 슬로건과 엠블럼을 확정해 발표했고, 때마침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1면에 칼럼을 실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반박하는 주장을 폈다. 한쪽은 소통을, 다른 한쪽은 대선 관련 의혹을 얘기했지만 저들 주장의 기저에는 서로 꼭 닮은 공통분모가 자리 잡고 있다.
청와대 “넓게 듣겠습니다”, 말만 번드르르
국민과 소통하는데 슬로건과 엠블럼이 꼭 필요한가. ‘불통 정부’라고 지탄을 받는 청와대가 생뚱맞게 소통을 강조하는 슬로건과 엠블럼을 발표했다. ‘불통’ 위에 슬로건과 엠블럼을 던져 놓으면 이들이 부적처럼 ‘신통력’이라도 발휘할 거라고 믿는가 보다.
말은 번드르르하다. 백기승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국민이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은 없는 정책이나 다름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넓게 듣겠습니다. 바르게 알리겠습니다.’ 이게 청와대의 소통 슬로건이란다. 또 귀와 입을 형상화한 ‘소통 엠블럼’에 대해 설명하며 “픽토그램의 오렌지, 블루 등 주요 색상은 따뜻하게 듣고 냉철하게 알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슬로건과 엠블럼을 만들어 놓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한다고 해서 저절로 국민과 소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한번 형성된 ‘상징’이나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것부터 행동에 옮기고 실천해 가며 ‘불통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씻어 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소통 슬로건'과 '소통 엠블럼'
박근혜 소통능력 10점 만점에 4.31, ‘불통 이미지’ 굳어져
‘불통’의 실상이 어떤가 보자. ‘친박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덕목-수행능력 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친박 진영’에서 나온 데이터이니 그 내용이 그다지 야박할 리 없다. 그런데도 설문 결과는 심각하다. 특히 ‘소통과 조정능력’에서 가장 낮은 점수가 나왔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베스트사이트’에 의뢰해 지난 1~8일 전국 20~40대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갈등조정 능력’에서 10점 만점에서 4.42점을, ‘의사소통 능력’에서는 4.31점을 기록했다. 대선 후보로 분류되던 지난해 5월 조사한 결과와 비교할 때 각기 1.33점과 1.42점씩 하락한 것이다. 이미 ‘불통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사소통’과 ‘갈등조정’에서 얻은 점수는 ‘낙제점’ 수준이다. 상태가 더 심각해지고 불통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필요한 게 뭘까? 구호나 엠블럼만으로는 어림없다. 소통을 위한 작은 실천과 노력이 우선 필요한 상태다. ‘소통’ 없는 ‘소통 슬로건과 픽토그램’을 만들어 어쩌자는 건가.
(조선) 국정원 적극 비호, 부실수사결과 위에 세운 황당한 논조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1면에 칼럼을 실어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을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김창균 부국장은 이 칼럼에서 민주당과 네티즌들의 ‘국정원 대선개입’ 주장이 크게 잘못된 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부국장은 반박의 근거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 등이 주로 활동했던 ‘오늘의 유머’가 ①네티즌이 많이 모이지 않는 사이트(방문순위 330위)에 불과하고 ②종북성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야 색깔이 짙은 사이트여서 ‘대선 여론조작’의 무대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③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직접적으로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거의 없었고 ④김씨가 사이트에 남긴 댓글이 120개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결코 대선 개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정말 대선 여론조작을 하려 했다면 이 정도로 그쳤겠냐는 게 (조선)의 주장이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영향력의 1% 밖에 안 되는 ‘오유’ 사이트에 고작 120개의 댓글을 다는 것으로는 여론 조작이 가능했겠냐는 반박이다.

그러면서 국정원을 적극 두둔했다. 대선 여론조작이 아니라 ‘남측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북한 요원을 감시·추적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국정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을 ‘얼라’ 취급하는 셈”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야당의 '대선 개입'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려고 무진 애를 썼다.
‘오답’을 ‘정답’으로 치환하려는 ‘레토릭’
황당하고 생뚱맞다. 오답을 정답으로 치환하는 궤변이다. (조선일보)가 '부실수사 경찰'이 작성한 ‘틀린 답안지’를 레토릭을 구사해 ‘정답’인 것처럼 꾸며놓고, 이를 잣대로 ‘국정원 의혹’을 제 입맛에 맞게 재단하려는 수작이다. ‘역시 조선답다’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는 칼럼이다.
김 부국장의 입을 통해 내놓은 (조선)의 주장은 ‘오답’에 근거한 내용 뿐이다. ‘부실수사의 극치’라고 비난 받은 경찰이 내놓은 ‘편파 주장’ 위에 세운 논조다. 뒷짐 수사에 늑장 수사로 상당 부분 증거가 인멸됐고, 밝혀진 내용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경찰과 국정원은 한패’라는 국민적 비난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경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용해 반박의 근거로 삼은 (조선)의 만용과 저돌성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주장이 허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몇 가지 예를 들어 입증해 보겠다.
▲“북한 요원을 감시·추적하기 위해” ‘오유’ 사이트에서 활동한 것이라는 주장했다. ‘오유’에서 북한요원이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나?
▲여론을 조작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김씨는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 중 한명에 불과하다. 70여명 가운데 3명의 활동 결과 중 극히 일부만 드러난 것이다.
▲민간인 ‘댓글 요원’의 수도 상당할 거라는 국정원 전직 간부의 증언이 있다. 단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민간인 1명이 이미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네이버와 다음에서도 활동했다는 정황이 있다. 다수의 국정원 요원 ID가 주요 포털에서 활동했다는제보가 있었지만 수사당국이 확인하지 않았다.
▲김씨 등 검찰에 송치된 3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백개 이상의 수상한 계정이 인터넷공간에서 활동했다는 분석자료가 있다.
▲증거가 상당 부분 인멸됐다. 실제로 수상한 댓글이 삭제되고 ID가 폐쇄된 경우가 많았다.
▲대선 4개월을 앞둔 2012년 8월 ‘박근혜-이명박’ 회동이 있었다. 이때부터 국정원 심리전담요원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무슨 곡절이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소통 슬로건’과 의 (조선)사설은 ‘도플갱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욱 굳어져 가는데도 실상을 모르는 양 ‘소통 슬로건과 엠블럼’을 만들어 국민의 귀와 입 운운하고 있다. 속은 ‘불통’인데 겉만 ‘소통’으로 포장해 보겠다는 거다. 실천과 행동은 없다.
최대 일간지라는 (조선)은 경찰의 부실수사에 기초한 ‘논조’에 기대 ‘오답’을 마치 ‘정답’인 양 각색해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오답’인데 ‘정답’으로 포장해 보려는 속내다. 언론으로서의 진정성과 사명감이 없다.
청와대의 ‘소통 슬로건과 엠블럼’, 그리고 (조선)의 ‘국정원 관련 칼럼’은 그 속이 닮은꼴이다. 저것이 이것으로, 이것이 저것으로 보이는 한쌍의 ‘도플갱어’다.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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