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0일자 기사 '지상파방송사부터 비정규직 단계적 철폐해야'를 퍼왔습니다.
[사설] 체계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의 침체와 위기를 벗어나 한단계 도약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노동이 바로 서거나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여러 가지 각도에서 노동의 가치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이다. 그 왜곡의 극치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다.
똑같은 작업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방치한 상태에서는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 평화도, 한국 경제 전체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는 경기회복도 경제민주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을 정치변동과 연계시켜 관찰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야말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폭탄’ 같은 존재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가장 복잡하고도 심각한 형태롤 띠고 있는 곳이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회사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으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평균 4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접 고용, 간접고용, 하청, 재하청, 아르바이트 등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실제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넘을 수도 있다는 게 방송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 분회가 지난 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SBS 운전노동자들이 언론노조에 가입해 방송사 비정규지부 SBS분회 설립에 들어갔다.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단적인 저임금과 간접적인 노동착취에 시달려 온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투쟁을 벌이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들의 요구는 여느 다른 산업분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그것과 다를바 없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임금’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 전에 비정규직 실태조사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우리나라 언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언론이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고 얘기한다. 언론을 바꿔서 세상을 바꾸자고도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도 지상파 방송사에서부터 시작돼야 옳다. 이전 정부에서 시도하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노동자(정규직-비정규직), 사용자(회사/경영진), 정부 등 당사자들의 상호양보와 대타협 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교육방송(EBS)의 단계적 비정규직 해결 모범 사례 삼아야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일반 대기업과 비교할 때 당사자들이 마음먹기만 하면 의외로 간단히 풀릴 수도 있다. 회사 재정 규모가 작긴 하지만, 교육방송공사(EBS)는 노사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당사자들이 원칙을 바로 세우고 결단하면 해결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지상파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권고한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들은 언론노조와 협상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들은 향후 몇 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대신 가령 소비자물가상승률 혹은 도매물가상승률 만큼의 임금 인상분을 각 방송사가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투입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에 따르는 세금혜택이나 수신료 인상 등의 입법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하는 노노사정 합의다.
‘노나메기’ 정신이란게 있다. 80평생을 오로지 농민운동, 민중운동, 반독재 투쟁 등 민초와 함께 해 온 백기완 선생이 설명하는 노나메기란 이렇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살되, 우리 모두가 올바르게 잘 사는” 게 노나메기다. 어려울 게 없다. 원래 진리는 단순한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 노나메기 정신과 철학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과 해결책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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