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5일자 기사 '
국민행복기금, 은행만 행복해지나'를 퍼왔습니다.

금융사 대부분 ‘사후정산’ 채택
상환 정도따라 추가 이득 방식
“채무 감면율 낮아질수도” 우려
이사장에 은행연 회장 선임 논란
“서민아닌 은행위한 제도될까” 염려
서민들의 과도한 빚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설립된 국민행복기금이 애초 취지와 달리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행복기금 신청을 일주일 앞둔 15일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에듀머니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기관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는 ‘채권자 우호적인 방식’으로 제도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은, 기금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할 때 ‘사후정산’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사후정산은 부실채권을 일정한 가격에 사들인 뒤, 추심을 통해 이득이 발생하면 이를 금융기관에 되돌려 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100만원짜리 채권을 10만원에 산 뒤, 추가로 30만원의 상환이 이뤄졌다면, 수수료와 경비 5만원을 빼고 25만원을 돌려주는 것이다. 회수 가능성이 높은 우량채권을 넘길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민행복기금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미리 가격을 지정하는 ‘확정가’ 방식과 ‘사후정산’ 방식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캐피탈사 등 회수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이 많은 제2 금융권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사후정산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은행 입장에는 손해 볼 게 없고, 추심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추가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최대한 이익을 키울수 있도록 가혹한 추심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민행복기금 쪽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태도다. 행복기금 관계자는 “부실채권 회수율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격을 미리 확정하기가 어렵다. 또 은행이 이득을 본다고 하는데, 애초 채권 가격을 절반까지 깎는 과정에서 이미 손실을 떠안게 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으로 은행연합회 회장인 박병원씨를 선임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민행복기금의 대주주는 정부(자산관리공사·68.28%)다. 은행 입장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 회장이 책임자가 되면, 채권·채무 관계의 균형잡힌 조정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광철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는 “국민행복기금이 서민이 아닌 은행을 위한 제도가 되어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사 참여를 높이는 측면에서 박 회장의 선임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민행복기금 감시단을 만들어 활동에 들어하기로 했다. 이들은 애초 대선 공약(320만명)대로 채무조정 대상자를 확대하고, 행복기금 이사회에 채무자 대표와 납세자 대표를 참여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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