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0일 토요일

발언하는 플래쉬몹은 불법집회? 문화와 정치의 엇갈린 변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19일자 기사 '발언하는 플래쉬몹은 불법집회? 문화와 정치의 엇갈린 변주'를 퍼왔습니다.

‘정치’적 내용 말고 얼마나 ‘평화’적이었나 따져봐야


플래쉬몹ⓒ뉴시스


가수 ‘싸이’가 젠틀맨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싸이 콘서트가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열리기에 앞서 팬들은 부푼 기대감으로 대기 중이었다. 이런 묵직한 기다림을 깨고 갑자기 엉뚱한 행동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시민축제공연예술 단체인 ‘딴따라땐스홀’ 회원들이다. 그들은 싸이 빌보드 차트 1위와 한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댄스 ‘플래쉬몹’을 펼쳤다. 

2003년경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플래쉬몹은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정해진 시간, 장소에 집결한 뒤 특정행동을 한다. 대체로 엉뚱하고 당혹스러운 행동이 주를 이뤄 군중들에게 유희를 제공한다. 그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뿔뿔이 흩어진다.

일상에 작은 일탈을 던지는 플래쉬몹은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단순한 유희를 위해 의미 없이 반짝 모이는 플래쉬몹도 있지만 FTA, 환경보호운동,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진행되는 플래쉬몹도 존재한다. 이처럼 플래쉬몹은 다양한 주제로 확산되는 추세다. 불특정 다수가 부담 없이 쉽게 모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플래쉬몹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하나의 문화예술 혹은 신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판결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띤 플래쉬몹도 사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즉 플래쉬몹은 괜찮아도 ‘정치’가 들어간 플래쉬몹은 사전에 허락을 받고 진행하라는 소리다. 

법원의 플래쉬몹 불법 판시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청년 유니온 김영경 전 위원장이다. 청년 유니온은 지난 2010년 4월 4일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노동부가 노조 설립 인정을 반려한 것과 청년 실업 문제 해소와 관련된 플래쉬몹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를 불법 집회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법원은 김영경 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플래쉬몹ⓒ뉴시스


헌법의 취지는 어디로? 정치적 내용이 아닌 평화적으로 진행됐느냐가 판단기준이 돼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헌법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와 취지를 잃어버렸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근본 규범이다. 국민의 기본법인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옹호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소리다. 집시법 역시 평화로운 집회로서 기본법으로 보장돼 있다. 즉 집시법의 목적이 무조건 시위와 집회를 제재하려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그 규모와 장소를 파악해 평화적으로 집회를 보장하겠다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이번 플래쉬몹 판결 기준은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갔느냐 유무가 아니라 얼마나 평화적으로 진행됐느냐를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씨는 “이번 판결은 ‘정책에 대해 반대를 표현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본 것이다”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의 취지를 살려서 보면 평화적으로 진행됐느냐 아니냐가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적 집회라면 헌법의 취지를 살려서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평화적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정치적’이기 때문에 집회시위 신고를 안했고 불법이라고 여기는 것은 헌법이 평화적 집회를 보호, 기본권이 설정한 가치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순수예술과 정치를 배타적으로 본 것에 대한 위험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은 헌법의 취지를 잊고 집시법의 문제를 오히려 드러낸 결과를 초래했다. 

그는 “집시법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판결인 것 같다”며 “대법원이 헌법의 가장 근접하게 해석하는 게 대법원 기본권의 보루라는 표현을 한다. 플래쉬몹 판결은 기본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원으로부터 7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청년유니온 김영경 전 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문화 예술적 행위에 대해서는 사전에 집회신고를 한다는 게 없었다”며 “예술과 정치를 구별하는 것이 문제다. 청년들이 실업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그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니까 사전에 (우리를) 차단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입장을 밝혔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가 상실된 이번 플래쉬몹 판결에 대해 두 사람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씨는 “플래쉬몹이 자유롭게 불특정 다수가 즐겁게 하려는 게 목적이다. 절차를 만들면 일단은 그 자체의 번거로움이 있을 것이다”라며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어 위축되게 만들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이지은 씨 역시 “학자들 말하듯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행정기간이 사전에 예단에서 못하게 함으로 검열 혹은 위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어쨌든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대중이 동감해서 그 장소 와 시간에 나와서 준비된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플래쉬몹이다. 그런데 신고는 사전에 해야 하니까 결국은 신고제가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 측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된다”며 “플래쉬몹은 대중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원래의 의도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운 기자 ksw@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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