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금요일

괴뢰패당'이 된 박근혜 정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4일자 기사 '괴뢰패당'이 된 박근혜 정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분석]최후의 보루, 개성공단 폐쇄 '협박' 시작한 북한

최후의 보루가 흔들리고 있다. ‘오보’라는 판명이 났긴 했지만, 오전 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의 전원 철수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뜨거웠다. 정부는 부랴부랴 “오는 10일까지의 귀환 계획을 알려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진화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이후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 괴뢰패당과 보수언론이 못된 입질을 계속하면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북한)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출경 차단조치한지 이틀째인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한 근로자가 입경차량의 짐을 내리고 있다. ⓒ뉴스1


북한은 어쨌든 거기까지 가진 않겠느냐고 여겨졌던 개성공단 ‘폐쇄’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못된 입질을 계속하며’란 단서가 붙긴 했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를 ‘못된 입질’이라고 판단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이는 사실상 북한의 입장에 따라 결정될 문제가 되고 말았다. 조평통의 주장처럼 보수 언론은 과격한 기사를 쏟아내진 않고 있다. 오늘 자 보수언론만 보더라도 개성공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호소와 주장이 대세를 이뤘지, 북한에게 개성공단 폐쇄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고 주장은 미약했다.
북한은 임의적인 그리고 아주 의도적인 도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북한이 이렇게까지 강경 일변도의 전략을 취할 대내외적인 환경은 분명하지 않다.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는 상상 그 이상의 단계로 치닫지 않았고, 북한을 더 옭죄는 어떤 조치들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이른바 ‘전략적 인내심’이라고 부르는 어떤 신중함을 아직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점점 더 ‘협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벼랑 끝의 확장이라고 할까, 아직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았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요구가 결국, 미국과의 직접대화라고 해석하며 미국이 대화에 나서도록 한국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전협정을 파기를 선언한 것은 정전협정의 대상자인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강구책이었단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 미국의 움직임은 정중동이다. 물론,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아시아 태평양 정책을 담당했던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같은 이는 "미국은 어떤 방법으로도 북한 김정은 정권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작, 북한이 별로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공식적으론 “비핵화의 전제 없이는 북미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은 취할 수 있는 액션의 수위를 거의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실전 미사일 배치까지 완료했다고 하고, 오늘이건 내일이건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수준까지 수사의 수위를 높였다. 이보다 더한 움직임이 있을까 싶은 상황에서 며칠 시간이 지나면 더한 움직임이 나오는 그런 형국이 거의 한달 째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여론은 신중하다. 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외신 보도가 나올 정도로 기현상에 가깝다. 많은 부분이 있겠지만, 이는 ‘개성공단’의 유지에 따른 심리적 안도가 컸다. 서울에서 불과 50여km 떨어진 곳에서 여전히 공단이 유지되고 있는데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하는 심리적 안도였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실질적 중단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 남북 관계 경색의 상징적 사건으로 인지됐듯,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한국사회 전체가 북한 위협의 사정권에 급속도로 빨려 들어갈 위험이 높다. 그 가난하다는 북한이 달러벌이까지 포기한 것은 정말 모종의 결심을 한 것이 아니냐는 대중적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 북한이 10일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전원 철수할 것을 통보했다는 설이 돌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29.50포인트 하락한 1953.72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1


그래서 개성공단은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개성공단의 유지가 붕괴되면, 한반도의 전쟁 위협은 실제적이건 실제적이지 않건 매우 체감적인 것이 되고 만다. 한국은 북한과는 전혀 다른 사회다. 만약,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단 우려감이 국제적인 것이 된다면 한국이 입어야 할 피해는 북한이 입을 피해와 비교할 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에 대한 투자가 일제히 중단 혹은 보류의 과정을 겪을 것이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신뢰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낮아질 것이다.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아 불리한 국가 브랜드는 ‘분쟁지역’으로 치부되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위기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당면한 과제다. 이건 남북관계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차원의 방어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쟁 위기설 도래 시 한국 사회가 입을 피해는 폐쇄적인 북한 사회가 입을 피해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막대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바로 지금, 박근혜 정부는 핵과 협상을 일원적 문제로 바라보는 사고에서 탈피해 핵이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협상과 전쟁 위협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협상을 나눠서 사고하는 ‘투 트랙’을 달릴 필요가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국내적 차원에서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개성공단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후 대북 관련 안보상황을 보고 받기 위해 국가위기관리 상황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2007년 2.13합의에서 남북은 여러 가지 경제적 협력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한 바 있다. 여기서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을 오히려 지금 같은 때에 통 크게 제안해 국제사회에게 한반도의 전쟁이 실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을 고수하는 건 역설적으로도 핵이 가장 싸게 체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이고, 그런 선택을 해야 할 만큼 북한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이중성을 역설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외교적 유연함, 전략적 능숙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쌀, 중유, 사회간접투자 등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단 계획을 밝힐 수도 있고, 오랜 시간 논의됐던 바 있는 철도와 에너지 등의 사회 공공적 물자의 대북 지원을 제안할 수도 있다. 핵이라고 하는 정치적 기제와 경협이라고 하는 비정치적 기제를 나눠 접근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감내해야 할 위협의 거의 대부분이 완충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보통 ‘역적패당’이라고 불렀던 조평통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는 ‘괴뢰패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낯설다고까진 할 수 없겠지만, 분명 행간을 읽어내야 할 표현의 변화다. 괴뢰는 꼭두각시를 말하고, 패당은 편의 무리를 뜻한다. 즉, 북한은 박근혜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규정한 셈이다. 미국의 입장은 ‘비핵화의 전제 없이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데서 아직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 역시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많이 후퇴한 모양새다. 전면적 복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전면적 평화다. 평화체제가 흐트러지면 그 밖의 사회적 가치들은 보장받기 어렵다. 미국에 종속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을 넘어서는 지평을 열어야 한다. 협상의 복원이 불가능하다면, 국면이라도 전환해야 한다. 단언컨대 만약 개성공단을 잃는다면, 박근혜 정부 5년은 내내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는데 질질 끌려다니다 끝날 것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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