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인터뷰]“옷이 찢기고 단추가 떨어져도, 울면서 매달렸는데...”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16일자 기사 '[인터뷰]“옷이 찢기고 단추가 떨어져도, 울면서 매달렸는데...”'를 퍼왔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 막다 입원한 경남도 김경숙·강성훈 의원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진주의료원 폐업조례 상정을 막다 쓰러진 김경숙 의원이 치료를 받고 있다.ⓒ구자환 기자


“지금 내가 고통스런 것은 몸의 상처가 아니라 동료의원들과 함께 나눈 세월에 대한 배신감 때문입니다”

붓기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초췌한 얼굴에는 여전히 그날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사람에 대한 신뢰, 인간에 대한 애정상실이 육신의 고통보다 더한 생채기를 남겼다.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조례를 폭력을 동원해 날치기했다. 이날 위원장 자리를 점거한 채 조례안 상정을 저지하며 끝까지 버텼던 김경숙(민주통합당), 강성훈(통합진보당) 두 여성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짓눌린 채 분노에 떨어야했다. 이 과정에서 10일간의 철야노숙단식으로 허약해진 김경숙 의원은 구토까지 하며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갔고, 강성훈 의원은 원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내내 대성통곡했다.

경남도 윤성혜 보건복지국장은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출구로 향하는 강성훈 도의원을 하위 공무원에게 막을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 공무원들은 강 의원을 몸으로 막고 책상으로 출입문을 봉쇄하며 의회 의사일정에 개입했다.

2013년 4월 12일 경남도의회에서 일어난 사상초유의 ‘동료 의원 폭행 날치기’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당 여성의원을 단 7분 만에 완벽하게 제압하고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고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는 것으로 끝났다.

3일이 지난 15일 폭행을 당한 두 의원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폭력에 가담했던 동료 의원들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폭력으로 진주의료원 조례 날치기 통과ⓒ경남도의회


육신의 아픔보다 동료의원들에 대한 배신감이 더 고통스러워 

동료 의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김경숙 의원은 팔을 비롯한 상반신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10일간의 철야노숙단식 농성을 해 온 까닭에 심신도 지칠 만큼 지쳐 있었다. 무엇보다 믿었던 동료 의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정신적 충격으로 혈압은 최대 170까지 오르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들은 도의원 3년 동안 의정활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느낀 실망감과 배신감이 육신의 아픔보다 더 괴롭고 고통스럽습니다.”

김 의원은 지금도 새누리당 동료의원들이 조례개정안을 속전속결로 해치운 후 쓰러진 자신을 남겨두고 같은 당 의원만 일으켜 나가던 장면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순간이 떠오르면 배신감과 사람에 대한 회의감에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입장 차이로 대치할 수도 있지만, 결과가 나온 뒤에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치란 건 근본적으로 사람을 위한 일인데 최소한 동료 의원에 대한 배려조차 없다면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김 의원은 강성훈 의원과 의장석을 점거한 것은 비정상적이고,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극단의 선택을 해야 했던 이유는 3년간의 의정활동 속에서 소수당의 소외감을 깊이 느껴왔고, 다수당의 폭거로 인한 피해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구나 상임위에서 조례 상정은 곧 본회의에서의 표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눈물로 호소하는 환자와 가족들,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의석 점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사표현이었다”고 했다. 

“동료의원들이 진주의료원 조례안을 보류하고 사과를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리고 한 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만큼 동료의원들에 대한 배신감은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쓰러진 그를 부축해 일으킨 사람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험악한 상황을 지켜본 속기사였다. 

