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재송신 확대 등 미래부발 규제완화… “자본의 방송 지배 허용, 유료방송이 최대 수혜자”
박근혜 정부가 국정 정책기조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이후 지상파 의무 재송신 대상 확대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단행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유료방송이 최대 수혜자가 되고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돈다. KBS 수신료 인상과 광고 축소, MBC 민영화 등의 충격적인 시나리오까지 떠돈다.
당장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KBS2와 MBC를 의무 재송신 대상에 포함하자는 데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선방송사업자(SO)와 IPTV, 위성방송 등이 큰 혜택을 입게 된다.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상파 가운데 이미 의무 재송신 대상인 KBS1과 EBS까지 제외하면 SBS만 남기 때문에 유료방송 입장에서는 재송신 수수료가 3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유진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KBS2와 MBC가 의무 재송신 대상에 포함될 경우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268억원을 절감해 영업이익이 추정치 대비 10.4% 늘어나게 된다.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경우도 156억원을 절감해 영업이익이 9.0%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혼자 남게 된 SBS도 수수료 280원을 기준으로 올해 23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KBS2와 MBC의 몫을 나머지 방송 사업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이우승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임시국회 논의에 따라 KBS2와 MBC 모두 의무 재송신 대상에 포함되거나 일부만 포함되거나 아예 무산되거나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의무 재송신이 확대될 경우 공영방송 역할 강화를 명분으로 KBS 수신료 인상과 KBS2 광고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채널사업자(PP) 등에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KBS의 연간 광고수익은 6000억원 규모, 1800만 가구가 2500원씩 내는 KBS 수신료를 두 배 인상한다면 KBS2가 광고를 받지 않더라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KBS 광고수익의 절반이 풀린다고 가정하면 MBC와 SBS의 매출액이 각각 598억원과 682억원씩 늘어나게 된다. EBS는 102억원, OBS는 27억원, PP 가운데서는 CJE&M가 443억원씩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 의무 재송신 확대는 워낙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라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지만 SO와 PP 규제 완화 등은 미래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O 권역 규제와 PP 매출 규제 완화는 CJ헬로비전과 CJE&M 등이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이 연구원은 “CJ헬로비전의 경우 순차입금이 4546억원이나 돼서 대형 인수합병 보다는 개별 SO 인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T의 숙원 사업이었던 접시 없는 위성방송, DCS 허용 여부도 쟁점이다. 이미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제화로 방향을 잡았고 최문기 미래부 장관 내정자도 SO 권역 규제 완화와 DCS 허용 등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클리어쾀과 8VSB 등의 쟁점도 수두룩하다. 통신사업자들은 호시탐탐 방송용 주파수까지 넘보고 있다. 업종 장벽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유료방송 시장에서 밥그릇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케이블을 해지하고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옮겨가는 이른바 코드컷팅 현상이 나타났던 건 케이블 수신료가 우리 돈으로 8만~10만원인데 넷플릭스는 1만원 수준으로 훨씬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가격 보다는 편의적인 측면에서 IPTV 중복 가입이 늘고 있고 본방 사수 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독신 가구 가운데 케이블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SO와 SO, IPTV와 IPTV가 각각의 영역에서 경쟁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시장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SO 시장에서는 CJ헬로비전이 1위지만 전체 유료방송 시장으로 보면 KT의 점유율이 15.2%로 1위다. 여기에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14.6%로 2위다. 둘을 더 하면 29.8%로 압도적인 1위가 되는데 3위 CJ헬로비전은 14.3%다. SO와 IPTV가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새로운 결합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체 방송 시장을 놓고 봐도 2006년에는 지상파가 차지하는 비중이 38.1%였는데 2011년에는 22.1%로 줄어든다. PP는 38.0%에서 56.6%로 늘어났고 IPTV도 0%에서 3.0%까지 늘어났다. 유료방송만 놓고 보면 SO가 고점 대비 46만명 줄어든 반면 IPTV는 653만명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말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됐지만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은 여전히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90%는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본다는 이야기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직접 수신 비율을 높이려는 의지가 없고 미래부나 방통위도 관심이 없다. SO 가입자 가운데서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절반이 넘는다. 디지털 지상파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해 다시 셋톱박스를 통해 디지털TV로 보는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인 셈이다. 수신료가 아날로그 케이블의 세 배에 이르는 디지털 케이블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정작 엄청난 비용을 들인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빛이 바랬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50세 이상 지상파 시청 비중이 2002년 31% 수준에서 2012년 50% 수준까지 늘어났다. 50대 인구가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가 지상파 대신 케이블을, TV 대신 스마트 미디어를 즐겨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찬석 연구원은 “지상파가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불륜 등의 코드를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진 가운데 정작 ‘응답하라 1997’ 같은 참신한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 편성조차 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대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래부발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KT와 CJ 등 유료방송 사업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본의 언론 지배가 본격화하면서 지상파의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지상파 종사자들은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시장 경쟁의 결말은 공영방송의 붕괴와 저질 상업방송의 범람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은 “지상파 의무 재송신 대상 확대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유료 방송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지상파 직접 수신비율이 낮으니까 강제로 의무 재송신을 하도록 한다는 발상은 지상파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가가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디어 생태계에 큰 혼란이 예상되지만 무엇보다도 공영방송의 공공성 후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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