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12일자 기사 '출구전략 없는 美, 박근혜 정부 등 떠미나'를 퍼왔습니다.
오바마 정부, 무력시위 ‘톤다운’ 했지만...
자칫하면 끊어질 듯한 긴장이 팽팽했던 한반도에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있다. 여전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정부는 대규모 ‘무력시위’를 일단 멈췄다.
오바마 행정부는 1기 내내 유지해왔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즉 북한의 위협을 애써 무시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지난달 내내 핵전력을 총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하자 이를 미국을 겨냥한 ‘실제적 위협’으로 인식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플레이북(playbook)’에 따라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전략무기를 대거 동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3월 내내 B-52전략폭격기가 세 차례 이상 한반도에서 비행훈련을 했으며 스텔스 전략폭격기 B-2가 출격, 훈련하는 장면을 국내 언론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또 로스엔젤레스급 핵 잠수함인 샤이엔(Cheyenne)이 훈련에 투입됐으며 F-22 스텔스 전투기 2대가 출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1기 내내 유지해왔던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지난달 내내 핵전력을 총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였다.ⓒ제공 : NEWSIS, AP
오바마 행정부의 ‘무력시위’는 한편으론 북한에 겁을 줘 추가 행동을 막으려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론 한국 정부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갖게 해 단독 행동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동맹국들에 확신을 주고, 북한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고, 한국의 독자 행동 압박을 낮춰주는데 중요한 조치였다”며 “이 지역에서 계산 착오와 도발 가능성을 줄였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반발해 북한은 ‘1호 전투근무태세’와 로켓부대에 대한 사격 대기지시 등으로 맞섰다. 또 지난 5일 평양 주재 외교단에 브리핑을 해 10일까지 철수 계획을 제출하라고 권고했으며, 동해 쪽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이동시키는 움직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바마, 4월부터 무력시위 ‘수위조절’
오바마 행정부가 ‘톤다운’에 들어간 것은 이달 초다. 애초 미국은 ‘독수리’ 훈련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F-22 스텔스 전투기를 2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2일 미 해군이 미사일 장착 구축함과 레이더 기지를 북한에 더 가까운 쪽으로 이동 배치했다는 보도가 미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는데,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데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이러한 언론 보도에 당혹스러워 했다고 한다.
실제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 레이더인 ‘SBX-1’(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의 움직임은 “예정된 시험 운항을 진행하는 것”이며 “현재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사태와 연계돼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즉각 해명했다. 또 구축함인 ‘매케인호’와 ‘디케이터호’도 이미 예정된 지점에 도착한 것이지 “북한 인근 해안에 투입됐다는 일부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AFP통신은 4일 익명의 당국자가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며 한미 연합훈련은 계속되지만 앞으로는 덜 요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결정적으로 미국 정부가 ‘톤다운’ 신호를 보여준 것은 7일, 미국 정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실험을 연기하기로 했으며,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도 연기했다. 미 당국은 ‘미니트맨3’ 실험 연기에 대해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거나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조치들을 피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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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출구 없어
미국 정부가 이처럼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은 국무부와 국방부 등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대체로 동의를 얻어 이뤄진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정세가 일정 정도 안정을 찾을 때까지 추가적인 ‘무력시위’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단 ‘톤다운’을 하긴 했지만 뾰족한 출구전략을 찾기 어려운 조건이다.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은 기존의 ‘전략적 인내’를 지속하거나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략적 인내’를 지속할 경우 오바마 1기 때와는 다른 차원의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기술이 불러올 안보 위협을 의도적으로 축소, 무시해야 한다. 미국 국내에서도 북한의 위협을 실제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방향인 ‘북한과의 협상’ 또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시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 등 북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지속하는 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이번 국면에서 이전과 같은 6자회담 의장국, 즉 동북아 ‘중재자’로서의 힘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따라서 출구를 찾기 어려워진 미국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등을 떠밀어 출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다. 12일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진행한다. 케리 장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현 사태 해결에 있어 한국 정부의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을 계기로 이 같은 ‘역할분담’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北도 톤다운 나설까?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분명치 않다. 북한은 이달 들어 동해 쪽으로 이동하는 미사일의 움직임을 노출했으며, 지난 5일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단에 철수계획을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이 같은 철수 권고 시점은 미사일의 움직임과 맞물려 ‘10일’을 전후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었다. 현재까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평양주재 외교관 철수 권고 등이 ‘심리전’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일축하며 “우리 타격수단들은 발사대기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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