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수요일

“돈 없는 사람이 죽기 전에 오는 곳… 진주의료원 사태 남의 일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09일자 기사 '“돈 없는 사람이 죽기 전에 오는 곳… 진주의료원 사태 남의 일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ㆍ지방의료원 환자들 공포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방침이 전국 지방의료원을 그야말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환자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 가만 있지 않겠다”며 불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의사와 의료원 직원들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오전 전남 순천시 매곡동 전남도 순천의료원. 순천시 매곡동에서 왔다는 장모 할아버지(73)는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해 묻자 곧바로 얼굴을 붉히며 분개했다. “이런 병원을 돈이 안된다고 문을 닫으면 돈 없는 사람들은 어디서 진료를 받느냐”면서 “배가 부른 사람들은 배고픈 사람들의 아픔을 모른다”며 지팡이를 들어 바닥에 내리쳤다.

환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이삼수씨(63)가 “지방의료원은 돈 없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오는 곳이다. 이런 병원이 없어지면 안된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걱정하자, 이상림씨(71)는 “순천의료원도 진주의료원처럼 문을 닫는다고 하면 난 죽은 목숨이다. 가난한 사람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병동 간호사 ㄱ씨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된 뉴스를 본 환자들이 ‘순천의료원도 적자를 본다고 하던데 문을 닫느냐’고 자꾸 물어본다. 이 병원 말고는 기댈 곳 없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들의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순천의료원지부는 경남도청과 도의회를 찾아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노조는 11일 경남도의회를 항의방문하고 13일과 15일, 18일에도 경남도청 앞에서 열리는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른 지방의료원 분위기도 같았다. 천안의료원 간호사 ㄴ씨는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의무감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 대학병원에서 잘 받지 않는 행려환자들도 치료한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를 논하는 것은 궤변”이라며 “막상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을 밀어붙이는 사태를 보니 당혹스럽고 서글프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가 많은 강원지역 공공의료기관도 진주의료원 사태에 주목했다. 강릉의료원 관계자는 “환자의 절반이 의료취약계층이다. 의료원은 법정전염병에 대비해 ‘국가 지정 격리병실’을 운영하고, 장기요양시설 무료진료, 보호자 없는 병실 운영 등 공공의료 기능을 하고 있다”며 “정부와 자치단체가 제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 지원을 해준다면 의료원의 자립경영은 가능하다. 존폐를 논할 것이 아니라 발전방안을 함께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대구의료원에 1년째 입원 중인 김성자씨(47·가명)는 “공공의료기관의 공공 성격을 무시한 채 경영논리만 내세워 폐업이 강행된다면 돈 없는 사람은 병들면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성토했다.

지방의료원의 한 의사는 “개인병원의 경우 골치아픈 환자, 돈 안되는 환자는 등 떠밀어 의료원으로 보낸다. 내가 이곳에 와서 보니 일반병원에 있다 온 환자들은 효과가 낮은 저가 약을 복용했더라. 민간병원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환자가 병이 낫고 안 낫고는 수익 다음 문제”라고 털어놨다.
순천·천안 | 강현석·천영준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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