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보수장사 나선 홍준표, 걸려든 진주의료원


이글은 진실의길 2013-04-16일자 기사 '보수장사 나선 홍준표, 걸려든 진주의료원'을 퍼왔습니다.
[집중분석] 오세훈보다 영리한 홍준표, ‘꽃놀이패’ 쥐었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위한 조례가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날치기 통과’된 이면에 홍 지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애당초 ‘폐쇄’는 도의회 자체의 판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집착이 대단하다. 무슨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연간 30억 적자 때문에 신축 5년된 의료원 폐쇄한다?


연간 30억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해서 신축한지 5년 밖에 안 되는 의료원을 전면 폐쇄한다는 건 누가 봐다 지나친 처사다. 경남도의 살림살이 규모는 연간 12조원. 의료원의 적자폭은 1년 재정의 0.025%에 불과하다. 게다가 진주의료원만 적자를 내는 게 아니다. 전국 34개의 지방의료원 가운데 27곳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지방의료원은 전염병 격리병실 유지, 가난한 의료급여 환자 치료, 응급의료센터와 호스피스 운영, 무보호자 병실 등 비교적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다보니 적자 운영과 지자체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지역의료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이 뚜렷한 공공의료원을 도지사 독단으로 폐쇄하겠다고 나서는 건 주제 넘는 행동이다. 폐쇄를 주장할 게 아니라 공공의료 체계 재정비하는 데 앞장 서는 게 도지사다운 처신일 것이다.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를 빙자해 강성노조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곳”이라며 강성노조를 퇴출시키기 위해서라도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홍 지사. 그의 이런 주장에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어이가 없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노조원의 급여는 여타 지방의료원의 80% 수순이다. 게다가 6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태다. 8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는 등 임금체불도 일상화돼 있다. 1991년 ‘진주의료원 노조’가 경성된 이래 파업은 1998년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어디에도 ‘귀족노조’ ‘강성노조’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착한 적자’에 ‘순한 노조’인데


진주의료원이 폐쇄까지 갈 상태가 아니라고 진단한 경남도의 자체 보고서도 있다. 2010~2011년 경남도는 의회에 낸 자료와 답변을 통해 ‘진주의료원의 부채와 적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적자액이 줄었는데 새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서 병원 상태가 조금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남도는 지난 2008년 진주의료원이 도심에서 한적한 지역으로 이전한 한 것이 적자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병원 위치를 옮길 경우 어느 정도 적자를 각오해야 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의료원 주변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들어서고 교통도 점차 나아지고 있어 “진주의료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경남도 스스로 ‘진주의료원의 회생이 가능하다’라고 진단해 놓고 이제 와서 적자와 강성노조 운운하며 폐쇄하겠다고 몽니를 부린다. ‘적자운영’와 ‘강성노조’는 의료원 폐쇄를 위한 홍 지사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가 노리는 게 대체 뭘까?



강성노조 퇴치, 구조조정, 민영화...보수 대표적 논리


구조조정과 노조 퇴치 등 홍 지사가 내건 슬로건은 보수 대표적 논리다.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사태’를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홍 지사가 보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싶은 건가? 2011년 무상급식 논란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끌고 갔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처럼 말이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좌파의 정치포퓰리즘’으로 규정한 대신 ‘무상급식 선택적 실시’가 보수우파의 건강한 상식이라고 주장하며 이 둘 간에 경합을 붙였다. 주민투표까지 끌고 가면서 그가 노렸던 것은 간단하다. ‘선명한 보수성’을 내세워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오 전 시장의 ‘패’는 좋지 않았다. 지역, 대상, 이슈, 절차 등에서 불리한 점이 많았다. 지방보다는 진보성향이 비교적 강한 서울지역이라는 것과, 부모들의 감성을 예민하게 자극할 수밖에 없는 초등학생들이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 게다가 선명성이 높은 이슈도 아니었으며, 승리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주민투표’라는 힘든 관문까지 통과해야 했다.


오세훈보다 영리한 홍준표, ‘꽃놀이패’ 쥐었다


이에 비하면 홍 지사는 ‘꽃놀이패’다. 보수성향과 새누리당 지지가 높은 경남지역인데다 ‘구조조정’ ‘강성노조’ ‘민영화’ 등 이슈의 선명성도 높은 편이다. ‘주민투표’ 같은 힘든 관문을 통과할 필요도 없다. 의회가 조례안에 방망이를 두들기면 그것으로 끝이다. 오 전 시장은 ‘초등학생 점심식사 가지고 그러느냐’는 식의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홍 지사에게 그럴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이번 진주의료원 폐쇄에 성공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수 있다. 상당수의 지지체들이 지방의료원 존치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고, 이는 공공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의료분야에서 시작된 파장이 전체 산업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조조정과 복지재정 삭감이라는 강도 높은 여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 적자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하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복지재정을 대폭 삭감하거나, ‘귀족노조’ ‘강성노조’라는 구실로 노조원을 대량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잘만 끌고 가면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아이콘’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게 홍 지사의 노림수라는 사실이 점차 명확해진다. ‘구조조정’ ‘민영화’ ‘복지재정 삭감’ ‘강성노조 퇴치’라는 ‘보수적 모범 사례’가 진주의료원을 통해 만들어진다면, ‘홍준표의 깃발’아래 보수진영이 대거 결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홍 지사 스스로는 ‘오세훈의 실패를 완전히 비껴갈 수 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간의료에 밀려 만신창이가 된 공공의료의 목숨줄을 거머쥐고 벌이는 ‘홍준표 쇼’는 중단돼야 한다. 허약한 공공의료를 볼모삼아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 행위는 민의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고사 직전 공공의료를 정치야욕의 제물로 삼겠다?


한국은 민간의료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의료분야 상업화가 가장 활발하다는 미국조차 한국보다는 공공의료가 점유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OECD 평균(75.1%)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8.7%)다. 미국(34%), 일본(26.5%)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공공의료가 고사상태에 놓여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의료분야를 민간영역에 맡겨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민간의료 비중이 공공의료를 넘어서더니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환자를 마케팅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폐단이 확산됐고, 순수하게 진료에 매진하는 의료기관은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돼 버렸다.


오죽했으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몇 만원씩 출자금을 모아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들었을까. 자신들이 이용할 ‘양질의 병의원’을 직접 설립함으로써 최적의 진료서비스를 보장 받으려는 시민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2012년 말 현재 전국에 20개의 의료생협이 결성된 상태이며 모두 29개의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국민의 판단에 따르겠다”면서도 “국민이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토를 달아 말할 상황이 아니다. 공공의료 확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던가. 무슨 사실을 더 알 필요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국민 70% 이상이 진주의료원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지방의료원이 특정인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수단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공공의료와 관련된 대선공약이 실천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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