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경범죄처벌법 "법 기본 상실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15일자 기사 '경범죄처벌법 "법 기본 상실했다"'를 퍼왔습니다.
"경찰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 있다"…"단속 실적 당연히 일정치 않아" 반박도


▲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범죄처벌법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개정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됐다. 소위 ‘스토킹’으로 불리는 지속적 괴롭힘, 구걸 행위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시행령은 내용의 모호성과 경찰의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 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경범죄처벌법 폐지 요구를 수면 위로 띄워 올렸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범죄처벌법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에는 경범죄처벌법 폐지를 주장하는 법학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뿐 아니라 경찰청 관계자와 폐지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인사들까지 참여했다.

“국가 정책 따라 경범죄 단속 건수 달라져…법 기본 상실했다”

경범죄처벌법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측에서는 경찰의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며 “시민사회에 대한 경찰의 감시”가 일상화될 것을 우려하고 나섰다.
이호중 서강대 교수는 “2008년 경범죄 단속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며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금연 장소 흡연을 빼고 보더라도 다른 연도에 비해 단속 실적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소위 ‘법질서 정책’과 근본적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이호중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영삼 정부 때만 해도 초기 1~2년 동안 경범죄 단속 건수가 확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며 “대체로 경범죄처벌법 개정이 새 정부의 출범 시기와 거의 일치했다는 점을 볼 때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법질서’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경범죄 단속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의 신고보다는 경찰이 단속 활동을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따라 단속 건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사회적 변화가 단속 건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또한 “경범죄 단속 건수가 2008년 3배로 늘었다가 갑자기 줄어들고 2012년 갑자기 절반으로 떨어진 것은 경찰 성과 평가에서 정량 요소가 제외되었기 때문”이라며 “경찰관 직무 평가의 변화 등에 따라 단속 건수가 크게 변할 정도라면 형법의 기본을 상실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을 보탰다.
홍성수 교수는 “연간 집행 건수가 극히 저조해 사실상 방치되는 조항이 수두룩하다”며 “물론 모든 범죄 행위를 다 단속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단속)하다 불가피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온전한 집행을 포기하다가 국가 정책에 따라 집행을 늘렸다 줄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더 위험한 것은 언제든 (경찰 당국이) 의지를 발휘하면 손쉽게 단속 건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이 잠재되어 있고 이것이 (시민에게) 공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법적용을 자제해 마치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 같은 모양새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치가 사라지고 ‘법과 질서’를 내세운 국가권력의 물리력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흐름의 첫 시작”이라며 경범죄처벌법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미디어스


“사회적 공감대 따라 경찰력 집중도 달라져”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종보 경찰청 생활질서과장은 “2008년 경범죄 처벌법 위반 단속 건수가 다른 해에 비해 많았던 이유는 당시 법질서 확립을 위해 경미한 위반 행위부터 바로잡으려는 취지에서 경찰력을 단속에 집중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김종보 과장은 “경범죄 위반 단속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경범죄 단속에 경찰력을 집중할 수도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강력범죄, 학교폭력 등 다른 현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이어 “생활 질서를 확립하려면 획일적으로 단속하기보다는 교육이나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단속 일변도로 나가지 않고 교육과 홍보, 계도와 단속, 법과 제도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병선 청주대 교수 또한 “집행이 일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할 우려가 있고 집행자인 경찰이 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고 도식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서도 “단면을 뜯어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반론했다.
조병선 교수는 “집행 실적이 들쑥날쑥한 것은 당연하다”며 “사회의 어떤 분야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단속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단속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범죄처벌법 문제가 논의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어 작은 영역에서도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신경을 쓴다는 것이므로 좋은 일”이라며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이 독재 정권 하에서 있었는데 기왕 이런 법(경범죄처벌법)이 있다면 지침을 가지고 시민과 밀착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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