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0일 토요일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경관의 사유화’ 제주 섭지코지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19일자 기사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경관의 사유화’ 제주 섭지코지'를 퍼왔습니다.

제주에서 경관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해안절경을 따라 관광객들이 줄 지어 걷고 있지만 이곳은 이미 재벌의 땅이다. (주)보광제주가 섭지코지 땅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해안 절벽과 맞닿은 절대보전지역과 공유수면을 빼면 섭지코지 전부가 보광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들에게 허용된 땅은 해안산책로가 전부다. 보광은 유채꽃이 만발한 곳곳에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예부터 섭지코지 등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은 일품이었다. 단아하면서도 당당한 기품의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등대에 서면 성산일출봉은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처럼 보여줄 수가 없다. 글라스하우스, 보광이 자랑하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 건물이 등대와 성산일출봉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글라스하우스는 온전한 성산일출봉을 바라볼 수 있는 경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제 섭지코지에서 농민을 보기는 힘들다. 성산읍 신량리 주민들은 개발 붐에 땅을 팔고 조상이 대대로 가꿔오던 터전에서 떠났다.
경관의 사유화, 원주민 이주의 전형을 보여주는 섭지코지는 제주 개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주지역개발사는 1970년대 중문관광단지 조성부터 본격화된다. 중문관광단지 역시 한 마을 주민을 통째로 이주시킨 후 땅을 파기 시작했다. 70년대 종합개발계획에 이어 90년대 제주개발특별법 시대, 2000년대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구도의 개발이 반복돼 왔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개발하지 않으면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자연유산, 미래가치가 풍부한 제주섬의 콘셉트에 맞춰투자유치와 개발광풍의 열차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제는 이 열차를 잠깐 멈추고 고민해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귀포 |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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