그는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을 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대통령의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했고,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의 나라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2주 정도 입원이 필요하다고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은 송장도 일어나서 힘이 되어야 합니다. 여당과 비교해 상대적 열세인 민주개혁연대 의원수로 볼 때 본회의장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도움이 안되더라도 18일에는 그 현장으로 달려가 조례안 가결을 막을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홍준표 지사에게 “진주의료원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의료 곡간’과 같은 역할을 해 왔고, 103년의 세월동안 주민에게 의지가 되고 든든한 부모역할을 해 왔다”며, “달리는 기차에 힘들고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승객도 함께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울면서 매달렸는데 공무원까지...충격과 두려움에 치가 떨려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진주의료원 폐업조례 상정을 막다 쓰러진 강성훈 의원이 치료를 받고 있다.ⓒ구자환 기자


김 의원과 함께 조례안 상정을 막기 위해 나섰다 폭행을 당한 강성훈 의원도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상임위에서 조례가 가결되면서 분함과 원통함으로 회의실 바닥에 쓰러져 통곡했던 강 의원은 남성 의원들에게 제압당하는 상황에서 팔과 가슴, 그리고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고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 

이날은 많이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얼굴은 붓기가 가라앉지 않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악몽 같았던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잠을 청하지 못하는 것도 김경숙 의원과 같았다. 진료 결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2주간의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진주의료원에는 몸무게가 20kg로 움직이면 죽을 수 있는 환자가 있어요. 돈이 없고 보호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환자도 있고요. 조례안이 통과되면 폐업으로 가야하는 상황인데 소수정당으로서의 무력감을 통감했습니다. 3년 동안 때로는 같이 밤을 지새우며 인간으로 만나 이야기하며 정들었던 동료의원들이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행사할 줄은 몰랐습니다. 공무원까지 막아서는데... 이런 것을 생각하니까 정말 서럽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느냐는 질문에 다소 목소리가 떨렸다. 강 의원의 말은 이어졌다.

“영상에는 소리가 안 나오지만 안에서 위원장을 따라다니면서 이러면 안된다고 계속 울면서 말렸습니다. 그런데 통과가 되니까 이게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임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본회의에서는 그 안건을 존중해주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막지 못했습니다”

강 의원은 문화복지위에서 심사하지 않더라도 다른 위원회에서 심사할 수 있었고, 본회의에서도 심사가 가능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폭력적으로 가결된 것이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상임위에서 의사진행이 시작되면서 강 의원은 제압된 상황을 몇 차례나 뿌리치고 의사진행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조례안은 상정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날 저녁을 먹은 후 위원장이 심사를 해야 한다며 (회의실에)나왔습니다. 김경숙 의원은 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나는 의사진행을 못하게 몸으로 막고 있었습니다. 위원장이 다가오길래 위원장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남성 의원 3명이 구석으로 저를 몰아넣고 못 나오게 하고, 여성 의원이 꼼짝 못하게 붙잡았습니다.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한다고 선언하길래 뛰쳐나와서 다시 막았습니다. 위원장을 내보내면 진행을 못할 것 같아서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남성 의원들이 다시 막았습니다. 도청 직원도 몸으로 막고 책상으로 문을 막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완력을 당하지 못하고 쓰러졌고, 한 여성의원이 위에서 저를 덥친 사이에 모든 것이 끝나버렸더군요”

동료 의원에 대한 실망과 회의감 역시 김경숙 의원과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입원 3일째가 되도록 3년을 함께 했던 동료의원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다쳐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물며 3년 동안 같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날에도 쓰러진 저를 일으켜 주는 사람도 없이 그냥 나가버렸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동료의원들에게 폭력을 당한 통합진보당 강성훈 도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며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앞서 민주통합당 김경숙 의원은 회의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구자환 기자


12일 경남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는 하루동안 4차례나 휴회와 개회를 반복했다. 그리고 저녁 8시께 다시 속개된 상임위는 끝내 ‘폭력 날치기’라는 경남도의회 전대미문의 사건을 만들었다. 

“진주의료원은 가난한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의료원입니다. 지금이라도 도민의 목소리를 들어서 폐업 유보와 휴업 철회를 하고 남아 있는 환자들을 잘 치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강 의원은 무엇보다 18일 이전에 김오영 의장과 홍준표 지사가 협상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회의에 조례안이 상정되면 다시 본회의장으로 달려가 조례안 가결을 막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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