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8일 목요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잇단 자살·분신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17일자 기사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잇단 자살·분신'을 파왔습니다.

ㆍ기아차 신규사원 ‘세습채용’에 정규직 전환 기다리다 ‘좌절감’
ㆍ기아차 노조 특별교섭 요구 등 노동계 불법파견 대책 재개

현대차 촉탁계약직 노동자의 자살 후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분신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법원과 행정당국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아 억눌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좌절과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이 더해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의 갈등은 회사가 생산직 을 신규채용하면서 내부적으로 나이 제한을 둬 10년 넘게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배제되고, 정규직 자녀는 우선 채용키로 합의한 데서 비롯됐다. 기아차는 2월부터 진행해온 광주공장 신규채용 과정에서 공식적으로는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서류심사에서 제한 연령을 만 35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라인 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460명 중 35세 이상인 110여명(25%)은 아예 채용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12일 기아차 정규직 노동조합이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채용 가산점 을 부여하기로 합의하면서 비정규직의 박탈감은 커졌다.
17일 오후 광주 서구 내방동 기아자동차 2공장에서 사내하청분회 근로자 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광주 | 뉴시스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강모씨는 “지난 2월 채용공고 가 나면서 많은 사내하청들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정규직이 비정규직 우선 채용보다는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측과 합의했다”며 “비정규직이 정규직 자녀를 따돌리고 채용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신을 시도한 김모 비정규직 노조 조직부장이 “자식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고 외친 것도 ‘정규직 세습’에 대한 좌절감 때문으로 보인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회사를 위해서 10년 넘게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발원점은 보다 구조적이다. 현대차에는 8000여명, 기아차에는 27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생산공정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한국지엠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법원은 자동차 생산라인 전반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있다. 그만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희망과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회사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것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아차 노조는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 에서 사내하청, 장기근속자 자녀 등 우선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사내하청의 경우 얼마의 가산점을 준다는 구체적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2일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가산점 부여 조항에만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특별교섭도 회사가 ‘3500명 신규채용안’을 고집하는 가운데 합의방식을 둘러싼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간의 의견충돌로 지난해 말 중단됐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악용해 촉탁계약직을 이용하고, 불법파견을 계속하면서 다른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문제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기아차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우선 채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정규직과 사내하청의 이해관계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 후에도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신규채용을 진행하면서 사내하청의 불만이 폭발한 상황”이라며 “자동차업계에 광범위한 사내하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고 정규직노조가 노사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분신시도 후 기아차지부는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위한 특별교섭을 요구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아차지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질 때까지 사측과 진행하던 증산 협의를 중단하고 18일까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교섭창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19일부터 광주공장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중단됐던 현대차 특별교섭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 3자는 다음주쯤 교섭단회의를 열고 불법파견 특별교섭 재개 일정을 논의키로 했다. 금속노조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영경·광주 | 강현석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