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일 화요일

“신세대 장병들 대북관 약해졌다”… 정권에 악용 ‘부작용’ 우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01일자 기사 '“신세대 장병들 대북관 약해졌다”… 정권에 악용 ‘부작용’ 우려'를 퍼왔습니다.

ㆍ국방정신교육원 부활 논란ㆍ미국·유럽은 정신교육 대신 민주시민 교육에 역점

국방부가 1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6년 전 군 조직개편 과정에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던 국방정신교육원까지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정신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구체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군이 과거로 회귀해 장병들을 상대로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국방부의 정신교육 강화 배경 

군이 정신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한 데는 우선 신세대 장병들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대북관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래서 정훈장교들을 교육해 야전부대에 배치한 뒤 다시 이들로 하여금 장병들에게 정신교육을 시키면 정신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다. 실제 군 안팎에서는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이듬해 연평도 포격도발이 이어지면서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군 관계자는 “야전에 나가보면 병사들의 근현대사 지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사상교육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정훈장교들이 병사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가르쳐줄 필요는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정신교육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장병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했다. 1970~1980년대처럼 ‘좌경 사상’ 척결이나 해방신학 등 진보적 이론들을 비판하는 이념교육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신정권 시절인 1977년 9월5일 국군정신전력학교 개교식에서 군 장성과 정부 관료가 현판을 걸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과거 군 정신교육 문제점 

하지만 과거의 예로 볼 때 군의 정신교육 강화는 부작용이 큰 데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장병들도 엄연한 시민으로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되지 않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대로 될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 이후 군 내부에서 드러난 사례는 바람직한 장병 정신교육 사례와 거리가 있다.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교육하는가 하면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했다. 시대착오적인 교육 내용이 적지 않아 이명박 정부 내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주입하는 정신교육을 하는 나라는 북한 등 공산주의 국가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북한군은 군을 사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아예 총정치국을 두고 정치교육을 시키고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해 군사력 강화와 함께 군대에 대한 당의 통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사상과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으로 무장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사상생활’을 강요하고 있다.


■ 대안은 민주시민 교육 

미국이나 유럽의 군대에는 정훈 또는 정신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쓰이지 않는다.‘정훈(TI&E: Troop Information and Education)’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만 과거 냉전 시절 포스터에서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직업군인제를 갖고 있는 미국과 의무병제를 실시 중인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군은 현재 따로 정훈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정훈교육이라고 한다면 사령관의 뉴스레터 형식으로 기회균등과 관련한 교육, 영외 범죄와 관련한 교육, 성희롱 교육 등을 내보내는 경우는 있다”면서 “주적을 가정하고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정신교육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군의 정신전력 강화 방안은 이미 20년 전에도 문제로 지적돼 군이 개선책을 내놓은 바 있다. 1993년 1월 국방부는 김영삼 대통령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군 정신교육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가 내세운 것도 ‘탈이념적’ 정신교육 방안이었다. 대신 민족사와 자유민주주의, 통일안보, 군대윤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군의 정신전력 강화 교육이 실시된다면 시민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과 군내 민주주주의 실현 등이 콘텐츠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시키는 교육도 필요하다. 북한이 안보를 위협하는 실체이기도 하지만 민족 통합을 실현하는 동반자라는 사실도 함께 교육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진수·이지선·손제민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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