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미디어스 2013-04-24일자 기사 '경제민주화, 재계의 반발 속에 朴心은 어디로?'를 퍼왔습니다.
[비평]대체휴일제, 정년연장을 향한 재계의 반격…대통령의 의지가 중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부터 대체휴일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방위적인 반발과 이에 근거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반대여론 덕분에 여당의 주요 정치인들과 대통령까지 일정한 후퇴를 감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평]대체휴일제, 정년연장을 향한 재계의 반격…대통령의 의지가 중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부터 대체휴일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방위적인 반발과 이에 근거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반대여론 덕분에 여당의 주요 정치인들과 대통령까지 일정한 후퇴를 감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스1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민주화는 이해하겠는데, 우리 사회가 아무데나 ‘민주화’를 붙여놔, 이제는 매우 무책임한 인기주의 형태의 많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그런 성향이 자꾸 보이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회에서 선거 때는 이해가 되지만 아직도 대기업에 대해 무조건 문제가 큰 것처럼 기업 의욕을 꺾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작업과 관련하여 “무리한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는 발언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확인한 새누리당이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朴心의 향방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측면에서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 했다. 후보 시절부터 경제민주화 공약 추진에 대해 한 번도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적이 없고 당선 이후에도 여당 일각에서 불거진 ‘속도조절론’에 정면으로 맞서던 그다. 그런 대통령이 정작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입법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2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용 자체가 후퇴라기보다는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추진 의지를 문제 삼았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그것을 언제 어떻게 추진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 2012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 관련 법 및 집행체계 개선 등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의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정 정도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국회 나름대로는 경제민주화 조치들을 계속해서 입법하고 있다”라면서 “투자가 저조해 가는 현상에 대한 대통령의 염려와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간의 조화가 이루어져 가는 단계”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런 단서들을 통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다시 한 번 판단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이해한다고 했을 때 ‘재계의 반발이 너무 강해 실제로 경제민주화 정책 입법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어 전략적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실 실제로 재계의 반발은 농구 경기의 ‘올코트프레싱(All Court Pressing, 농구경기에서 상대 코트까지 넘어가 전면적인 압박수비를 실시하는 전술)’에 비견할 정도로 짐작되는 측면이 있다.
올코트프레싱!
재계가 정부의 정책에 반발해 전면적으로 반발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가장 오래된 사례는 아마도 1987년 이후 노태우 정부 시절 벌어진 정부와 재계의 전쟁일 것이다. 1987년 7, 8월의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당시 재계는 유례없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재계로서는 이전까지는 군부독재정권이 일방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정책을 펼친 상황에서 6월 항쟁으로 독재정권의 힘이 축소되고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자 앞으로 어떤 수모를 당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 1988년 6.26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대표적인 재계 출신 정치인인 정몽준 의원(당시 현대중공업 회장)과 이상득(1983년까지 코오롱상사 사장) 전 의원. ⓒ뉴스1
하지만 재계의 반발에도 1987년 10월 새로운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삽입되게 되자 재계는 그야말로 전면적인 반발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전경련이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한 음성적인 정치자금 조달을 거부하겠다는 소위 ‘정치자금양성화 발언’을 꺼낸 것은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치명타였다. 당시에는 정치자금의 모금과 사용에 지금과 같은 수준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이 주는 후원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은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재계와 정치권이 손을 잡은 공격에 청와대 경제팀이 교체되는 등의 혼란이 벌어졌지만 재계의 폭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 결국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선에 직접 출마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재계의 전면공격이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는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해줘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노태우 정부 당시에 비견할 것은 아니지만 재계가 전면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매일경제의 23일자 기사
19일 발표된 대체휴일제 도입에 대한 경총의 입장은 이런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경총은 소위 입장을 통해 공휴일 확대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임시직, 자영업자 등 사회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도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소위 정년연장법에 대해 여야가 환노위에서 합의한 것에 대해 “쟁국 정부들은 자국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한국 정부와 정치권만 기업을 몰아치고 있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러한 입장과 발언은 보수신문, 경제지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재원 마련 등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이 더욱 강력한 수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재계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 공약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8일 “정권 초기 정치권이 재계에 밀리면 맥이 없는 것”이라며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1987년 경제민주화 논란을 둘러싸고 재계와 대립했던 당사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여론을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뉴스1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방미일정에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예정이라는 점은 대통령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후퇴’가 이런 정치적 조건들 때문에 일시적이고 전략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이해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가 다수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방미 이후에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할 필요가 있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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