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17일자 기사 '재벌의 낡은 레퍼토리 ‘기업 옥죄기’'를 퍼왔습니다.
“시장질서 정상화 위해 건설적인 토론에 나서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재계와 보수언론의 반발이 거세다. 재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에 대해 "과도한 기업 옥죄기"라고 반발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거들고 나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입법 내용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재벌 기업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는 것을 바로잡자는 것으로 시장 옥죄기가 아닌 시장 정상화 방안이고, 상장회사 등기임원 연봉 공개는 미국 등 선진국 등에서 이미 하고 있는 조치여서 재계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장질서 정상화에 대해 '기업 옥죄기'라며 반발하는 재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9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자본시장법), 10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하도급법),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검토 중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정거래법) 등이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하도급 기업의 기술을 유용한 행위에 한정됐던 징벌적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을 부당한 단가인하, 부당한 발주취소, 부당 반품 행위에까지 확대했고, 하도급업체 손해액의 3배 범위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남품단가를 후려치는 일이 비일비재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해당 상임위인 정무위를 통과한 만큼,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다뤄지게 된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연봉 5억원 이상의 상장회사 등기임원의 연봉을 사업보고서에 임원별 보수, 구체적 산정기준·방법 등을 의무적으로 기재토록하는 내용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현재는 상장사 등기임원 보수를 전체 평균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5억원 이상 등기이사 연봉이 개인별로 공개된다. 재계는 외국에 비해 규제가 과도하며 경영 의욕 저하가 걱정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검토단계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대기업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을 때는 부당 내부거래에 오너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과징금도 현재는 일감을 몰아준 회사에만 부과하고 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일감을 준 회사와 받은 회사 모두 매출액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과도한 기업 옥죄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을 침탈할 뿐만 아니라, 총수일가의 편법적 상속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따라 새누리당에서도 지난해 관련 법안을 제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의 일환으로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부당내부거래 금지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부당내부거래로 인한 부당이익은 환수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매번 똑같은 재벌의 반대 논리,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는 시점 아냐. 건설적 토론에 나서야"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는 "재계가 합리적인 논의에 나서길 기대했는데,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바로잡자는 것에 대해서도 '반기업 정서에 따른 옥죄기'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논의가 나올 때마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장회사 등기임원 연봉 공개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다 시급한 법안"이라며 "연봉 공개의 경우 선진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도입한 나라도 많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재벌을 형사처벌하고 총수에게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세법에 의해 세금을 징수하면 될 일이지 형사처벌까지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장경제 질서를 정상화하는 것에 대한 재벌의 반대 논리는 2008년 이후 변화된 세계 경제와 한국사회 현실을 감안하면 수용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라며 "지금은 서로 건설적인 토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은 박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우선할 것인지, 경제민주화를 우선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잘못된 이분법"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경기부양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미룬다는 말은 새싹이 밑에서 나고 있는데 썩은 나무는 그냥 두고 그 위에 비료를 더 뿌리자는 것으로, 아주 비효율적인 영농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거목 때문에 햇볕이 안 들면 새싹이 자랄 수 없다"라며 "거목의 썩은 가지는 잘라내야 햇볕이 들고 새싹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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